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원오는 ‘디테일 행정’” vs “부동산 경고하려 野 선택”

[6‧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부동산, 조작기소, 폭행사건…서울시장 당락 가를 핵심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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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6-05-19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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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오 ‘디테일 행정’ vs 오세훈 ‘정책 연속성’

    • 민주당, ‘민생 추경’ 강조하며 서민 표심 파고들어

    • 국힘, ‘세금 폭탄’ 경고로 불안감 자극

    • “정 후보는 성동의 자랑, 서울시민도 잘 챙길 것”

    • “집값 올려놓고 세금으로 옥죄…野 후보 찍겠다”

    • 장특공 폐지, 보유세 인상, 대출 규제 등 관심

    • 鄭-吳 지지율 격차 한 자릿수로 좁혀져

    • 폭행 사건, 조작기소 특검법 논란도 선거 영향 줄 듯

    5월 1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 다양한 국적의 젊은이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5월 1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 다양한 국적의 젊은이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5월 16일 오후 3시. 최고기온 29도를 기록한 초여름 날씨 속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대합실은 젊은 데이트족과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개성 넘치는 옷차림을 한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이 몰린 ‘연무장길’은 서울, 특히 성수동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명소가 됐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유명 플래그십 못지않게 한 젤라토 가게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연무장길을 벗어나 대로변으로 나오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거리에 나붙은 각종 플래카드들은 6·3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세금 폭탄’을 경고하며 서울에서 자가 아파트를 보유한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었고, 집권 여당 민주당은 ‘민생 추경’을 강조하며 벼랑 끝에 선 서민들의 표심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광화문과 강남, 홍대 앞과 성수동 등 세계인이 즐겨찾는 ‘핫플레이스’ 서울의 미래 4년 시정을 책임질 시장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성수를 세계적 ‘핫플’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잘러’로 통하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일까. 아니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세빛섬 등 세계인이 주목하는 랜드마크를 선보이며 서울을 ‘글로벌 5대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다시 선택할까. 투표일까지 보름 남짓 앞둔 시점에 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서울 민심을 살폈다.

    “정원오, 성수의 자랑이자 성동의 자랑”

    성수역 주변을 걷다 보면 서울의 다른 자치구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시설물을 여럿 마주치게 된다. 세련된 통유리 외관에 냉난방 시설과 공기청정기, 무료 와이파이까지 갖춘 ‘성동형 스마트쉼터’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과 청년이 나란히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구청부터 주민센터와 복지회관, 체육센터 등 성동구 공공시설까지 무료로 데려다주는 셔틀버스인 ‘성공버스’ 정류장도 눈에 띄었다. 정원오 후보가 성동구청장 3선 재임 중 선보인 ‘디테일 행정’의 흔적이다. 성수역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정원오 후보에 대해 이렇게 극찬을 쏟아냈다.

    “정 후보는 꼼꼼하고 자상한 성실맨으로 기억한다. 동네의 작은 행사에도 꼭 참석해 주민들 손을 잡고 얘기를 잘 들어줬다. 침체됐던 성수를 지금처럼 살려낸 것은 누가 뭐래도 정 후보 덕이다. 성수의 자랑이자 성동의 자랑이다. 성동구 살림을 꼼꼼하게 잘 돌본 사람이라면, 서울시장이 돼서도 시민 살림살이를 잘 챙기지 않겠나.”

    성수동을 한 발짝 벗어나면 정 후보에 대한 여론의 온도 차가 느껴진다. 서울 을지로에 거주하며 2년 전부터 성수동 한 팝업스토어에서 일한다는 30대 한 여성 점원은 “정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성수동이 원래부터 홍대 앞이나 이태원처럼 번화한 동네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동대문구에서 성수로 놀러왔다는 대학생 커플도 “성수는 잘 알아도 정원오는 잘 모른다”고 했다. 정 후보의 ‘디테일 행정 효능감’이 아직 성동구 울타리를 넘어 타 지역 거주자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듯하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정원오식 행정 효능감이 서울시민 전체에 전달되느냐가 정 후보의 당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4선 서울시장으로 10년 넘게 서울시정을 이끌어 온 오세훈 후보는 높은 인지도와 정책 연속성이 강점이다.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는 “3년이면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는데 10년 넘게 시장으로 일한 오 후보는 서울시 구석구석을 얼마나 잘 알겠느냐”며 “곧바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오 후보의 장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네거리 양쪽 길가에 ‘부동산 세금’ 이슈를 다룬 더불어민주당(왼쪽)과 국민의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네거리 양쪽 길가에 ‘부동산 세금’ 이슈를 다룬 더불어민주당(왼쪽)과 국민의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요 변수 떠오른 ‘부동산 세금’ 이슈

