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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사업 카운트다운

IMT-2000 사업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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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천년의 시작과 함께 IMT-2000 사업권을 얻기 위해 통신사업자들은 저마다 일전 불사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94년의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1차 대전, 96년의 PCS 사업권 수주전을 2차대전이라 한다면, 이번 싸움은 명실상부한 3차통신대전이다. 그러나 이번 3차대전은 앞의 경우와는 성격부터 다르다. IMT-2000 서비스의 내용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대체 IMT-2000이 무엇이기에 기업들은 저마다 이 사업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일까. IMT-2000과 관련된 핵심 토픽들을 짚어본다. 》
이제 막 막을 내린 20세기를 발명과 기술혁신의 시대라 한다면, 컴퓨터와 인터넷은 20세기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발명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21세기 들어와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동통신기술과 결합해 피워낼 첫번째 꽃은 제3세대 이동통신시스템, 즉 IMT-2000이다.

IMT-2000이란 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ystem 2000의 준말로, 세계 어디에서나 자신의 단말기로 음성전화, 인터넷접속, 오디오와 비디오 송수신, 화상전화 등 멀티미디어통신이 가능한 이동통신서비스 시스템을 말한다. 2000이란 숫자는 이 서비스가 2000MHz 주파수대역에서 제공된다는 점과 함께 당초 2000년부터 상용될 것으로 예상해서 붙인 이름이다.

IMT-2000은 환상이 아니고 실현단계에 들어와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01년 3월부터 이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고 우리도 뒤를 이어 서비스에 돌입, 2002년 월드컵대회 때에는 한·일 간에 공통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꿈이 실현되는 미래의 통신생활

우리는 IMT-2000을 제3세대 이동통신시스템(3G)이라 부른다. 당연히 제2세대(2G)보다 한 단계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3G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2G와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이는 앞으로 펼쳐질 정보통신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2G와 3G를 구분하는 차이점은 첫째가 전세계적인 로밍(roaming)이다. 한국에서 쓰던 자신의 휴대용 전화기를 해외 어디에서든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휴대용 전화기도 매우 영리해져서 ‘스마트폰’이라 불린다. 이 스마트폰은 어디에 가더라도 집에 있는 것과 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좀더 상세하게 이해하기 위해 서울에서 설계사로 일하는 김씨가 2005년에 유럽 출장을 간 상황을 상상해 보기로 한다. 김씨의 2005년 1월5일 일기다.

‘오랜만에 런던에 왔다. 회의를 마치고 워털루역으로 와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드니 메일이 와 있다. 강원도로 지난달 말 스키훈련을 간 고등학생 아들녀석이 멋진 활주장면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으로 보낸 것이다. 깊은 산속이어서 통신상황이 어떨까 했는데 저궤도위성 통신시스템이 성공을 거둔 것 같다. 경쟁관계의 여러 회사가 수백 개의 위성으로 마치 벌이 꽃을 둘러싸듯 지구를 감싸고 있으니 지구상에서 음성이건 동화상이건 못 보낼 구석이 거의 사라졌다.

아들의 사진을 저장한 후 아내에게 전화를 돌리니 웃는 얼굴이 고성능 액정화면에 나타난다. IMT-2000이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서 휴대전화도 이용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졌다. 다소 비싸더라도 동화상이 들어오는 스마트폰을 선택한 것은 나로서는 가족을 위한 서비스다. 아내는 모레가 자신의 생일임을 상기시킨다.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 특급열차가 승차 시간을 알리고 있어 전화를 끊었다.’

둘째는 디지털화한 정보의 송신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오늘의 제2세대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음성정보의 송수신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통신내용은 음성보다 데이터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데이터통신을 이동전화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과 일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암시해준다.

IMT-2000의 상용화가 본궤도에 오르는 2005년경에 가면 데이터 송수신 속도는 정지상태에서 초당 2MB까지 낼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어림짐작으로 한 곳에 정지해 영문으로 된 문서를 1초에 약 125페이지 정도 받을 수 있다. 이동할 때는 속도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자동차 정도 속도라면 초당 144kB, 보행속도에서는 초당 384kB 이상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김씨의 일기로 돌아가보자.

