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휜 척추 수술 없이 바로 펴는 신교정술

휜 척추 수술 없이 바로 펴는 신교정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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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척추수술에 대해 환자는 상당히 위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칫 잘못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석세일 교수의 말.

“일반 정형외과에서 팔 뼈가 부러졌다거나 대퇴부가 부러져 간단한 수술을 할 때도 100명 중 1~2명에게 합병증이 생길 수 있듯이 척추수술도 마찬가지다. 물론 척추에 합병증이 생기면 심각해진다. 척추측만증 뿐만 아니라 디스크 수술 등 척추수술은 신경을 건드려 잘못하면 마비증세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척추수술은 일반 정형외과 수술과 비교해볼 때 합병증 발생 빈도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일단 합병증이 생긴 경우에는 심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척추측만증 같은 척추 치료는 수술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까를 먼저 생각해보고, 수술을 꼭 해야 한다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식이 어떤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석교수팀은 88년 이후 매년 500여건의 분절 척추경 나사 고정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6000건의 척추경 나사 고정술을 시행했다고 한다. 이를 척추경에 삽입한 나사수로 계산해 보면 5만여개. 이렇게 많은 척추경 나사를 인체에 삽입하였어도 지금까지 척추경 나사로 인한 신경-혈관계 합병증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으로는 측만증 못 고친다”

한편 척추측만증에서 비수술적인 방법은 척추의 휨 정도가 45도 이하이며, 연령이 낮아 성장기간이 남아 있는 환자에게 주로 사용한다. 비수술적인 방법으로는 척추보조기를 비롯해 운동치료와 전기자극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됐는데, 실제로 효과가 인정된 것은 보조기 뿐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카이로프락틱이나 한방 추나요법 등 손에 의한 물리적 요법으로 척추측만증을 치료한다는 곳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았다는 게 석교수의 주장.

“척추를 손으로 만져 측만증을 고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치료가 필요없는 비구조성 측만증인데도 일부러 손을 대 병을 악화시키거나, 손을 이용하는 요법으로 병을 고쳐보겠다고 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보조기로 교정할 수 있었던 것을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척추측만증 치료에서 물리치료나 운동은 보조기를 착용하면서 허리 근육을 강화하거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측만증을 낫게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척추측만증은 수술 혹은 보조기가 아니면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이다. 측만증의 진행을 방지하는 보조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효과가 입증된 것은 1946년에 고안된 밀워키(Milwaukee) 보조기가 처음. 이후 여러 형태의 보조기가 사용되고 있는데, 휘어진 척추 위치에 따라 CTLSO(경흉요천추 보조기)나 TLSO(흉요천추 보조기)가 사용되고 있다.김원중교수은 보조기의 효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척추가 40도 휜 환자가 척추 성장이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보조기를 착용하면 척추가 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것을 오랫동안 착용하다가 떼면 다시 조금씩 조금씩 나빠지면서 시작하기 전인 40도 휜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말하자면 보조기는 현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고 살아가도록 유도할 뿐 변형을 고치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보조기를 채우지 않았다고 하면 점점 더 나빠질 뿐이다.”

그런데 보조기 치료에도 문제는 있다. 보조기 착용이 상당히 불편하고 행동에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또 외관상으로도 문제가 있어서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착용을 꺼려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김원중교수는 보조기 교정치료에서 가장 실패를 많이 하는 이유가, 보조기 자체의 기능 때문에 아니라 미관에 신경을 쓸 나이의 환자가 목까지 올라오는 보조기를 차려 하지 않는 데다가 몸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 탄력밴드를 이용한 보조기가 해외에서 개발돼 국내에도 보급되고 있다. 이 보조기는 특수 고안된 탄력밴드를 휘어진 척추에 감싸주는 것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착용시에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탄력밴드는 동적(動的)인 굴곡력과 회전력을 작용시켜 교정을 꾀하는 방법인데, 기존 보조기 못지 않은 치료효과를 나타내 앞으로 척추측만증 환자에게 널리 사용될 전망이라고 한다.

탄력밴드 보조기 교정술 도입해

탄력밴드 보조기인 ‘스파인 코(Spine Cor)’를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 김교수의 말.

“최근에 국내 합작회사인 바이오텍스 코리아사를 통해 국내에 보급된 탄력밴드 보조기는 캐나다 정형외과 의사가 개발한 것인데, 개발자의 임상보고에 의하면 측만증 진행을 막을 뿐 아니라 척추변형을 30~40% 고친다고 돼 있다. 즉 이 보조기는 척추 변형의 진행을 방지할 뿐 아니라 놀랍게도 치료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 보조기의 치료효과가 어느 정도 되는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일단 몸에 착용하기 편하고 척추 변형의 진행을 막아주는 것만 해도 매우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무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 보조기에 대해서 임상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김교수는 척추 변형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변수는 환자의 성장 정도라고 강조한다. 특히 척추측만증은 성장속도가 빠른 사춘기 무렵에 증가하므로 척추변형의 경과를 예상하고 치료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환자의 현재 성장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척추가 같은 정도로 휘어 있더라도 사춘기 시작점에 있는 아이는 앞으로 키 성장에 따라 척추측만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나, 사춘기가 이미 끝난 아이라면 더 이상 나빠질 확률이 매우 적기 때문에 치료법이 달리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척추는 집으로 따지면 대들보에 해당한다. 대들보인 척추가 휘게 되면 부수적으로 인체 내의 장기가 압박을 받게 되고 사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척추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동아 200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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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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