    이번 6·3 서울시장 선거의 진짜 승부처는 아파트 단지 밀집 지역이 될 공산이 크다. 각 정당이 거리에 내건 플래카드들은 서울시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폐지’ 및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부각해 서울 자가 아파트 보유자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송파구 잠실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70대 초반 은퇴자 김모 씨는 “현재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장특공이 폐지되고 보유세까지 오른다고 하니 걱정”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집값이 오른 건 공급 부족 같은 정책의 문제지, 내가 투기를 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이번에는 내 재산을 지켜주고 세금 부담을 낮춰줄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60대 중반의 한 은퇴자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서울에 집 한 채 있는 걸 전세 주고 그 전세금으로 경기 외곽 조용한 곳에서 사는 은퇴자도 많다”며 “장특공 폐지로 비거주 1주택자 혜택을 폐지하면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잠실역 사거리에는 “소득 없는 1주택자 재산세 감면, 민주당이 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도로 반대편에는 “대통령 죄는 삭제, 국민은 세금폭탄, 서울시민이 심판합시다”라는 국민의힘이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부동산 공포는 유주택자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집이 없는 서민과 자녀의 독립을 앞둔 중년 가장들에게도 꽁꽁 묶인 대출 규제가 커다란 벽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성북구 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50대 자영업자 안모 씨는 최근 아파트 청약을 알아보다 대출 규제에 막혀 청약을 포기했다고 한다.

    “요즘 서울에서 좀 괜찮다 싶은 84㎡ 아파트 분양가가 20억 원 가까이 되는데, 청약에 당첨된다 한들 당장 내 손에 2억 원 가까운 순수 현금이 있어야 계약금을 치르고 중도금을 감당하는데, 그 큰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 정말 막막하다.”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60대 중반 오모 씨의 경우 본인은 실거주 1주택자이지만,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출이 막히면서 자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길도 막혔다고 말했다.

    “결혼 앞둔 아이를 위해 경기도 외곽에 전세 끼고 작은 아파트라도 미리 사두려고 알아봤더니,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 대출이 완전히 막혀 있더라. 갭투자니 뭐니 하는 투기꾼 잡겠다는 취지는 알겠는데, 자식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방안까지 막아놓은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

    李 부동산정책에 대한 판단, 시장 선택에 영향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판단은 정 후보와 오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듯하다.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에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수했다는 40대 중반 이모 씨의 말은 이렇다. 

    “갭투자 전체를 투기로 모는 정부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을 때는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아닌가. 우리 같은 홑벌이 가정은 차곡차곡 돈을 모아 집을 사려고 해도 매번 고공행진하는 집값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갭투자라도 해야 했다. 4~5년 열심히 일해 전세금 만들어 세입자에게 내주고 입주하려고 아내와 계획을 세웠다. 그럼 나도 투기꾼인가. 그동안은 집값을 올려놓더니 이젠 세금으로 옥죄는 데 항의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선 야당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다.” 

    두 후보는 모두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정 후보는 정비사업 절차를 통합해 기간을 15년에서 10년 이내로 단축하고 2031년까지 36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이른바 ‘착착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서민의 주거 불안 해소를 겨냥해 공공의 책임성을 결합한 실속 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오 후보도 기존 신속통합기획을 고도화해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 달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5선에 성공하면 정책의 연속성이 높아 이미 가동 중인 시스템을 활용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음주·폭행 사건, 조작기소 특검도 변수

    6·3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정 후보와 오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4월 22~2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 때 정원오 45.6%, 오세훈 35.4%로 10.2%포인트 차이던 두 후보 지지율 격차는 5월 12~13일 조사 때는 정원오 44.9%, 오세훈 39.8%로 격차가 5.1%포인트로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는 모두 CBS 의뢰로 KSOI가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2명(5월 12~ 13일 조사는 1001명) 대상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두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불거진 1995년 정 후보 폭행 사건과 관련한 공방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한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 논란’도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들 막판 변수로 보인다. 

    정 후보의 음주·폭행 사건은 1995년 그가 양천구청장 비서 시절 서울 신정동의 한 카페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민간인 2명과 경찰 2명을 폭행한 사건이다. 정 후보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한 다툼이었으며 반성한다”고 밝혔지만, 당시 사건을 지적하는 양천구의회 의원의 속기록이 나타나며 카페 여종업원 외박 요구와 영업을 못 하게 하겠다는 협박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음주 폭행 사건’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무관하다’고 공세를 펴고 있고, 정 후보 측은 “저질 네거티브”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미아동에 사는 50대 주부 문모 씨의 말은 이렇다.

    “여종업원에게 외박을 요구하고 심지어 영업을 못 하게 하겠다는 협박을 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권위와 힘을 믿고 약자를 몰아붙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 후보도 이에 대해 확실하고 소상하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고, 국민의힘도 과하게 정치적 공세를 펴기보다는 오 후보 공약을 더 알려야지 자칫하다간 마이너스가 될 거다. 4선을 한 오 후보가 강북에서 한 게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윤석열 정부 검찰의 조작수사 의혹 규명 특검)’에 대한 여론의 향배다. 특히 법안에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한 사람을 위한 과도한 입법’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논란을 의식해 법안 처리를 선거 이후로 연기했지만 ‘국민이 아닌 대통령 1인을 위한 입법 아니냐’는 반발 기류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5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작기소 특검에 재판 무효화 등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 44%, 찬성 27%, 의견 유보 28%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서는 찬성 24%, 반대 49%로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홈페이지 참조).

    외형상 서울시장 선거는 정원오 대 오세훈 두 후보의 대결 구도로 치러지지만, ‘이재명 정권 1년’에 대한 심판과 오세훈 시정 10년에 대한 심판 성격도 가미돼 있는 것이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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