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결혼 정보회사 ‘듀오’에서 마련한 재혼남녀 축제.
이처럼 이혼이 급증하면서 재혼을 위해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초혼과 달리 재혼만큼은 믿을 만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검증된 배우자를 만나고자 하는 심리 때문이다. 특히 지난 1년은 ‘입춘을 두 번 맞는 해로 결혼하면 길하다’는 쌍춘년(雙春年)이라 재혼시장도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2005년에 결혼한 31만6400명의 커플 중 재혼커플이 7만9600명으로 약 25%에 달한다. 4쌍 중 1쌍이 재혼인 셈이다. 이처럼 재혼 비율이 높아지면서 재혼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먼저 ‘인생은 60부터’라면서 황혼 재혼이 늘고 있고, 초혼남과 재혼녀 커플은 물론 자녀 없는 남성이 자녀 있는 여성과 맺어지는 경우도 다반사. 또한 재혼에선 나이 차이에 비교적 관대해져서 여성의 경우 띠 동갑 이상의 남성이라도 마음만 맞으면 결혼하는 추세라고 한다.
버젓이 ‘결혼정보회사’라는 간판을 걸어놓은 업체만 해도 5000여 개에 달한다. 대부분은 소규모로 운영되는 결혼소개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중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곳은 120여 곳. 그중 5개사가 메이저급 결혼정보회사로 꼽힌다.
재혼 희망 회원만 2만5000여 명을 관리하는 국내 최대의 재혼전문 중매회사 ‘행복출발’의 한정희(46) 팀장은 “재혼은 초혼 때와 확실히 다르다”면서 “초혼에선 학벌, 직업 등을 따져 ‘보여지는’ 배우자를 선택한다면, 재혼에선 남은 인생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동반자적인 배우자를 원한다”고 했다. 미혼은 이상 속에서, 재혼은 현실에서 배우자를 찾는다는 얘기다.
“내가 부덕한 탓”
결혼중매업계에서는 재혼이 초혼보다 까다롭고 성혼율이 떨어지지만 최근 회원 가입률이 높아지자 돈과 권력을 겸비한 상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재혼에선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한 팀장은 “이혼한 사람에 대해서는 왜 이혼했는지 꼭 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혼한 사유를 들어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품성을 알 수 있습니다. 회원들은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 하는 투로 상대방이나 사회 탓으로 돌려요. 그러나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보면 ‘이기적이다’ ‘다혈질이다’ ‘폭력적일 것이다’라는 게 느껴집니다. ‘아내가 집을 나갔다’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거예요. 집안에서 대우받으며 자란 맏이들은 의외로 이기적입니다. 그 대우를 누군가가 대신 해줘야 하거든요. 이혼에 대해 변명하고 설명하려는 사람일수록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혼은 쌍방보다는 일방의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더 많거든요.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고 ‘다 내가 부덕한 탓’이라고 말을 아끼는 분이 인격적으로 괜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