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호

‘2조5000억짜리 황금벤처’ 새롬기술의 비밀

  •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12-21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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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닥 상장 5개월 만에 500배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新황제주. 질주하던 새롬기술이 삼성과 제휴하며 날개를 달았다. ‘글로벌 인터넷 브랜드’를 표방한 새롬의 꿈은 현실로 다가설 것인가.》
    1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플라자호텔 덕수홀. 일주일 전 인터넷 무료전화 ‘다이얼패드’의 국내 서비스에 들어간 새롬기술이 모처럼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오상수(吳尙洙·35) 새롬기술 사장은 다이얼패드의 수익전망, 통화 폭주문제 해결방안 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11시30분경, 시계를 힐끔 내려다본 오사장은 “지금쯤은 발표해도 되겠네요”라며 화제를 돌렸다. ‘깜짝선언’이 터져 나왔다.

    “새롬기술은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삼성그룹과 제휴하기로 했습니다….”

    새롬이 삼성과 지분참여 형태의 제휴 계약을 한 것은 이날 10시. 새롬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안전한 시간대까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다. 기자들도 일일이 신원을 확인한 후에 간담회장에 입장시켰다. 하지만 사흘 연속 하한가로 주저앉았던 새롬의 주가는 이날 9시 증시가 열리자 마자 상한가를 기록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오사장은 난처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리거나 비보도를 전제로 답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한 인터넷 증권채팅 사이트에 의해 주최측도 모르게 생중계되고 있었다. 행사장에 있던 사이트 관계자가 핸드폰을 열어놓고 외부에서 그 내용을 실시간으로 입력해 띄운 것.



    며칠 전부터 증권관련 사이트에는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새롬에 투자한다’ ‘새롬이 야후와 손잡고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등의 루머가 떠다녔기 때문에 수많은 투자자들이 PC 모니터를 통해 간담회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롬에 쏠리는 관심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주가 너무 올라 부담

    지난해 매출액 260억원에 순이익 12억원, 자본금 90억원. 새롬기술의 외형은 아담한 중소기업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가에 관한 한 새롬은 가위 신화를 창조했다. 지난해 8월11일 코스닥에 상장된 새롬의 주가는 수직 상승을 거듭, 12월6일 코스닥 종목으로는 최초로 주당 100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 새롬 주식은 주당 500원으로 액면분할됐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는 주당 10만원)을 돌파했고, 1월4일에는 257만원까지 치솟았다. 상장된지 5개월이 채 못돼 무려 500배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

    최근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면서 새롬의 주가도 20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지만, 새롬 주식의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대로 재계 6위 한진그룹의 8개 상장사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3000억원이 많고, 재계 16위 동부그룹의 6개 상장사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는 4배가량 많다.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증자대금만도 3800억원에 이른다. 아무 일 하지 않고 이 돈만 은행에 넣어둬도 연 38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새롬 임직원들은 스톡옵션과 우리사주를 통해 수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지만, 주가가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폭등하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 한 예.

    12월 유상증자에서 신주의 10%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됐는데, 주당 3만원(액면가 500원 기준) 정도로 예상됐던 발행가가 주가 급등에 따라 7만7900원으로 상승했다. 때문에 직원들이 우리사주 배정분을 모두 청약하려면 1인당 7억∼8억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연봉보다 많은 금액의 우리사주 청약을 할 수 없다’는 증권거래법 규정에 따라 청약가능액은 1인당 수천만원대로 제한됐다. 그 결과 우리사주 배정분의 84%가 실권처리됐다. 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주식을 8만원도 안되는 헐값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것.

    새롬이 삼성과 제휴를 전격 결정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새롬의 대주주로 16%의 지분을 갖고 있던 오상수 사장이 이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약 80만주의 신주를 인수해야 했다. 주당 발행가가 7만7900원이니 80만주를 받으려면 6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던 셈. 오사장이 비록 3000억원대의 새롬 주식을 갖고 있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부상의 ‘평가액’에 불과했다. 따라서 새롬 연 매출액의 두 배가 넘는 6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려면 보유 주식을 내다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주주가 이만한 양의 주식을 한꺼번에 처분할 경우 시장에 끼치는 영향으로 보나 상징적인 의미로 보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오사장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대안은 ‘글로벌 파트너’와 제휴하는 것. 새롬이 먼저 삼성에 제휴를 제의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사장의 유상증자분 80만주를 주당 ‘7만7900원+α’에 삼성으로 넘기는 조건이었다. 이로써 오사장의 지분율은 11%로 낮아졌고, 삼성은 4.5%의 지분을 확보해 새롬의 2대 주주로 떠올랐다.

