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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원하는 30대 직장인

“이제 말 잘 듣는 30대는 필요없다”

기업이 원하는 30대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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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저기서 30대 임원, 30대 관리자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말 잘 듣는’ 30대보다 경영자 입장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30대를 원한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30대, 상사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한 30대는 우리 기업의 미래를 이끌 예비군이다.
기업이 원하는 30대 직장인

기업들은 정해진 업무를 무리없이 수행하는 직원보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무장한 인재들을 선호한다.

현재 한국의 30대 직장인의 모습은 ‘삼팔선’이라는 단어에 잘 나타나 있다. IMF 사태 이후 ‘사오정’과 ‘오륙도’라는 말이 나돌더니 이제는 30대마저도 명예퇴직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30대들에게도 명예퇴직이 화두가 될 정도로 고용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실업급여를 신청한 167만명 중 30대가 49만명으로 가장 많은 29.6%를 차지하고 있다. 실업급여 신청자격이 정리해고, 권고사직, 도산, 폐업 등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 시대의 30대가 점점 우울한 위기의 세대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30대는 기업 내에서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하는 세대다. 20대의 서투름과 어설픔을 탈피해서 조직생활의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상태라 중간자의 위치에서 실무와 관리 양쪽을 모두 잘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창 일할 나이의 30대 직장인에게 최근 같은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경력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불안감은 30대 직장인들로 하여금 ‘존재의 무거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 길이 맞는 것일까?’ ‘이것은 내가 바라던 인생이 아닌데’ 등과 같은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30대들이 앞날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과 막막함이 직장인들을 사춘기 청소년처럼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이른바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기업체 임원도 30대로 교체중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다가는 직장과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고 어떻게 도전하느냐에 따라서 오히려 30대에 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력이 될 수도 있다. 즉 ‘삼팔선 시대’를 맞아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30대가 있는 반면 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 멤버로 발돋움하는 30대도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단일기업의 1회 감원폭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5500여명에 대해 명예 및 희망퇴직을 실시한 KT의 30대 희망퇴직자는 532명이나 됐다. 이는 전체 명퇴자 중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10월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한 KTF는 무려 59명의 30대 직원들에게 팀장 보직을 맡겼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KTF의 전체 팀장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늘어났다. 한편 지난 1998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SWC코퍼레이션(옛 삼성시계)은 30대의 김동순 차장을 사장으로 전격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부장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등 모두 5단계를 건너뛴 놀랄 만한 발탁인사다.

이처럼 ‘기업의 별’이라고 하는 임원급에 30대를 기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40대 후반∼50대가 되어야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와중에서도 핵심인재는 아낌없이 발탁해 쓰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중에도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의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李秉喆) 회장은 생전에 ‘메기론’을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미꾸라지가 잔뜩 모인 물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게 되면 미꾸라지떼를 자극해 전체적으로 활력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한 사람의 인재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결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최고의 자산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불필요한 인력은 내보내면서도 일당백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CEO가 직접 핵심인재를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원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우수 기술인력의 경우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업체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업체간에 법정 소송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예로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과 LG, 팬택 등 3사는 극심한 인재 쟁탈전을 벌이면서 3사가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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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미영 인크루트 이사 rose@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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