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막판에는 ‘될 사람 밀어주자’ 분위기 있을 끼라예”

[6‧3재보선, 격전지를 가다] 전국적 관심지 된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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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6-05-20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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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河 조직력 vs 朴 지역 기반 vs 韓 팬덤 효과

    • 힘 있는 여당 후보 하정우의 조직력

    • 구포 출신 토박이 박민식의 지역 연고

    • 보수 재건 내세운 한동훈의 인지도

    • 생업 바쁜 시장 상인들, 여론조사 응답 안 해

    • “여론조사는 숫자일 뿐, 우리가 결정”

    부산 북구 덕천동 젊음의 거리.

    부산 북구 덕천동 젊음의 거리.

    부산 북구 덕천동과 구포동을 잇는 구포시장은 6·3보궐선거가 열리는 북구갑 민심이 한곳에 모이는 여론의 교차로다. ‘포스트 전재수’를 향한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국민의힘 박민식, 무소속 한동훈 세 후보가 하루가 멀다하고 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통에 구포시장은 말 그대로 ‘전국구 시장’이 됐다. 팬덤을 몰고 다니는 한동훈, 구포초·구포중을 졸업해 확실한 지역 연고를 갖고 있는 박민식, 그리고 힘 있는 여당 후보로 지역발전론을 앞세운 하정우. 5월 중순 찾은 구포시장에는 세 후보 지지자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5월 10일, 북구갑 보궐선거에 나선 세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풍경은 세 후보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한다. 구포시장을 찾은 한 시민은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세 후보 개소식, 세(勢) 대결 풍경

    “한동훈 쪽은 덕천로터리에 사람이 가득 찰 정도였어요. 얼핏 봐도 1만 명은 족히 돼 보이더라고요. 분위기만 따지면 한동훈이 최고였지예. 그런데 여기 사람들보다 외지인이 더 많았어요.”

    반면 다른 후보들의 개소식은 결이 조금 달랐다. 박민식 후보의 경우도 인파는 많았으나, 그 안에는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만큼이나 ‘장동혁 반대 집회’를 하러 온 외지인들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는 것.

    하정우 민주당 후보의 개소식은 ‘민주당 결집’ 그 자체였단다. 참석자 대부분이 민주당 관계자나 고정 지지층이었고, 일반 시민들 참여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관찰 결과다.



    북구갑 보궐선거는 국회의원 한 사람을 뽑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부산시장 선거는 물론 전국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까지 영향을 끼칠 태풍의 핵과 같다는 점에서다. 투표일을 20일 앞둔 5월 14일까지 발표된 부산 북구갑 여론조사 그래프는 요동치고 있다. 일관된 것은 하정우 민주당 후보가 3자 대결 구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구포시장에서 만난 상인들 반응은 차갑다 못해 무심하기까지 했다. 구포시장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상인 A씨는 “누가 1등을 하든지 간에 우리는 그놈의 여론조사라는 거 아예 안 믿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통계가 잡아내지 못하는 ‘정치와 생활의 괴리’가 짙게 깔려 있었다.

    “장사하는 시간에 상인들이 무슨 여론조사에 참여를 합니까. 손님 오면 1분 1초가 돈인데, 전화기 붙들고 ‘1번이냐 2번이냐’ 대답하고 있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전화 오면 무조건 꺼버립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다 전화를 끊어버리는데, 그 조사가 어떻게 진짜 우리 마음을 다 담겠습니까. 안 그래요?”

    부산 북구 구포동에 위치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

    부산 북구 구포동에 위치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사무소.

    상인들에게 여론조사는 사실상 ‘장사 방해’에 가깝다고 한다. 특히 손님이 몰리는 피크타임에 02나 031로 시작하는 지역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영업의 장애물일 뿐이라는 것. 결국 여론조사라는 틀 안에 갇힌 숫자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장 바닥 민심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게 상인들 얘기였다.

    그렇다면 상인들이 체감하는 진짜 분위기는 어떨까. 한 시장 상인은 “하정우하고 한동훈이 엇비슷하고, 박민식이 그 뒤를 따른다”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는 통계학적 근거 없는 ‘직관’에 기반하고 있었다. 단순 계산으로는 3파전으로 야권 표심이 나뉘어 여권에 유리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장 기류는 조금 다르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박종대 구포시장 상인회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상인들 중에는 단일화가 안 돼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요. 지금은 3파전으로 가지만, 나중에 막판에 가면 ‘될 사람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부산 사람들 특징이 안 그렇습니까. 막판에 가서 누가 이길 것 같다 싶으면 그리 확 쏠리는 게 있어요. 단일화라는 형식이 없어도 투표용지 위에서는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3파전의 치열한 경쟁이 오히려 선거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정우 후보의 탄탄한 조직력, 박민식 후보의 지역 연고, 그리고 한동훈 후보의 인지도가 맞물리며 북구갑 보궐선거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걷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5월 14일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북구 생활체육인 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5월 14일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북구 생활체육인 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세 후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시장을 찾아 상인과 주민들에게 엎드려 절을 하듯 유세를 하지만, 정작 유권자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후보들이 내뱉는 공약보다, 그들이 다녀간 뒤 시장에 남은 ‘온기’와 ‘실익’을 더 따져보는 눈치였다. 부산지하철 2호선 덕천역 주변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50대 여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들, 선거 때만 되면 다 자기들이 최고로 잘 해준다 카지요.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누가 진짜 우리 손을 잡아줄 사람인지, 누가 그저 사진 한 장 찍고 떠날 사람인지.”