    MS식 시장 선점 전략

    새롬이 벤처 신화의 주역으로 떠오른 데는 몇가지 주목할 만한 요인이 있다.

    첫손에 꼽을 만한 것은 탄탄한 기술력. 오사장을 비롯한 4명의 새롬 창업멤버들은 서울대 전자계산기공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에서 동문 수학한 사이다. 누구보다 경영진이 기술을 잘 알고 기술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냈기 때문에 새롬은 통신 프로그램 분야에서 연거퍼 히트작을 쏟아내며 기술을 축적해왔다.

    창업 이듬해인 94년에 출시한 PC용 팩스 소프트웨어 ‘팩스맨’, PC에 자동응답기능을 부여한 ‘보이스맨팩’, 범용 통신 에뮬레이터 ‘새롬데이타맨’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 98년에 선보인 새롬데이타맨은 당시 95%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이야기’를 밀어낸 후 줄곧 점유율 1위를 달렸다. 새롬은 3개월에 한 번씩,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기술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다이얼패드도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라는 첨단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성공한 상품이다. 변변한 기술 하나 갖추지 못했으면서 그저 코스닥 열풍에 편승해 까닭도 없이 주가가 치솟는 ‘무늬만 벤처’들에 비하면 확실하게 차별되는 측면이다.

    마케팅 전략도 독특했다. 새롬은 애써 개발한 제품을 저가, 무료 공개, 번들 정책을 통해 ‘살포’했다. 모뎀도 공짜로 줬다.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시장 선점과 인지도 향상에 주력한 것. 이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벤치마킹한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편으로 박리다매를,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운영체계가 PC업계의 표준으로 정착될 것을 노리고 헐값에 소프트웨어를 팔았다. 일단 대중성을 확보해 시장을 점유하면 나중에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논리다. 소프트웨어는 한번 익숙해지면 계속 그것만 쓰게 되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

    컴퓨터 칼럼니스트 곽동수씨는 “MS워드가 글을,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를, 나우누리가 하이텔을 꺾지 못한 것도 시장을 먼저 점유한 소프트웨어들의 상품명이 일반명사가 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소프트웨어를 쓰던 사람들은 새로 나온 제품의 정보나 명령어가 조금만 달라도 좀체 발길을 옮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선 이를 ‘기존 사용자의 저주’라고 일컫는데, 새롬이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것이다.

    새롬은 업계에서 ‘당신들이 껌팔이냐’ ‘프로그래머로서 자존심도 없느냐’는 욕을 먹으면서도 이와 같은 사업전략을 고수했다. 덕분에 소비자 인지도를 급속히 높여가면서 ‘표준화 효과’를 얻어냈고,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다이얼패드는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서 그 범위를 세계로 확대하려는 모델이다.

    아웃소싱 경영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의 부족한 경영능력을 아웃소싱을 통해 보완한 것도 이채롭다. 미국에서 중학교를 나온데다 컴퓨터만 껴안고 대학시절을 보낸 오사장은 창업한 후 은행에 돈을 꾸러 갔다가 ‘담보’니 ‘어음’이니 하는 말의 뜻을 몰라 면박을 당했던 사람이다. 다른 창업멤버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는 것을 절감한 오사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MBA를 받은 조성오씨를 95년에 영입, 경영기획실을 만들어주고 이 분야의 전권을 위임했다. 지난해 상장 직전에는 역시 조지 워싱턴대 MBA 출신으로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던 김재환씨를 영입해 재무기획 이사를 맡겼다.

    김이사는 기업공개 과정과 IR(기업 투자설명회), 해외 프리젠테이션 등에서 새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롬은 최근에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임태성씨를 차장으로 스카웃했다. 새롬의 주가가 눈에 띄게 탄력을 받은 것은 이런 맨파워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오상수 사장도 “그분들이 개발과 마케팅밖에 모르는 CEO를 대신해 참으로 많은 일을 해냈다. 다른 벤처기업가들에게도 이런 인력을 잘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벤처기업들은 대개 벤처 캐피털리스트에게 이런 일을 맡기는데, 이들은 기업공개 이전까지는 몰라도 그 후의 상황까지 커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는 것.

