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리언스 선마을 숙소. 침실 옆에 정원이 마련되어 있고 천장에는 투명한 유리창이 있어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세로토닌은 뇌신경전달물질로서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행위, 수면이나 기억, 식욕 조절 등에 관여하며 인간의 몸과 정신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자극이나 통증에 민감해진다. 특히 세로토닌은 공격적인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중독성의 엔도르핀 등이 과잉 분비될 때 이를 조절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고 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할 때 쉽게 폭력적이 되거나 중독에 빠지게 된다는 것.
“세로토닌이 우리 몸을 건강체로 만듭니다. 자기 조절을 잘하게 만듭니다. 무리하지 않고 항상 행복하고 즐겁게 만듭니다. 제 얘기를 들은 한 젊은이가 세로토닌에 ‘행복씨앗’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참 잘 지었어요. 앞으로 행복씨앗 가꾸기, 모으기, 뿌리기, 나누기, 거두기까지 하려는 겁니다. 지금은 행복씨앗 가꾸기를 할 차례입니다. 뒷산 이름이 희한하게도 종자산입니다. 여기에 오면 입산의식을 하는데 이때 ‘저는 행복과 건강을 심어주는 사람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가꿔 행복한 생활을 하는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라고 말합니다.”
▼ 세로토닌의 중요성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기울였습니까.
“세로토닌을 모르면 정신과의사가 아닙니다. 이것을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에도 적용해 국민운동으로 벌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제가 처음인데 10년이 넘었죠. 그동안 써온 글들도 세로토닌운동에 관한 겁니다. 3년 전에 정신의학회에서 세로토닌운동의 생활화에 대해 발표했는데 모든 동료가 깜짝 놀라더군요.”
▼ 동료들이 사회운동가로 일탈한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까.
“저는 세로토닌적이라 일탈을 못해요. 일탈을 하려면 상당한 힘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파워가 없습니다. 세로토닌형 인간의 유일한 결점이 과감하지 못하고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외유내강형입니다. 저는 할말을 다하는 듯하지만 상당한 겁쟁이입니다.”
이번 인터뷰의 목적이 우리 사회 민심의 행로를 추적하는 것인 만큼 세로토닌운동에 대한 궁금증은 뒤로 미루고 바로 질문을 던졌다.

힐리언스 선마을 식당 내부.
▼ 최근 유명인들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큰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애도의 물결이 일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지금 국민들은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탓도 있습니다. 그러나 뇌과학적으로 보면 엔도르핀 금단증상 때문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우리 국민은 한 달 동안 엔도르핀 상태에 있었거든요.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기는 한데 금단증상이 있습니다. 경마장이나 카지노에 가서 한판 더하고 싶은 심정과 같은 거지요. 그런데 월드컵 이후 엔도르핀 상태를 계속 유지해줄 이벤트가 없으니까 우리 국민은 허탈 상태에 빠져 울고 싶은 겁니다. 전직 대통령의 충격적인 죽음은 울고 싶은 아이에게 매질을 한 것과 비슷합니다. 언론에서 계속 보도하니까 국민들은 엉엉 우는 겁니다. 물론 그중에는 정말 애통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스스로 울고 싶었던 겁니다.”
▼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로 높은 것도 엔도르핀 금단증상과 관련이 있습니까.
“외환위기 직후부터 올라간 자살률이 경제가 좀 나아지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계속 올라가요. 지금은 하루에 36명이 자살해요. 뇌과학적으로 말하면 우리 국민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자살은 순간입니다.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 자살합니다. 자살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로토닌 부족 때문에 일어납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니 우울증이 생기고, 군집욕구가 충족이 안 되며 충동조절이 안 되는 겁니다.”
▼ 최근 존엄사 문제가 법정에 오르는 등 웰빙 못지않게 웰다잉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사회정서가 울증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고도성장기를 맞아 조증 상태였습니다. 약간 들떠 있었던 거죠. 그러다가 울증기로 빠지면서 죽음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겁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국민들이 지켜보면서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차분하게 생각하게 된 거죠.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는 80세 전후를 중심으로 장수 1세대가 생기는 사회로 들어섰습니다. 자연스럽게 죽음이란 걸 생각하게 된 거죠.”
▼ 울증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고 어떻게 소화해내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적절한 상태의 울증은 사람을 사색적으로 만듭니다. 서양에서도 조울증 성향의 사람 중에서 큰 인물이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 중 다섯 사람이 조울증인데 링컨 대통령이 전형적인 유형입니다. 조증기에는 정력적으로 일하다가 울증기에는 사무실에 들어앉아 깊이 사색했지요. 지난 조증기를 반성하고 다가오는 조증기를 준비하려면 울증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간은 계속 조증 상태로만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과로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조증 환자들은 과로로 죽기도 합니다. 계속 들떠 있으니까 잠을 못 자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생리적으로 봐도 주기상 울증기가 올 때가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