‘해저터널을 통해 런던과 파리를 잇는 고속열차 유로스타는 그리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비행기에 지쳐서 택하였다. 내일 아침 파리에서 갖는 회의에서는 제주도에 신축할 컨벤션센터 내장재를 모두 발주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전층의 설계도면을 보내라고 한 후 노트북컴퓨터를 꺼내놓고 스마트폰을 연결했다. 곧이어 층별 설계도면이 차례로 고밀도 액정화면에 펼쳐진다.

종이로 치자면 거의 백과사전에 맞먹는 양인 20층의 설계도면이 날아와 꽂히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IMT-2000 덕택에 언제 어디서라도 사무실 겸 정보센터를 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이동통신과 연결되는 각종 서비스를 단절 없이(seamless)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선, 지상형 무선과 인공위성의 네트워크가 통합돼 이용자가 어디에 있든 상관 없이 새로운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이동전화가 크레디트카드 구실을 하고 구급차에서 의사의 지시로 고도의 응급치료가 가능하며 인공위성을 이용해 새로운 도로문화가 발달하기도 한다.

‘파리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니 아내의 생일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일 독일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오랜만에 차를 몰고 가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렌터카를 주문한 후 차를 기다리며 온라인쇼핑으로 아내의 선물을 주문했다. 스마트폰에 프로그램해놓은 전자비서를 부른다.

전자비서와 간단한 표현으로 프렝탕백화점 본점의 웹사이트를 열라고 지시한다. 곧 화면에 프렝탕백화점의 특별세일 화면이 펼쳐지는데, 가만히 보니 프랑스의 어느 벤처기업이 개발한 Impressionists on Demand라는 광고가 보인다. 프랑스의 유명한 인상주의파 거장들의 그림을 원화보다 선명하게 재현한 화상을 온라인으로 신청자 집안의 벽면에 걸린 고화상스크린에 매일 하나씩 보내주는 서비스다. 다소 가격이 비싸지만 사기로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모네 등 거장의 그림들이 서울집의 거실에 매일 하나씩 걸리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고 나니 렌터카가 왔다. 핸들을 잡고 독일과 접경지역에 있는 스트라스부르로 길을 정한다. 파리를 벗어나 E50번 유럽고속도로를 타는 입구에서 연료를 채우고 대금은 스마트폰으로 지불했다. 스마트폰이 크레디트카드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다섯 시간 남짓 걸려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해 호텔에 들었다. 이 호텔도 열쇠가 없는 곳 중 하나다. 카운터에서 등록을 할 때 어느 새 카메라에 내 눈동자가 입력돼 방 앞에 서자 방문 위의 센서가 내 눈동자를 식별하고 문을 연다.

방에 들어가 서울에 전화를 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내니 경고 화면이 반짝인다. 아까 파리에서 드라이브해 오면서 속도위반을 한 모양이다. 이를 공중의 GPS 위성에서 잡아 벌금을 한국경찰에 통보했으니 다음달 전화사용청구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여러 나라에서 전자정부를 실현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탓에 아까 렌터카회사에 등록한 면허번호가 벌써 통보된 것이다. 벌금이 아까운 생각도 들지만 각국에서 거의 완성에 이른 지능화도로시스템(ITS)의 성능을 테스트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다. 한국도 ITS가 완성돼 이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도 자동으로 원격탐지해 은행계좌에서 요금이 납부된다. 운전시에도 GPS위성이 인근의 도로사정을 판단해 빠른 길을 음성으로 지시해 주는 등 새로운 운전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중이다.’

진화인가 혁명인가

인류는 문명을 공유하며 욕망도 공유한다. 따라서 이 환상적인 서비스는 전세계에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현재 약 3억명 미만인 전세계 이동통신가입자수는 2004년에 이르면 10억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이 사업을 맡아 수행할 것인가.

현재 한국에서 3G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회사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즉 ▲기존 이동통신 및 PCS사업자 ▲유선통신 사업자 ▲통신기기 제조업자다.

회사별로 다르긴 하지만, 이들 주장의 차이점은 3G가 2G로부터 진화한 것인가 아니면 혁명인가, 그리고 3G사업을 단순히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차원에서만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엄청난 규모를 가진 전세계 단말기시장에서의 위치확보라는 산업진흥의 면을 어느 정도 고려할 것인가 등으로 압축된다.

