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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준비하는 30대들

“인생열차 중간쯤 한번 갈아타면 어때요?”

‘인생2막’ 준비하는 3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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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30대 초중반은 웃기는 세대입니다. 지나는 관문마다 경쟁이 치열했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에 나오려니까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고용환경도 급격히 바뀌고 있어요.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예요. 그래서 30대들은몸은 사무실에 있어도 늘 딴생각을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30대 위기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 오히려 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전문가들은 이제 30대 퇴직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 30대의 위기를 극복할 자신만의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여태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이라도 좋고, 아니라도 좋다. 무조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30대들은 그것을 ‘인생 2막’이라고 부른다. 위기는 곧 기회이고 길은 끝난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인생 2막의 주인공들이다.

“너무 늦으면 새로운 길을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더 늦었다면 꿈도 이상도 없이 현실에만 안주하지 않았을까요?”

자원봉사자 교육훈련 단체 ‘볼런티어 21’ 오영수 홍보팀장. 그는 나이 서른에 접어들자 자신이 평소 꿈꾸던 삶을 살기로 했다. 여성의 힘으로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며 이르렀던 대리 직함도 버리고 안정된 봉급도 포기했다.

“저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는 전공에 맞춰 동물 의약품 제조회사에 입사했죠. 경력이 쌓이면서 월급봉투는 두꺼워졌지만, 그럼 뭐해요? 항상 구조조정 때문에 불안한데. 대리에 이르는 데도 전쟁을 치렀는데 과장, 부장을 생각하니까 너무 아득하잖아요. 언제 나가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웃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J약품에 7년 동안 근무했던 오씨가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며 사표를 던질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소녀 같은 미소를 지닌 오씨는 정말 소녀처럼 ‘철없이’ 사표를 던진 것일까?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있었고 월급봉투를 생각해봐도 쉽게 결정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더구나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내가 꿈꾸던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도 더는 내 꿈과 상관없는 일에 연연하면서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었어요. 서른이라는 나이, 더 늦으면 안되는 나이더라고요.”

잘나가던 영어강사를 그만두고 음식점 창업을 앞두고 있는 한모(37·여)씨.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교육을 이수하고 창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한씨가 인생열차를 갈아타기까지 겪었던 어려움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주위에서 많이 만류했죠. 그 나이에 아줌마가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데 뭘 더 바라느냐, 경기도 안 좋은데 무슨 창업이냐며 다들 성화였죠. 직접 나와 보니까 사실 그런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니에요. 창업 소양, 마인드, 경영, 인테리어, 직업예절까지 준비할 것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요.”

이쯤 되면 잘나가던 학원강사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창업을 서두르는 이유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을 법도 하다.

“그래도 저는 올해 꼭 창업을 할 겁니다. 장사의 ABC도 모르는 제가 주위에서 극구 말려도 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딱 한가지뿐이에요. 정말 은퇴할 때까지 남에게 구애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찾고 싶은 마음뿐이죠”.

‘3억원 짜리’ MBA

외국인 투자회사에 7년 정도 근무하다 MBA에 도전하고 있는 이모씨(34·ㅈ투자회사 휴직). 그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삶에 안주하면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미래에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지금은 MBA가 특별한 커리어로 대우받지만 미래에는 필수적인 항목으로 요구받지 않을까요? 현재의 직장에서 계속 일한다면 당장은 나을 수 있겠지만 10∼15년 후에 새로운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MBA를 수료하고 나면 인생 2막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MBA는 준비기간까지 모두 포함해 적어도 3년의 시간과 억 단위의 비용이 필요하다. 기회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3년과 3억원이라는 투자비용이 드는 셈이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그만큼 심리적 압박감이 크지 않을까.

“MBA는 최소 2억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3억원이죠. 굉장한 돈을 쓰는 겁니다. 그동안 회사에 6년 동안 근무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어요. 퇴직이 아니라 휴직의 기회를 준 것도 회사죠. 저는 상당히 많은 기회를 포기하면서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나이가 서른넷인데 더 미루면 영영 기회가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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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주현 자유기고가 asinamu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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