    새롬의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거품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새롬은 창사 6년여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제는 주가 상승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 시장 선점 전략의 결실을 거둬들일 시점에 접어든 것이다.

    새롬의 궁극적인 사업방향은 그간 확보한 이용자들을 향후 구축될 종합 인터넷 포털 서비스로 끌어들인 다음 이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광고,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인터넷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 야후와 비슷한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 모델로 나아가는 가교 구실을 하면서 그 성공 가능성을 시험받게 될 사업이 다이얼패드다. 다이얼패드가 지향하는 목표는 두 가지다. 인터넷폰을 이용한 무료전화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브랜드 사용료와 광고수익을 올리는 것, 그리고 다이얼패드 가입자들을 새롬 포털의 미래 고객으로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최근 새롬은 다이얼패드에 총력을 기울이는 형태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따라서 새롬의 미래는 전적으로 다이얼패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가를 달아오르게 하던 새롬의 주가 논란이 일각에서 다이얼패드의 사업성 논란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다이얼패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단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화 사용자로부터는 돈을 받지 않고 새롬이 통화료를 내는 대신 인터넷의 다이얼패드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얻겠다는 발상은 고객에게 매력적인 흡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으로 상대방의 전화기나 PC로 전화를 거는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 것은 다이얼패드가 최초다.

    또한 최소 사이즈의 자바 애플릿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라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별도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바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 다이얼패드(www.dialpad.com·이하 ‘다이얼패드닷컴’)는 서비스 개시 3개월만에 1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국내 다이얼패드(www.dialpad.co.kr)도 서비스를 시작한지 닷새만에 50만명이 가입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문제는 새롬이 이들의 통화료를 대신 부담해주고도 남을 만큼의 광고를 유치할 수 있느냐는 것.

    새롬이 56%의 지분을 갖고 있는 다이얼패드닷컴은 제휴 통신회사인 GTE에게 분당 3센트의 통화료를 지불하기로 계약했다. 다이얼패드닷컴에는 30초당 1개의 광고가 들어가므로 3분간 통화할 경우 6개의 광고가 들어간다. 이때 광고 1개당 1.5센트 이상의 광고료를 받으면 통화료를 부담하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 정도 단가로 광고를 유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는 게 새롬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다이얼패드닷컴이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 가입자가 더 늘 것을 예상해서 더 유리한 조건으로 광고계약을 맺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서비스 6개월째를 맞는 오는 3월경에 가입자 현황과 사용내용을 근거로 정식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GTE와의 계약에는 다이얼패드닷컴의 통화량이 많아질수록 통화료 단가를 싸게 해주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통화량이 많아지면 다이얼패드닷컴이 지불해야 할 통화료 단가는 내려가는 반면 광고단가는 올라가기 때문에 매출은 체증하고 비용은 체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얼패드닷컴이 충분한 광고수익을 올리기가 여의치 않으리라는 우려도 있다. 다이얼패드닷컴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제한돼 있어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것.

    S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다이얼패드닷컴 가입자의 상당수는 소비성향이 낮은 대학생들이다. 소비성향이 높은 30∼40대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지 못하면 다이얼패드닷컴의 광고 프로모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H증권 코스닥 리서치팀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다이얼패드는 비즈니스용으로는 메리트가 적다. 직장에서 회사 전화를 공짜로 쓸 수 있는데 누가 굳이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음질도 떨어지는 전화를 쓰려고 하겠나. 고객과 인터넷폰으로 중요한 대화를 나누다가 음질 때문에 의사 전달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연결이 끊어지면 낭패다.

    그러니 기껏해야 가정에서, 그것도 평소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젊은 층이 주로 다이얼패드를 이용할텐데 이 경우도 문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PC의 90% 이상이 전화 모뎀으로 인터넷과 접속하는데, 모뎀으로 다이얼패드를 쓰면 이용자가 통화료를(그것도 통화시간에 비례해서 비싸지는 통화료를) 부담해야 하므로 이것 또한 메리트가 없다.”

    이에 대해 새롬측은 “인터넷 시장의 흐름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어떤 서비스도 처음에는 기술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다가 대학생들을 거쳐 점차 일반인층으로 확산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다이얼패드닷컴의 초기 가입자가 대학생층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대학생만 가입하게 되리라는 예상은 단견이라는 것.

