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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행복한 ‘무지(無知)의 길’?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행복한 ‘무지(無知)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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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행한가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행복한 ‘무지(無知)의 길’?
지구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지구는 분당 30㎞의 속도로 24시간마다 자전(自轉)하는 행성이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분당 30㎞의 속도로 돌 때 태양은 250㎞의 속도로 은하계 안에서 돌고, 또 은하계는 태양보다 두 배나 더 빠르게 우주를 항해한다. 지구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맞는 가을은 지난해 맞은 그것과 올해 맞은 그것이 다르다. 지구가 우주의 궤도에서 전혀 다른 지점에 와 있는 까닭이다. 사람 역시 지난해 가을의 ‘나’와 올해 가을의 ‘나’는 다르다.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가 죽고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들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우주 만물에 작용하는 영원한 법칙이다. 인류는 지구 위에서 태어나 삶을 꾸린다. 인류는 선과 악을 분별하는 양심을 가진 유일한 종(種)이고, 아울러 지구에서 가장 강한 종이다. 인간이 가장 강한 종으로 진화한 것은 자신의 몸집에 비해 가장 큰 뇌를 가졌기 때문이다. 뇌의 겉 표면은 대뇌피질인데, 여기에는 신경세포체가 가지런히 모여 있고 주름이 잡힌 회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대뇌피질의 80%는 감각 자극과 운동 반응 사이의 연합 영역에 해당하고, 이것은 전두엽 영역의 활동과 의식 기억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활동을 한다. 우리가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을 관장하는 영역이다. 뇌가 커지고 지능이 높아짐으로써 인류는 더 많은 것에 대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뇌가 커지고 앎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자아의식을 발전시키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그들 자신들의 잠재적인 부재(不在)도 알게 된 것”이다. (스티브 테일러, 앞의 책)

발달된 자아의식 속에 깃든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자신을 싫어하는 더 많은 근거도 갖게 된 것이다. 심리학자 I. D. 얄롬은 이렇게 적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우리 내면의 체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계속 떠오르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지속적으로 우르릉거린다. 그것은 의식의 주변에서 머물면서 우리를 어둡고, 불안하게 만든다.”(여기서는 스티브 테일러, 앞의 책에서 재인용)

지금 지구 위에서 삶을 꾸리는 사람은 70억명이나 된다. 더 많은 지식 속에서 인류는 더 행복해졌는가?



외계인이 지구에 거주하는 인류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어느 순간 삶은 부조리한 것이 되었고, 인류 하나하나는 고통 받는 영혼들이 되었다. 사람이 행복을 위해 태어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그토록 지독한 불행 속에서 허덕이다 죽는 까닭은 무엇일까? 비문명화 지역에 사는 아주 소수의 부족만이 정신질환이 없고, 쾌활한 낙관주의를 갖고 산다. 인류 대부분은 불행하고, 사람 하나하나는 결핍의 끝없는 악순환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 외계인들은 인류가 왜 그토록 넘치는 불평등과 범죄 따위의 사회병리현상 속에 내던져져 있는지, 왜 그토록 서로 증오하고 충돌하면서 전쟁과 살육, 인종청소, 폭력과 억압 속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열심히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인류는 뭔가 잘못되었다! 당연히 외계인들은 의문을 품고 여러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이다.

“왜 인간들은 행복해지기가 그토록 어려워 보일까? 왜 그토록 많은 인간들이 우울증·마약남용·정서장애·자해와 같은 여러 다른 종류의 정신질환으로 고통스러워하거나, 근심·걱정·죄의식·후회·질투·비통함과 같은 부정적 감정에 짓눌려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또는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왜 그토록 많은 인간들은 만족감을 느끼면서 휴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행복을 추구하지만 절대로 행복을 얻지는 못하고, 세상이 어떻게든 자신들을 속인 것처럼 인생을 살면서 실망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가?”(스티브 테일러, 앞의 책)

이런 물음들은 자연스럽다. ‘과도하게 발달된 자아’가 인류 문명에 깃든 불행과 정신병리학의 뿌리임을 밝혀 말하는 스티브 테일러는 이것을 ‘자아폭발’이라고 명명한다. ‘자아폭발’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뇌가 극단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것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두뇌폭발’이라는 용어와 평행되는 용어다. 사람의 뇌는 지난 50만년 동안 3분의 1이 더 커졌고, 더 커진 뇌로 지적 능력을 갖게 되면서 자연 생태계를 지배하는 거인이 될 수 있었다. 뇌의 성장과 그에 따른 변화에 견줄 만하게 인류의 정신도 어느 지점에서 갑작스럽고 극적인 변화를 갖게 되었는데, 이게 바로 ‘자아폭발’이다. ‘자아폭발’은 인류 문명의 기원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과도하게 발달된 자아’의 표면에 들러붙은 불안과 두려움, 근심과 걱정, 사기와 협잡, 강제와 소유에 대한 애착이 자라난다. 그것들은 모든 다양한 형태로 자라나는 악의 싹이 된다. 한마디로 인류는 “타락”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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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 kafka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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