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이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의 배출량을 온난화 기여도에 따라 1t 단위의 CO2 수치로 계산한 게 온실가스 배출량. 5억9400만t의 배출량은 1990년부터 15년 동안 두 배가 증가한 것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배출량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녹색위는 “이번에 발표한 시나리오는 유럽연합(EU)이 개발도상국에 요구하는 BAU 대비 15~30% 감축 권고안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AU 대비 21%를 감축하는 1안은 2020년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이 되는 해로 설정하고 있다. LED 조명 등 에너지 고효율 제품과 단열 기능을 강화한 ‘그린 빌딩’을 보급하는 등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게 녹색위의 설명이다. BAU 대비 27%를 감소하는 2안은 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은 뒤 2020년엔 2005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려면 변압기, 냉매에 사용되는 불소계 가스 사용을 중단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바이오 연료 이용을 늘려야 한다. 2005년보다 4% 감축하는 3안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차세대 그린 카 도입, 최첨단 고효율 제품 보급 등의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맞춰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엔 누구나 동의한다. 문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초기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녹색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1안은 0.29%, 2안은 0.37%, 3안은 0.49%의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가져온다. 다만 녹색산업을 통한 추가 성장을 통해 GDP를 3.5~4% 늘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당장 부담해야 할 몫이 큰 기업들은 고민이 많다. 온실가스는 에너지, 제조, 건설, 수송 등의 분야에서 주로 발생한다.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과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업 50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 업무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91.9%로 나타났다. 자발적으로 감축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도 57.7%에 달했다.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업무 담당자를 배정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선진국을 상대하며 에너지 사업을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기업, “가능한 한 천천히”
그럼에도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21% 감축안이다. 응답자의 65.6%가 1안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면 제조설비의 해외 이전을 고려하겠다는 기업이 15%나 됐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황인학 산업본부장도 “온실가스 감축엔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되며,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은 에너지 소비가 많다.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72.7%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업종이다. 전경련은 주요 업종의 에너지 효율은 현재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힌다. 재계는 또 “기업들이 벌써부터 자발적 감축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주장하면서 대한상의,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등 28개 업종 단체가 참여한 ‘산업계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 선언’을 예로 든다. 이 선언에 참여한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 향상 △공정 개선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을 통해 2020년까지 원단위(原單位·제품 1개를 만들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원단위란 발생 총량이 아닌 생산된 부가가치 양에 따른 배출량이다.
발걸음이 가장 빠른 곳은 철강업계다. 한국철강협회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동일산업이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힌다.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기록·유지·관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국회가 심의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체의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워크숍’을 실시 중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증’에 따르면 포스코, LG화학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1,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철강업계의 대표이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우수한 포스코도 정부안에 부담을 느낀다. 9월8일 열린 한 공청회에 참석한 포스코 이경훈 상무는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려면 기준연도를 2005년이 아닌 최근으로 설정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자발적 감축안을 발표해도 국제사회엔 효과를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에 절박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철강업계는 2010년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5%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2013년부터 매년 9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탄소稅
정부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는 문제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7.6%의 기업이 산업계의 자발적 감축이 바람직한 수단이라고 응답했으며, 29.1%의 기업은 자발적 협약 체결에 의한 자율 규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탄소세(稅)도입이나 정부 협약에 의한 반자율 규제를 선호한 기업은 24.2%에 그쳤다.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제도로는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가 거론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간 배출 권한을 거래하는 배출권 거래제에 28.5%의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부과하는 환경세인 탄소세 도입엔 24.8%의 기업이 선호를 나타냈다. 두 방식 모두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