    6개월은 앞서간다

    또한 ADSL(비대칭 디지털가입자 회선) 등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모뎀을 대체하고 있어 다이얼패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증권 나홍규 코스닥팀장은 “가입자가 죄다 대학생이라 해도 그 수가 300만명쯤 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타깃광고 시장이 충분히 성숙될 수 있다. 200만명만 넘어서도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팀장은 “미국의 유료 인터넷폰 회사 넷투폰은 가입자가 40만명 정도인데 시가총액이 25억달러에 이른다”며 “이를 고려하면 2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한 다이얼패드닷컴의 시장가치는 최소 30억달러는 된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다이얼패드닷컴 지분 56%를 보유한 새롬의 지분가치는 적어도 17억달러(2조원)에 이른다는 것. 새롬측은 오는 9∼11월 다이얼패드닷컴을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인터넷폰 시장의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터넷폰 서비스는 미국에만도 넷투폰, 핫콜러, 폰프리 등 10여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새롬이 다이얼패드에 적용한 VoIP은 새롬의 독자적인 기술이 아니라 이미 공개된 국제표준 기술이다. 다만 새롬은 여기에다 적은 수의 서버로 통화 트래픽을 분산시킬 수 있는 ‘스플릿 H.323’이라는 자체 기술을 결합하고 과감하게 무료 서비스를 단행함으로써 VoIP 시장 선점을 노렸고, 그런 전략이 어느 정도는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롬이 먼저 치고나오긴 했지만 다른 업체들이 이 기술을 몰라서 상품화하지 않은 게 아니었던 만큼 다이얼패드는 향후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유료로 인터넷폰 서비스를 해온 넷투폰이 무료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이얼패드는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으나 넷투폰은 세계 전역에서 통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새롬은 자신감에 차 있다. 오상수 사장의 말.

    “우리의 기술이 독자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 실리콘밸리의 톱 클래스 엔지니어들이 마음 먹고 덤비면 못 따라잡을 기술이 없다. 하지만 기술만 흉내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시장상황과 시스템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몇 달, 서비스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몇 달, 이걸 테스트하는 데 또 몇 달이 걸린다. 때문에 후발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우리를 완전히 따라잡는 데는 6개월 가량 걸릴 것이다.

    우리가 그 6개월 동안 멍하니 손 놓고 있겠는가. 그 사이에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통화품질을 높이고, 부가서비스를 확대해갈 것이다.

    라이코스 검색엔진이 야후보다 기술이 모자라 밀리는 게 아니다. 시장을 선점한 야후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가입자를 늘려 시장을 계속 주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폰 업계에선 조만간 100개도 넘는 회사들이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찌감치 글로벌하게 가겠다는 것이다. 로컬 시장 몇 개쯤은 뺏길 수도 있다.”

    승부는 미국 시장에서

    ‘뺏길 수도 있는 로컬 시장’에는 한국 시장이 포함될 우려도 있다. 다이얼패드의 국내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둡게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다.

    다수의 통신 사업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미국에서는 ‘헤게모니’를 장악한 회사가 없어 통신 사업자와 인터넷폰 사업자의 제휴가 비교적 순조롭다. 가령 GTE는 제휴사인 다이얼패드닷컴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통신 사업자의 시장을 잠식하고 자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므로 다이얼패드닷컴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유무선 전화망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통신 사업자의 ‘말발(bargaining power)’이 일방적으로 먹혀들게 마련이다. 인터넷폰 사업자를 제휴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건드릴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새롬은 국내 다이얼패스 서비스를 위해 하나로통신과 제휴하기 전에 한국통신과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제휴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얼패드에 고속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하나로통신엔 전화망이 없다. 따라서 다이얼패드로 전화를 걸 경우 반드시 한국통신의 전화회선을 거쳐야 한다. 하나로는 새롬으로부터 받은 통화료 일부를 한통에 회선 이용료로 지불한다.

    다이얼패드 가입자 10만명이 1년간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한통에 지불해야 될 회선 이용료가 8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로가 남의 전화선을 빌려쓰면서 GTE처럼 ‘통화량 대비 통화료 단가 체감’ 혜택을 줄 재량이 있을지도 의문.

    한국통신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져 다이얼패드의 광고가 급감해도 한통의 회선 이용료는 고정비용으로 지출돼야 하는데, 무료전화 서비스로 이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새롬이 하나로와 인터넷폰 서비스를 제휴한 것은 ‘잘못된 사업모델’이라는 것.

