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령 솔숲서 내려다본 강릉은 아늑하다. 바람이 눈 덮인 솔숲을 가로지르면서 내는 솔바람소리가 웅장하다. 경포해변에선 파도가 일어선다. 탁 트인 바다를 따라 한국에서 가장 긴 42㎞의 해안선이 펼쳐진다. 허균(1569~1618)은 “강릉이야말로 산천의 정기가 모인 곳으로 산수의 아름답기가 우리나라 제일인데, 그중 경포대가 으뜸”이라고 적었다.
“강릉은 바다 호수 산 계곡을 품에 안았습니다. 계방산을 오를 때 발밑으로 보이는 바다 풍광은 말 그대로 절경입니다. 산을 오르면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어요. 신사임당 김시습 허균 허난설헌의 자취가 서린 문향, 예향의 도시이기도 하고요. 옛글들은 마을마다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강릉을 묘사합니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앉자마자 강릉 자랑을 늘어놨다.
강릉 풍광을 적으면서 주문진, 정동진을 빼놓을 수 없다. 정동진은 서울 광화문 정동쪽에 자리 잡은 나루(津)다. 관광객들이 새벽 기차를 타고 와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면서 소망을 빌고, 탄성을 지른다. 주문진은 동해안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을 가졌다. 봄은 꽁치, 여름과 가을은 오징어, 겨울은 양미리 복어가 성시를 이룬다. 멀리서 묵직한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복어를 우려낸 국물은 달았다.
강릉의 바람은 환동해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것이다. 자연, 전통문화, 관광이란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미래 발전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강릉의 숙원은 서울과 강릉을 직선으로 잇는 복선전철이 개통되는 것. 주민들은 정부가 원주-강릉 구간은 단선으로 건설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자 발끈했다. 최 시장은 2008년 9월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건설 촉구 시민 결의대회에서 “복선으로 전철을 건설하라”고 촉구하면서 삭발했다.
“백두대간 동쪽 바닷가에 자리 잡은 강릉은 솔숲과 모래사장, 맑은 물과 해변을 가진 관광도시입니다. 신년 해돋이 축제 때만 30만명이 강릉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다수가 용평이나 심지어 문막 같은 곳에서 숙박합니다. 아직도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원주-강릉 복선전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숙원 사업을 해결하고자 삭발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전국에서 제가 처음일 거예요. 전철이 단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살기 좋은 10대 도시

작은도서관 건립을 가장 먼저 시도한 도시가 강릉이다.
“강릉은 자연과 조상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율곡 사임당 난설헌 같은 분들이 강릉을 먹여 살리는 데 앞으로 큰 도움을 줄 거예요. 강릉이 가진 소중한 자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좀 더 가꾸고, 포장해야 합니다. 문화를 담아야 해요. 사람들을 몸 달게 하려면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업그레이드한 세계화 전략도 요구되고요. 겨울철 눈과 푸른 바다는 동남아, 중국 관광객에게 매력적입니다. 아시아엔 평생 바다를 못 보고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 강릉을 타깃으로 여행 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울-강릉을 잇는 직통 전철이 생기면 사정이 달라져요. 원주-강릉 복선전철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수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강원도는 ‘관광 한국’의 숨은 보석이다. 강원도의 지형은 드라마틱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옆으로 산맥이 가파르게 출렁인다. 겨울철 스키는 눈을 보기 어려운 아시아인을 매료시킬 수 있다. 금강산과 연계한 비무장지대(DMZ) 관광상품도 꾸릴 수 있다. 강원도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열 꿈을 접지 않았다. 글로벌 이벤트는 강릉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평창-강릉은 자동차로 20분 거리예요. 평창 겨울올림픽은 사실상 강릉 겨울올림픽입니다. 스키 등 몇몇 종목을 빼면 대부분의 경기가 강릉에서 열립니다. 빙속, 피겨, 쇼트트랙, 컬링, 아이스하키가 강릉에서 자웅을 겨뤄요. 강릉에도 선수촌, 미디어촌이 들어서고요. 이번 밴쿠버 겨울올림픽도 스키 등 몇몇 종목만 밴쿠버가 아닌 휘슬러에서 열립니다.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 복선전철 건설도 탄력 받을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