    “박민식 응원하러 온 거 아이가”

    14일 오후 덕천동 숙등교차로에 위치한 박 후보 선거사무소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파트 대표와 부녀회장 등 지역 내 영향력이 큰 사람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구포초와 구포중 출신으로 박 후보와 학연이 있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출입구 쪽에 자리 잡고 앉은 구포초 출신 70대 후반 어르신은 “북구가 이래 유명해졌는데 이번 기회에 북구도 발전해야 안 되겠나”라며 박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다음과 같이 표했다.

    부산 북구 덕천동에 위치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소.

    부산 북구 덕천동에 위치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소.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구포 출신 박민식이 백번 낫지. 낮 시간에 이 많은 사람들이 와 여기들 모여 있겠노. 다들 박민식이 응원해 주러 온 거 아이가.”

    박 후보는 주민 간담회에서 “부산역과 부산진역은 국비로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는데, 구포역도 지하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신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구포역 지하화를 위한 국비 유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연고가 확실한 박 후보는 선거 초기만 해도 3자 구도 여론조사 때 하정우 민주당 후보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지율을 더는 끌어올리지 못하고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보수 결집’을 위한 단일화 프레임이 박 후보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었다. 박 후보 선거캠프 한 인사는 “오늘(14일) 아침 일찍 후보 등록을 마친 만큼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선거 완주 의지를 밝혔다.

    어릴 적 부산에 살다 서울로 올라간 하정우 후보는 뒤늦게 선거에 뛰어든 탓에 아직 민심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모습이었다. 덕천동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인공지능(AI)만 외치는 하 후보가 영 못마땅하다는 투로 말했다. 

    “변변한 공장 하나 없는 북구에 AI가 무신 말인가예.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다니니 누가 믿어주겠습니꺼.”

    5월 14일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 북구갑 후보가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5월 14일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 북구갑 후보가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실내 체육관 건립에 힘 좀 써주이소”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북구에 피지컬 AI 산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이 아직 북구 주민 피부에 와닿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구포2동에서 만난 하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논란이 됐던 ‘손털기’를 의식한 듯 유권자에게 허리 깊이 숙여 인사하는 것은 물론 양손으로 유권자의 손을 꼭 맞잡으며 정성스레 인사하고 다녔다.

    하 후보는 5월 14일 후보등록 직후 유튜브 공약 발표를 통해 “10년 후 북구를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AI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 후보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 내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14일 오후 북구 생활체육 종목별 대표들로 구성된 이들은 하 후보 선거사무실로 찾아와 “정부와 시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면 해결할 수 있다”며 2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북구 실내 체육관 건립’을 요청했다. 또한 낙동강 수변에 파크골프장을 건설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3자 구도에서 앞서 있는 하 후보가 당선권에 진입하려면 AI라는 생경한 단어보다 ‘임대’ 포스터가 여기저기 나붙어 공동화 현상을 보이는 덕천역 주변 ‘젊음의 거리’ 상권을 어떻게 되살릴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덕천역 ‘젊음의 거리’ 먹자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여사장은 “낮에 구포시장만 반짝 장사가 될 뿐 밤이 되면 밥장사, 술장사가 영 안 된다”며 “청와대 출신 높은 사람이 내려왔다 하니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도 먹고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밝혔다.

    한동훈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북구갑 ‘스타 정치인’이었다. 연고 없는 외지인임에도 팬덤이 몰리면서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한 후보 선거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1층에서 만난 한 여성 지지자는 “2024년 총선 때 이준석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지 않았나. 이번에 한동훈이 그리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작 그는 부산 남구에서 왔다고 했다. 투표권 없는 한동훈 지지자의 바람에 투표권을 가진 북구갑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내심 궁금해졌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지지자는 “이번 선거에 국회로 보내고, 나중에 대통령으로 청와대로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이 역시 부산진구에서 온 이른바 ‘외지인’이었다.

    외지인 한동훈 팬덤 응원, 북구 유권자 표심 움직일까

    5월 14일 부산 덕천동 ‘젊음의 거리’에서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이 한 후보를 뒤따르고 있다.

    5월 14일 부산 덕천동 ‘젊음의 거리’에서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이 한 후보를 뒤따르고 있다.

    14일 오후 3시. 덕천역 네거리에 위치한 한동훈 후보 선거사무소에는 주민 수십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덕천동 주민 세 사람이 “4시에 ‘젊음의 거리’에서 한동훈 거리 유세가 있다”며 3시 30분쯤 자리를 떴다. 주민과 함께 가보니 이미 한동훈 지지자 백여 명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구포동과 덕천동, 그리고 만덕동에 사는 ‘북구갑 유권자’도 있었지만, 부산진구와 해운대, 동래구 등에서 온 지지자, 심지어 경남 창원과 진주에서 ‘원정 응원’ 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부산 북구 덕천동에 위치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선거사무소.

    부산 북구 덕천동에 위치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선거사무소.

    4시가 다가오자 인파가 수백 명 수준으로 불어났다.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한 지지자는 “서울보다 부산 오는 게 훨씬 쉽다”며 “선거일까지 1주일에 2~3번은 더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포시장을 돌며 반찬거리를 사고 유권자인 구포시장 상인에게 한 후보 지지를 부탁한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한동훈 지지자 모임인 ‘부산 도토리’ 소속이라 밝힌 한 요양보호사는 “근무가 없는 날과 일을 마친 뒤에 진구에서 북구로 넘어온다”며 “내가 한 표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한동훈의 진심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극정성’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단어일까.

    6월 3일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는 무엇이 될까. 하정우의 조직력인가, 박민식의 지역 기반인가, 아니면 한동훈의 팬덤 효과인가. 북구갑 보궐선거는 결국 사전투표일과 본투표 당일 신분증을 들고 기표소로 향하는 북구갑 시민들 손끝에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세 후보 중 6월 3일 밤 북구갑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마지막에 웃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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