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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준비하는 30대들

“인생열차 중간쯤 한번 갈아타면 어때요?”

‘인생2막’ 준비하는 3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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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답이 있는 인생은 싫다. 30대들은 다시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선다. ‘삼팔선 시대’의 30대들은 위기는 곧 기회요, 길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평범한 일상, 안정된 월급도 싫다. 불안과 두려움을 과감히 떨치고 인생 2막을 열어젖히는 30대들의 ‘쿨 라이프(cool life).’
‘인생2막’ 준비하는 30대들

직장인들에게 MBA과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인생2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11월29일 광주 신세계백화점 9층 세미나실. 참가자 대부분이 30대로 보이는 1백여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실내는 이들이 뿜어내는 긴장감과 열기로 가득했다. “이제 투잡스(two jobs)는 필수입니다” 사회자의 짧은 구호가 개회를 알렸다. ‘아이 해브 투잡스(I have two jobs)’ 동우회에서 주최한 투잡스 설명회장. ‘투잡스’는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업이나 공부를 하면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투잡스족’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이들의 설레는 눈빛과 열기가 우리 사회 30대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30대는 왜 투잡스족으로 변신을 꿈꾸는가?

“30대에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게 저도 낯설어요. 하지만 부업이라도 해야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이게 현실입니다.” 한 참석자가 짧게 소감을 밝혔다.

“사오정이나 오륙도는 흘러간 말이에요. 삼팔선을 넘어 35세 정년 이야기도 나오고 있잖아요. 뭐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왔어요.”

신세계백화점에 근무하는 김모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시간은 없는데 직장에서는 능력을 발휘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요. 눈치만 보게 되고요. 요즘 투잡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잖아요. 여기서 내 능력을 조금 더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좋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왔어요.”



이번 설명회를 주최한 ‘아이 해브 투잡스’ 동우회의 조원현 팀장. 그는 30대 투잡스 열풍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2003년 1월초에 뜻을 같이하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투잡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카페를 개설, 벌써 회원이 2만3000명에 이르고 실제 창업을 준비하는 동우회도 다섯 개나 된다. 지난해 12월에는 투잡스 프로젝트 팀에서 기획하고 실무준비까지 마친 노점 프랜차이즈 1호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조 팀장이 생각하는 투잡스는 무엇일까.

“투잡스는 단순히 본업에 부업을 하나 더하는 것이 아니에요. 당장 수익이 있든 없든 언제 직장에서 나와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대안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사회에서 평생직업에 대한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D증권사와 E신문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조원현 팀장은 지금은 어엿한 사업체를 가진 ‘사장님’이다. 직장에 다니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 투잡스족이었던 조 팀장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2003년 9월부터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직장 때문에 시작했는데, 다행이 아이디어를 쉽게 얻은 편”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하는 데 2개월, 쇼핑몰 만드는 데 2주가 걸렸으니까 창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석달에 불과했다. 조원현 사장은 지금 러시아에서 킹크랩을 수입하고 국산 대게를 살아 있는 대로 캐나다까지 수출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30대는 직장에서 한창 일할 나이가 아니다. 초보의 때를 벗고 본격적으로 일해볼 만한 나이라고 생각했던 30대들이 흔들리고 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98년부터 2002년까지 실업급여 신청자 중에 3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업급여 신청자 중에서도 30대는 30%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신용불량자 수가 36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30대의 증가율이 3.2%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30대는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대, 세대의 경계인

직장에 다니며 학원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한모(38·KT 근무)씨는 “30대는 이 사회에서 팔과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팔과 다리를 잘라내고 어떻게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를 바라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 같은 기술직도 자리를 보전하기 힘든 걸 보면 평생직장은 아니더라도 평생직업만큼은 보장해준다는 정부 말은 다 사기” 라는 것이 한씨의 주장이다.

외국인 투자회사에 근무하다 MBA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34)씨는 이런 30대를 ‘진정한 세대의 경계인’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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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주현 자유기고가 asinamu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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