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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응시자 급증 경쟁률 1000대 1 넘기도

‘인기 짱’ 9급 공무원 되기

취업난에 응시자 급증 경쟁률 1000대 1 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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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학벌·스펙 안 보고, 정년·노후 보장하는 ‘신의 직장’
  • ● 시험과목 적고 난도 낮아 너도나도 도전
  • ● 매일 10시간 넘게 고3처럼 공부, 면접 스터디 필수
취업난에 응시자 급증 경쟁률 1000대 1 넘기도

2013년 7월 27일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자들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고등학교에 마련된 필기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1 지난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배치된 김주연(33) 실무관은 한동안 중소 IT회사에서 일했다. 대학에서 컴퓨터시스템공학을 전공한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취업했지만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안정감이 없는 것이 늘 불안했다. 결국 그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려고 4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1년간 할만한 일을 찾아보다 그가 선택한 길은 국가직 9급 공무원.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노후 대비가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그는 2011년 연습 삼아 치른 첫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2012년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2012년 국가직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의 전체 평균 경쟁률은 72.1대 1이었지만 그가 응시한 ‘일반행정 전국 : 일반’ 직렬의 경쟁률은 1000대 1이 넘었다. 그야말로 바늘구멍이었다.

#2. 영어학원 중등부 강사 출신인 최재혁(33) 씨도 김 실무관과 같은 이유로 9급 공무원에 도전했다. 그는 “연봉으로 치면 학원 강사가 더 나을지 모르지만 미래가 불안해 2011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7급은 1, 2년 공부로는 합격하기 힘들고 내 나이도 적지 않아 비교적 빨리 승부를 볼 수 있는 9급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2012년 첫 도전한 지방직 9급 공채시험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필기를 통과하고 면접에서 떨어진 것. 최 씨는 지난해 국가직·지방직·서울시 9급 공채시험을 모두 치른 끝에 국가직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90년대만 해도 9급 공무원은 비인기 직종이었다. 박봉에 말단(末端)이라는 선입관이 강해서였다. 하지만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9급 공무원의 프리미엄이 급상승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아니라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연봉액수보다 중요한 진로 선택의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수학·과학·사회도 선택과목으로

9급 공무원 지원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안전행정부 집계에 따르면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지원자 수는 2011년 14만2732명, 2012년 15만7159명, 2013년 20만4698명을 기록했다. 국가직 9급 공무원 지원자가 20만 명을 넘은 건 공무원 공채 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



지난해 해당 시험의 선발예정인원은 2738명이었다. 평균 경쟁률은 74.8대 1이지만 행정직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반행정 전국 : 일반’ 직렬은 경쟁률이 655.2대 1에 달했다. 54명 모집에 3만5379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2012년엔 더 심해 26명 모집에 2만8569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었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하반기 공채시험이 평균 경쟁률 18대 1이었고,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제일기획이 140대 1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9급 공무원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은 학력, 나이 제한이 없어 합격자 연령대가 다양하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40~50대 실직자,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의 지원이 꾸준히 늘면서 중년층 채용 비율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라며 “앞으로 18~20세 합격자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지원자에게도 응시 기회를 주고자 고교 교과목인 수학, 과학, 사회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 9급 일반행정직 지원자는 기본 다섯 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학개론, 행정법총론)을 모두 공부해야 했다. 그러나 행정학개론과 행정법총론은 지난해부터 선택과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지원자는 기본 과목 3개 외에 선택과목 2개를 골라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고졸자의 합격률이 기대만큼 높아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수학과 과학은 이과생이 아니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과목이어서 선택의 빈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3년 수학, 과학, 사회 중에서 선택과목 2개를 골라 필기시험을 통과한 206명 중 최종 합격자는 134명으로 행정직군 전체 합격자의 6.2%에 그쳤다. 이 가운데 15.7%인 21명이 20세 이하의 고교 졸업(예정)자로 추정되는 합격자다.

1타 3피

9급 공무원 공채시험 과목은 국가직과 지방직이 동일하다. 이와 별도로 치러지는 서울시 9급 공채시험도 예외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같은 과목을 공부해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시험을 치러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헌법과 경제학을 더 공부해야 하는 국가직 일반행정 7급 공채시험에 비해 과목수가 적고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7급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를 하다 9급에 도전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다 지난해 1월 휴학계를 내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박현호(25) 씨가 그런 경우다. 박 씨는 “원래 꿈이 공무원이라 학원에서 7급 종합반 수업을 듣다가 9급 시험 과목 위주로 먼저 공부해서 지난해 7월 국가직과 서울시 9급 공채시험을 봤다. 서울시 9급 시험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국가직 9급 시험에 합격해 근무지 배정을 기다린다”고 했다.

안전행정부가 주관하는 국가직 9급 공채시험의 합격자는 정부 부처와 국세청, 국가보훈처, 병무청, 조달청, 통계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배치된다. 시험 일정은 매년 4월이지만 지난해에는 선택과목제 도입에 따른 혼선을 고려해 7월로 늦췄다. 이 때문에 지방직 9급 공채시험의 최종 합격자가 먼저 발표돼 국가직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은 중복 지원자가 예년보다 많았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필기시험 합격자가 면접을 포기해 선발예정인원보다 미달된 인원이 2011년 7.2%, 2012년 7.4%, 2013년 14.9%로 나타났다. 모집인원을 충원하지 못한 54개 분야의 결원 556명에 대해서는 공무원 임용시험령을 적용해 미달인원의 1.5배수를 뽑아 필기시험 추가합격자를 발표했으며 1월 23~24일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추가 선발한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2013년에는 시험 일정이 하반기로 조정되고 지방직 채용규모가 전년보다 38.9%나 커져 거주지에서 가깝고 임용시기가 빠른 지방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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