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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운용

잠자는 한국 방위비 분담금… 날린 이자만 1000억

“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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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司 “자금 예치는 사실”

“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운용
관련내용을 확인한 ‘신동아’는 3월9일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설명을 듣기 위해 공식 질의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측은 3월14일 “주한미군 관련 사안이므로 주한미군사령부가 답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논평하지 않겠다는 답을 보내왔다. 같은 날 주한미군사령부 김영규 공보관은 기자와 만나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주한미군이 한국의 금융권에 적지 않은 규모의 자금을 예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액수를 우리가 확인해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예치한 자금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2002년 무렵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군 시설의 위치를 변경하면서 그에 따라 발생한 시설 신축자금으로, 이는 방위비 분담금과는 무관하다. 한국 정부로부터 원화로 지급받은 이 돈은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군기지에 새로 시설을 지을 때 사용할 예정이다. 평택 이전이 늦어짐에 따라 자금은 한국의 금융권에 맡겨져 있고 주한미군이 그 수익을 얻고 있으나, 이율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

다른 한 부분은 2002년 이후 한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으로 주한미군에 지급한 돈이다. 그러나 이 돈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계좌에 들어 있다. 미국 내 관련법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받은 돈으로 이자수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군사시설 건설자금 용도로 지급된 것으로 평택기지와 군산기지 건설 마스터플랜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협상이 늦어짐에 따라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추후 기지건설 과정에 사용될 것이다.”

김 공보관은 “이자가 발생하는 자금과 발생하지 않는 자금 비중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구체적인 예금 명세와 금융기관명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에서 나온 자금은 한국 금융권과 미국 금융권에 분산돼 있다. 한국 정부가 원화로 지급한 분담금은 한국 금융권에, 달러화로 지급한 분담금은 미국 금융권에 예치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방위비 분담금으로 받은 돈과 다른 명목으로 받은 돈은 명백히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벨 사령관은 앞서의 외신기자클럽 연설에서 “방위비 분담금(가운데 군사시설 건설비)의 50% 이상을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2년 이후 한국 정부가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 중 군사시설 건설비(MILCON)는 총 1조2000억원 규모. 그 가운데 달러화로 지급된 돈은 총 9080만 달러다. 벨 사령관의 발언과 김 공보관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달러화로 지급된 돈 전액이 미국 금융권에 예치됐다고 가정해도, 한국의 금융권에는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최소한 5000억원 내외가 예치된 셈이다.

이 같은 계산은 미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2007회계연도 1분기 재무제표’와도 대략 맞아떨어진다. 이에 따르면 2007년 1분기 현재 미 국방부의 달러화 현금보유액은 1조6589억달러이고 외환보유액은 8억3105만달러다. NATO와 일본은 방위비 분담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으므로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은 한국 정부가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미 국방부 웹사이트에 있는 이전연도 회계자료를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2000년 6660만달러, 2001년 6890만달러에 불과하던 외환보유액은 2004년 2억1691만달러, 2005년 4억7950만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2년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쌓아왔다는 주한미군사측 설명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2006년 같은 기간 외환보유액이 4억4106만달러였던 것이 ‘주로 한국 정부가 제공한 건설비용 3억2420만달러로 인해 증가했다’는 재무제표의 설명도 현재 외환보유액 대부분이 주한미군의 원화 예치자금임을 방증한다. 2006년 한국 정부가 제공한 MILCON 가운데 절반이 평택기지용으로 예치됐다면, 전년도 외환보유액과 합해 5000억원대의 원화를 예치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한국 금융권을 통틀어 맡겨진 주한미군의 원화자금은 8000억원 안팎, 그 가운데 평택기지 건설을 위해 쌓아둔 원화자금이 5000억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 정부가 달러화로 지급해 주한미군이 미국 은행에 맡긴 방위비 분담금은 최대 800억원대까지 가능하다. 다만 미 국방부 재무제표는 달러화와 외환보유액을 총액으로만 적시하고 있어 투자대상 등 세부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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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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