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둔 전업주부 국아무개(40)씨. 그녀는 요즘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자책감에 빠져들 때가 많지만 대학동창인 박아무개(40)씨가 전화를 걸어오면 이를 뿌리치지 못하고 종종 현관문을 나선다. 신도시에 거주하는 국씨의 ‘밤 외출’이 잦아진 지 벌써 넉달째다.
남편이 지방출장 갔을 때 첫 경험을 해본 ‘밤 외출’은 그후 업무상 접대 등으로 남편이 늦게 귀가하는 날이 늘면서 점차 빈번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더 과감해져 남편이 일찍 퇴근할 날에도 “잠시 옆집 아줌마한테 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집을 나선다. 국씨가 친구 박씨를 비롯해 동네 아줌마 한 명과 자주 찾는 곳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성인나이트클럽.
국씨의 밤 외출은 올초 인근 아파트 단지로 이사온 박씨가 “심심한데 맥주나 한 잔 마시러 가자”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나서면서 시작됐다. 동네 호프집에 가서 간단히 맥주나 한 잔 마시는 줄 알았지만, 박씨가 데리고 간 곳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B나이트클럽이었다.
당황한 국씨가 “왜 이런 곳에 데리고 왔느냐”며 들어가기를 꺼리자 박씨는 “술을 공짜로 마실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화끈하게 춤도 출 수 있고 잘만 하면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사건(?)도 있다”며 팔을 잡아끌었다. 국씨는 “오랜만에 대학 시절 분위기도 내고 스트레스도 풀자”는 친구의 말에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나이트클럽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처음엔 몰랐죠. 정말 몰랐어요. 춤을 추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나 풀자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제 와서는 후회하고 있지만 이미 색다르게 ‘노는 맛’에 길들여져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4학년인 두 아들을 보면서 ‘이쯤에서 그만 둬야지’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노는 맛’이 뭔가 달라요
국씨가 말하는 ‘노는 맛’이란 다름 아닌 성인나이트클럽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묻지마 부킹’. 나이트클럽에서 성행하는, 이른바 ‘묻지마 부킹’은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합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업소의 웨이터를 통해 이뤄진다. 부킹은 대부분 남자손님들이 먼저 제의해 온다. “아무 여자나 머릿수 맞춰서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마음에 드는 여자들이 눈에 띌 경우 “저기 저 팀으로 해달라”고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웨이터에게 ‘물 좋은 여자’를 부킹시켜 달라며 팁을 건네기도 하는데 액수는 대략 1만원선.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손님들의 요청이 있기 전에 웨이터가 ‘척척’ 알아서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성인나이트클럽을 찾는 손님의 대다수가 부킹을 목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친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봤다며 먼저 부킹부터 하자고 하더라고요. 제가 ‘춤이나 추고 놀다가자’고 했더니 ‘여자들끼리만 놀면 무슨 재미가 있냐’고 반문하는 겁니다.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눈 딱 감고 한번만 화끈하게 놀고 가자’는 말에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웨이터가 안내하는 대로 룸이란 곳으로 들어갔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상대 남성이 어떤 사람인지 묻자 웨이터가 저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킹 처음이시군요’ 하면서 빙긋이 웃더라고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국씨는 친지의 소개로 현재의 남편을 만나 6개월 여의 교제 끝에 결혼했다. 중소기업에서 중간간부로 있는 남편이 바쁜 회사일 때문에 아내 국씨와 가정에 무관심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불만은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국씨는 친구 따라간 나이트클럽에서 맛본 ‘짜릿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매번 두번 다시는 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지만 친구가 전화를 걸어오면 이 다짐은 곧 물거품이 된다.
“룸에 들어가 친구가 선택해준 남자 옆에 쭈뼛쭈뼛 앉았더니 그 사람은 술 한 잔 따라주며 살며시 어깨에 손을 얹데요. 놀라 손을 뿌리치자 친구가 ‘그러지 말라’며 눈치를 주더라고요. 몇 잔의 술이 오고가자 남자가 제 손을 잡는가 싶더니 급기야 허벅지를 만지는 거예요.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이런 사실을 남편이 알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처음엔 무척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재미도 있더군요. 그후 서너 번의 부킹을 통해 남자를 만나고 보니 점점 대담해지기 시작했고 갈수록 낯선 남자와 즐기는 ‘짜릿함’이 기다려지기도 해요.
”서울 영등포의 K나이트클럽에서 5년째 일하면서 부킹 알선을 전문적으로 하는 ‘여자 웨이터’ G(45)씨는 “부킹을 처음 해보는 여성들일수록 상대 남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를 집요하게 물어보는 편”이라고 귀띔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업계의 철칙이다.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부킹을 제의받으면 곧바로 수락한다고 한다. 상대방 남자가 맘에 들 경우 계속 합석을 하지만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또 다른 부킹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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