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주 스님
장주 스님은 이날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에 자신의 죄를 고발하는 자수서를 제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자수서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경주 불국사 전 주지 종상 스님 등 16명의 실명이 올라 있다. 상습도박이 벌어진 장소도 적시했는데 서울 강남 소재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하 은정재단) 6층, 서울 강남의 한 호텔,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 등이다. 은정재단은 자승 총무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장주 스님은 자수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수인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자수서에 기재된 도박 장소에서 저녁 9시경부터 다음 날 밝을 때까지 과거 약 20년간 수시로(특히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4년 전 총무원장으로 당선됐을 무렵 전후에는 그 횟수가 더 많았습니다) 1인당 약 1000만 원의 판돈을 가지고 속칭 ‘세븐오디’ 포커를 쳐서 도박을 하였습니다.”
장주 스님의 폭로는 7월 말 다시 이어졌다.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그는 자신이 상습 도박장으로 지목한 은정재단 사무실 배치도까지 들고 나왔다.
조계종에선 이미 여러 차례 도박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5월 전 금당사 주지 성호 스님은 전남 장성군 백양사에서 승려들이 도박판을 벌였다고 고발했다. 도박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했다. 당시 조계사 주지와 부주지 등 조계종 유력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도박을 한 날은 백양사의 최고 어른인 방장 스님(총림의 최고책임자)의 49재 전날이었다. 검찰은 도박을 한 승려들을 기소했고 이들은 벌금형을 받았다. 조계종도 자체 징계에 나섰다.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를 지낸 김영국 씨도 그 무렵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상습도박, 성매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도박 파문은 처음이 아니지만 장주 스님의 폭로는 이전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고 조계종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선 상습도박을 한 당사자가 자수를 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중앙종회 부의장 출신의 폭로라는 점도 무게감을 달리한다. 장주 스님이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는 최근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내가 증거”
8월 5일 장주 스님을 인터뷰했다.
“나는 살기 위해 이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아닙니다. 출구도 없습니다. 내 죄를 고백하고 처벌을 요구하는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도박만은 안 된다, 총무원장을 포함해 내가 이번에 고발한 사람은 모두 공직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한다, 내가 만약 거짓을 말한다면 2000만 불교신자는 물론 우리 국민 누구라도 이 장주에게 돌을 던져라, 나를 돌로 쳐 죽여라, 바로 그겁니다.”
비장했다. 눈빛과 목소리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 폭로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시주금으로 상습도박을 일삼고, 이를 방조하고, 심지어 도박장을 개설하고, 도박 판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더 이상 중 노릇을 하면 안 됩니다. 그 결심이 섰기 때문에 폭로를 결심한 겁니다.”
▼ 일각에서는 올해 말 총무원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것 없습니다. 총무원장 자리에 욕심이 있다면 이렇게 했겠어요? 아무 욕심 없습니다. 작년 백양사 도박사건이 났을 때 이미 결심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 번 경고했습니다. 상습도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이제 실행에 옮긴 겁니다.”
▼ 폭로 내용을 정리해주시죠.
“지난 수십 년간 조계종의 핵심 승려들이 국내외에서 상습적으로 거액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했습니다. 자승 총무원장이 이사장인 은정재단 사무실이 도박장으로 활용됐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호텔, 불국사의 숙소 등에서 상습도박이 벌어졌어요. 상습적으로 도박을 해온 승려 중 정도가 심한 16명만 고발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총무원장과 불국사 전 주지 종상 스님은 처벌받아야 합니다.”
▼ 해외 원정 도박은….
“내가 고발한 사람들은 대부분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사이판(티니안),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를 다니며 도박을 했습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