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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운용

잠자는 한국 방위비 분담금… 날린 이자만 1000억

“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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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부가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의 상당부분과 시설 건설비용이 2002년부터 서울과 미국의 금융권에 예치돼 있었음이 확인됐다. 주한미군사령부는 그중 일부에서 이자수익을 거둬왔음을 인정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와 국방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진행 중이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이를 활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이 일본식 지급방식을 택했다면 이자만도 엄청나게 절감할 수 있었다. 과연 ‘건강한 동맹’이란 무엇인가.
“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운용

2006년 11월29일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방위비 분담금 협정 체결을 위한 6차 협상. 우리측은 조태용 외교부 북미국장을 수석대표로, 미국측은 로버트 로프티스 방위비협상대사 등이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여의도와 강남의 금융가에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주한미군이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서울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유치한 회사들이나 그로부터 재투자를 받은 회사들은 희색이 만면하다는 내용이었다. 매년 1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꼬박꼬박 쌓이는데, 자금이 들어오는 시점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에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하는 일자와 대략 맞아떨어진다는 것. 뒤집어 말하면 주한미군사령부가 방위비 분담금의 상당부분을 사용하지 않은 채 금융권에 맡겨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사정은 11월 무렵 청와대와 국방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관련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관련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주한미군사령부는 수일 후 관련 내용을 대부분 인정하는 취지의 설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이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자금의 규모는 대략 8000억원 안팎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 금액은 금융권 관계자들을 통해서도 교차 확인되며,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미 국방부 재무제표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주한미군은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이 부족하다는 공개발언을 했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올들어 1월18일 외신기자클럽 초청연설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예산의 41%만 분담하기로 해 3%(1000억원)가 부족하다”며 “심각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달 내에 한국인 고용원과 군수 보급물자 등에 대한 감축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3월7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균형된 방위비 분담은 ‘동맹의 힘’과 관련해 기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선 방위비 분담금의 상당부분이 금융권에 맡겨져 있다는 소식을 마침 진행 중이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측의 지렛대로 활용할 만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국방부 등 주무부서는 ‘방위비 분담금은 이미 미군에 지급된 돈이므로 사실상 미국의 예산’이라는 취지에서 이 문제를 협상과 연계하지 않는다는 최종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직후인 12월6일 한미 양국은 미국측과 2007년도 분담금을 7255억원, 2008년도 분담금은 이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액수로 확정하고 협상을 마무리했다. 2006년도 분담금에 비해 451억원가량 늘어난 규모였다.

흥미로운 것은, 금융권에서는 맡겨진 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이 부동산 관련 펀드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주식이나 채권과 비교할 때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국내 정서상 사뭇 의미가 다르다. 8000억원이라는 자금규모를 감안하면 한국 정부 예산에서 지급된 자금이 주한미군을 거쳐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일조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투신권 관계자들 사이에는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국제적인 부동산 투신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예를 들어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고문으로 일하는 칼라일그룹의 경우 부동산 등을 비롯한 4대 부문에서 550억달러를 운용하는 대표적인 사모펀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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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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