우선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3G를 진화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이들의 생각은 3G라는 새로운 아기의 출산과 육아는 2G처럼 아기를 이미 낳고 키워본 산모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동통신망 설치와 운영경험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제까지 이동통신 사업 경험은 없으나 통신업에서 뼈가 굵은 유선통신업체들은 3G는 새로운 혁명이며, 따라서 2G에서의 선행투자나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3G사업의 기술적 기본은 지상망과 위성네트워크의 연결이며 따라서 지상망 운영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스템 및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사업권 신청에 조심스럽다. 장비메이커들이 사업권 획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수 상황이다. 수출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 그리고 2G의 기본기술인 CDMA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이들이 크게 이바지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우리와 상황이 유사한 일본에서는 3G사업권이 NTT 도코모, 최근에 합병을 결정한 DDI + IDO + KDD의 통합그룹, 그리고 J-폰 그룹이라는 3개의 통신사업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사실상 결정이 났다. 장비메이커들이 독자적으로나 사업자들과 연합을 해 사업권을 획득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통신업자들의 합종연횡

현재 3G 사업권 획득을 위해 사업자들과 장비메이커들이 삼국지의 합종연횡이 무색하게 수면하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시장자유화와 경쟁촉진이라는 사회적 움직임이 그만큼 진전된 증거로 볼 수도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다음 컨소시엄이 유력한 후보들이라 할 수 있다. 즉 ▲SK + 신세기 컨소시엄 ▲한국통신 컨소시엄 ▲LG컨소시엄 ▲삼성 + 한솔 컨소시엄과 아직 위치가 정해지지 않은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무선호출사업자 등 여타 회사가 그들이다.

국내 최대 유선통신사업자로 IMT-2000 사업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통신은 비교적 느긋하게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종합통신사업자 육성이라는 정부방침에 따라 사업권의 첫번째 티켓 수혜자로 한통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입자 규모로 420만을 확보, 선발주자 SK텔레콤에 이은 2위의 이동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프리텔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통은 기술력에서도 경쟁업체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통은 97년에 IMT-2000용 실험국을 설치, 100억원의 연구비와 60여명의 연구인력을 투입해 동기식(98년 8월)에 이어 비동기식(99년 6월) IMT-2000 시스템을 개발했다. 비동기식 시스템은 스웨덴의 에릭슨사를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에서 2001년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개발된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북미방식의 동기식 IMT-2000 시스템은 미 국방부가 위치추적용으로 운영하는 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GPS) 위성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유럽방식은 GPS위성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지국간에 상호 시간과 시스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비동기식은 현재 무료지만 언젠가 유료화할 수 있는 GPS위성을 이용하는 동기식에 비해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동기식과 비동기식 기술을 함께 보유한 한통은 컨소시엄 역시 자회사인 한통프리텔과 일부 중소 정보통신기업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통프리텔의 경우 내심 독자 행보를 노리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한통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려워 현재까지는 독자적인 행보가 어려운 형국이다.

다음으로는 1000만 가입자를 확보, 전세계 휴대전화사업자 중 5위를 기록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또 한 장의 티켓을 노리고 있다. 오랜 사업경험에 따른 기술력과 풍부한 자금력으로 타사업자를 압도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최근 신세기통신의 1, 2대 주주인 포항제철과 코오롱의 지분을 매입,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무려 1500만 가입자로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57%라는 국내 최강의 사업자 자리를 굳혔다. 따라서 이동통신 강자로 SK컨소시엄 역시 한통에 이어 가장 유력한 두 번째 IMT-2000티켓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들어 민간업체로는 유례없이 IMT-2000 관련장비를 공동개발할 업체를 선정하고 자금지원을 통한 세불리기 전략을 구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대우통신 등과 IMT-2000사업과 관련한 비동기식 시스템 개발에 돌입한 데 이어 29개 핵심기술 개발을 맡을 49개 중소 벤처기업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교환기 등 대형 시스템 제조능력을 갖춘 대기업과 핵심기술 개발을 담당할 중소 벤처기업, 이동전화망 운영 능력을 보유한 서비스사업자 등 3위일체의 개발체계를 갖추게 됐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빨리 IMT-2000서비스를 상용화할 일본의 NTT 도코모와 전략적 제휴를 위해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NTT 도코모는 현재 유럽과 연계, 비동기방식의 IMT-2000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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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준 일본 미래공학연구소 수석컨설턴트 김강호 문화일보 경제산업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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