    그러나 한 정보통신 전문가는 “통신 사업자가 독과점 형태로 시장을 장악한 한국과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다이얼패드가 고전하겠지만, 이런 곳에서 실패하더라도 미국 시장 한 군데서만 성공하면 커다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다이얼패드닷컴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베일 속의 ‘엑시오’

    그렇다면 다이얼패드 이외 분야의 전망은 어떨까.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새롬의 PC통신용 소프트웨어들은 이제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새롬데이터맨의 경우 베타버전 이후의 유료화 과정에 많은 고객이 떨어져 나갔고, 하이텔 천리안 등이 내놓은 전용 프로그램들이 정착되면서 전체적인 시장규모도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새롬이 올해 연말부터 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할 ADSL 장비 부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S증권의 한 연구원은 “이 분야에 이미 30여개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핵심 부품을 사다 조립해야 하는 새롬으로선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롬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의 기술력을 믿어달라’는 게 반론의 요지다. 새롬 관계자는 “PC통신 인구가 하루 아침에 모두 인터넷으로 옮겨 가진 않으며, PC통신과 인터넷을 접목시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시장성은 여전히 밝다”고 주장한다. 1·4분기 중에 새롬의 자회사에서 선보일 새롬데이터맨 업그레이판이 바로 이런 개념의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ADSL 장비에 대한 자신감은 더했다.

    “삼보컴퓨터가 인텔의 CPU 핵심부품을 수입해서 PC를 만든다고 PC 장사를 못하는 게 아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과연 100% 자체 원천기술 갖고 장비 만드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나. 같은 ADSL 장비 업체인 인터링크나 자네트에 대해서는 그렇게 얘기 하지 않으면서 왜 새롬이 뭘 한다고 하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는지 모르겠다. 한통과 하나로가 올해만도 수백만 라인의 ADSL을 증설할 계획이다. 시장성은 충분하다. 이 회사들이 지금까지 외국에서 수입해 쓰던 장비를 우리가 만들어냈다. 더욱이 우리와 제휴관계에 있는 하나로가 기왕이면 우리 장비를 써주려고 하지 않겠나.”

    새롬의 신기술과 관련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엑시오(EXIO)’다. 정확한 사업계획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으나, 이는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일정한 지역 안에서는 CDMA 휴대폰을 유선전화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알려졌다. 엑시오 환경이 갖춰진 공간에서는 휴대폰을 내선으로도 쓸 수 있는 것. 다이얼패드의 부가서비스를 유선전화뿐 아니라 무선전화로까지 넓힌 것이다.

    새롬은 그 원천기술을 실리콘밸리의 한 통신업체에 제공하고 지분 참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를 꺼렸다.

    한 창업투자회사 관계자는 “이 개념이 상용화된다면 원천기술을 가진 새롬이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어 검증의 여지가 있다”며 유보적인 견해를 보였다. 엑시오는 새롬과 현대전자 미국법인이 함께 개발하다 현대가 손을 떼면서 새롬 단독으로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1, 2억 벌었나”

    스톡옵션과 우리사주로 거액을 손에 쥔 새롬 임직원들의 인생관은 어떻게 변했을까. 창업 초기, 어렵사리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팔리지 않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새 신제품 개발에 매달리던 ‘헝그리 정신’을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을까.

    그러나 새롬 직원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주가가 뜬 후에도 이직률이 0%에 가깝다는 것. 그는 “IMF쇼크가 큰 약이 됐다. 그걸 겪지 않았다면 아마 매일같이 샴페인을 터뜨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97년 가을부터 새롬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소프트웨어를 납품한 업체가 부도나면서 물건값을 받지 못했고,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회수해가면서 통장이 바닥났다. 월급을 제대로 못 받은 것은 물론, ‘글로벌화’의 전진기지인 미국 법인의 폐쇄까지 고려했을 만큼 ‘참혹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세상이 바뀐’ 지금, 비록 ‘헝그리 정신’은 자취를 감췄지만 그렇다고 ‘들뜬 정신’이 느껴지진 않는다는 것. 오상수 사장은 이렇게 요즘 회사 분위기를 전한다.

    “봉급도 못받고 전셋값 걱정하던 시절, ‘빨리 돈걱정에서 해방돼 우리 하고 싶은 일에 한 번 미쳐보자’며 소줏잔을 기울이고 했다. 이젠 해방됐다. 다들 집 한 채씩 살 돈은 벌었다. 사장에서 말단까지 다들 엄청난 부자가 됐는데, 이젠 뭘 해야 되겠는가. 돈걱정 안해도 되니 인간답게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인간답게 산다는 건 딴 데 신경 안쓰고 일에 미치는 것이다.

