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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日 민단, 보조금 삭감 놓고 정부와 파열음

“본국은 우리를 버리고 조총련을 택할 것인가”

在日 민단, 보조금 삭감 놓고 정부와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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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단-조총련 ‘화해 소동’ 이후 소원해진 盧 정부와 민단
  • 5·17 회담 주선한 전 단장은 취임 직후 대통령 만났는데…
  • ‘정부 비판하지 않는다’는 민단 불문율 깨질 듯
  • 민단에 줄 돈 다른 단체에 주면 ‘불법행위’
在日 민단, 보조금 삭감 놓고 정부와 파열음

노무현 정부와 재일 민단 사이를 결정적으로 멀어지게 한 2006년 5·17 민단-조총련 화해 장면. 민단은 5·17 화해를 임의로 주도한 하병옥 단장(왼쪽)을 탄핵했는데 그 후 노무현 정부는 민단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했다. 아래 문서는 정부지원금 축소를 통보한 니가타 총영사관 공문.

“우리가 무슨 대역죄라도 지었는가. 정부에 반기를 든 대가라면 순순히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그건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

3월8일 서울에서 만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의 핵심간부 A씨는 격노했다. 대체 정부와 민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겉으로 드러난 문제의 발단은 정부가 매년 민단에 지원해온 보조금 지급 축소 결정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지난해 5월17일의 민단-조총련 화해성명 파동, 이른바 ‘5·17 소동’을 둘러싼 정부와 민단 사이의 갈등이 숨어 있다.

갑작스러운 8억 삭감 통보

지난 2월2일 민단의 정진(鄭進) 단장은 일본의 48개 도(都)·도(道)·부(府)·현(縣)에 있는 지방 민단장을 도쿄로 소집했다. ‘긴급 전국 단장단 회의’였다. ‘정부 보조금 감축’이라는 단일 안건이 상정됐다. 민단은 이 자리에서 참석자 120명 만장일치로 ‘올해부터 보조금 일부를 직접 집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앞서 1월 초 주일한국대사관은 민단에 구두로 “정부가 지원하는 총보조금 가운데 올해는 20%, 2008년에는 30%를 공관이 관장한다”는 방침을 통지했다. 일본 각지에 있는 총영사관이 민단 지방조직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심사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요지. 정부 당국자는 “집행처가 민단 중앙본부에서 공관으로 변경된 것일 뿐이며, 그것도 총보조금의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날 대사대리로 참석한 김영선 정무공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8월 민단에 대한 지도감사 결과 (회계처리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공관을 통한 직접 지원은 정부가 숙고한 끝에 결정한 것이다. … 이번 조치로 중앙과 지방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하던 회의장이 달아올랐다.

“정부의 그러한 방침은 민단을 경시한 것이다. 결코 용인할 수 없다. (그렇게 한다면) 민단의 지방조직은 공관의 의향에 좌우되고 말 것이다.”(장총명 중앙민단 상임고문)

“우리는 5·17이란 중대 문제를 해결했다. 용기와 지혜가 있는 것이다. 대사의 발언은 일방적인 명령이다. 대사관이 민단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 것에 분통이 터진다.”(신용상 중앙민단 상임고문)

민단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단 활동의 통일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 공관이 지방민단을 직접 상대하면 중앙민단장이 모르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60년간 민단은 중앙민단장 주도의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40만명이 넘는 단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은 중앙본부라는 컨트롤타워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민단측은 대사관과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는 더 큰 ‘폭탄’을 들고 있었다. 2월16일 민단 중앙본부로 주일한국대사관이 2장짜리 문건을 보내왔다. ‘2007년도 재일민단 정부보조금 지원’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문건에는 올해 보조금 액수와 신청방식, 심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앙민단을 당황케 한 것은 ‘총액 65억원’이라는 보조금 액수였다.

처음에는 공관의 행정착오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구하자 “맞다. 본부(외교부를 지칭)에서 결정한 것이다”란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73억원을 의결했는데 외교부가 65억원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아무 예고도 없이 8억원이 삭감된 이유를 물었으나 대사관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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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통일일보 서울지국장 doithu@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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