    아마 1억~2억원쯤 벌었다면 다들 딴 생각을 했을 텐데, 이만큼 벌고 보니 달리 할 일도, 갈 데도 없더라고 한다. 그러니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다. 헝그리 정신으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한 경지인 것 같다. 진정 일 그 자체로써 성취감을 얻는 황홀한 경지다….”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 인터뷰

    새롬기술이 삼성과 전략적 사업제휴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인 1월12일 오상수 사장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오사장은 지금까지 언론과 정식으로 인터뷰를 가진 적이 거의 없다. 그는 “워낙 바빠서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고, 장기적인 사업전략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 언론에 나선다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기업 공개와 증자 과정에 상당량의 주식이 유출된 것으로 안다. 더욱이 삼성과의 제휴로 대주주인 오사장의 지분이 11%로 낮아졌다. 2대 주주가 된 삼성이 마음만 먹으면 장내에서 새롬 주식을 매입,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지 않겠나.

    “수치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내게 우호적인 지분은 많아야 30%밖에 안되니까. 하지만 삼성과의 제휴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을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경영권보다는 우리가 설정한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가 더 큰 관심사다. 내가 굳이 주인으로서 16%의 지분을 유지하기보다는 삼성 같은 기업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게 새롬으로선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삼성과 제휴한 이후에도 경영권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새롬에서 내가 할 일은 두 가지다. 95%는 CEO로서, 5%는 대주주로서 할 일이다. CEO의 입장에는 ‘좋은 주인’이 있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좋은 주인을 기반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 새롬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꼭 삼성이 아니더라도 좋은 주인이 될 만한 파트너가 필요했다. 내 지분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목표 실현의 가능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경영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다. 처음부터 친구들끼리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꾸려온 회사 아닌가. 7년 동안 이런 개념으로 살았는데, 왜 지금 와서 갑작스레 경영권에 연연하겠나. 삼성도 이런 뜻을 잘 이해해줬다. 오히려 우리가 삼성더러 ‘경영에 적극 간섭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금껏 바깥에서 간부들을 영입할 때도 ‘당신은 경영에 관여할 수밖에 없을 테니 회사에 돈 넣고 지분 참여하라’고 강권했다. 회사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몸도 키우고 돈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새롬과 제휴한 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게 되나. 임원 파견 등 세부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합의가 있었나.

    “아직은 추상적인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없다. 새롬이 큰 기업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큰 기업을 경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삼성이 지식과 인적 자원, 네트워크를 새롬에 빌려주는 형태로,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새롬이 주체가 되어 끌고 나가는 모양으로 생각하면 된다. 임원을 파견하는 문제도 협의된 바 없다. 다만 향후 삼성이 새롬에 임원을 파견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요청에 따른 것이다.”

    주가로만 평가하지 말라

    ―다이얼패드의 수익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19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다이얼패드닷컴도 아직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했다는데….

    “왜들 그리 성급한지 모르겠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석 달밖에 안돼 우리도 아직 정확한 데이터를 뽑지 못한 실정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그렇게 금방 돈을 벌어들이는 게 아니다. 서비스 론칭 후 트렌드를 봐가면서 서서히 수익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조금만 더 두고봤으면 좋겠다. 다른 인터넷 회사들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왜 우리는 그토록 짧은 기간에 돈을 못 벌었다고 사기꾼으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 이건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다. 정작 미국 투자자들은 우리더러 언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투자 문의는 빗발치고 있지만, 그들은 다이얼패드닷컴의 매출계획서조차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다.”

    ―새롬의 주가가 기업 내재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제발 우리를 주가로만 평가하지 말아달라. 우리가 해낸 대견스러운 일과 비전을 보고 우리를 평가해달라.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언론과 증시가, 젊은이들이 순수한 벤처정신으로 일궈낸 땀의 결실을외면하고 근시안적인 ‘돈의 논리’로만 우리를 매질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다. 새롬은 ‘성공한 기업’이 아니다. 다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품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간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이게 전형적인 벤처 모델이다. 주가는 이미 실현된 가치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주가가 비싸다느니 새롬 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떼부자가 됐다느니 하지만, 이런 것은 다 페이퍼 밸류(paper value)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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