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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주먹의 어제와 오늘

영화 ‘친구’로 뜨고 불법오락실로 쫓기고…

부산 주먹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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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친구’의 무대인부산 주먹계는 숨죽인 듯 조용하다. 불법오락실 사건 여파로 상당수 주먹들이 도망중이거나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부산지검 박충근 강력부장은 “전반적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주먹의 어제와 오늘
관객 800만을 동원한 영화 ‘친구’의 무대 부산에는 칠성파라는 강력한 폭력조직이 있다. 칠성파는 현재 국내에서 단일조직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고 탄탄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조직의 보스 이강환(60)씨는 1980년대 후반 현해탄을 건너가 일본 야쿠자 조직 두목과 의형제를 맺기도 한 전설적인 주먹이다.

‘친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유오성이 속한 조직이 바로 칠성파다. 유오성은 부하를 시켜 라이벌 조직에 몸 담고 있는 친구(장동건 분)를 살해한다. 유오성의 실존 모델 정○욱씨는 살인교사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데 2005년 출소 예정이다. 장동건의 모델 정○철씨는 사망 당시 신20세기파 조직원이었다. 신20세기파는 부산에서 칠성파 다음으로 세력이 큰 조직이다.

‘친구’로 조명을 받은 부산 폭력조직이 최근 다시 구설에 오른 것은 ‘한겨레’의 취재가 발단이 된 불법오락실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불법오락실 운영에 관련된 주먹들은 모두 몸을 숨겼다. 전통적으로 오락실 업계에서 강세를 보인 조직은 신20세기파다. 검찰은 부산의 번화가인 남포동·광복동 일대 오락실들 중 상당수가 이 조직의 영향권에 놓인 것으로 본다.

2003년 10월 중순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충근)는 통합20세기파 두목인 하○석씨와 고문 2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행동대장 1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부두목과 또 다른 행동대장을 지명수배했다. 두목 하씨는 폭력조직을 결성하고 주먹계 선배인 길○근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합20세기파는 신20세기파의 방계계열과 재건20세기파 계열을 흡수·통합한 조직이다. 검찰이 이 조직을 수사하게 된 계기는 2003년 9월 신20세기파의 전 조직원 조아무개씨의 검찰청 침입사건이다. 당시 조씨는 검찰청에 비공식적으로 들어와 “조직을 떠났음에도 후배 조직원들이 활동자금을 요구하며 괴롭히고 가족을 협박하고 있다”고 검사에게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진술에서 통합20세기파 결성 정보를 얻은 수사팀은 그때부터 하씨의 범죄사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30대 후반인 하씨는 알부자로 빌딩을 갖고 있으며 횟집도 운영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면서 자연스럽게 두목급으로 부상했다는 게 검찰 분석이다.

부산지검은 현재 통합20세기파를 비롯해 신칠성파 서면파 유태파 연산파 인수파 등 6대 군소 조직을 특별관리하고 있다. 이 조직들은 규모나 파워 면에서 전통 조직인 칠성파나 신20세기파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있다.

“칠성과는 게임이 안 된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부산에도 군소조직이 난립하고 있지만 부산 주먹계의 판도는 역시 전통에 빛나는 칠성파와 신20세기파의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된다. 그 중에서도 최강자인 칠성파의 역사는 곧 부산 주먹계의 역사라 할 만큼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통합20세기파를 적발해 주요 간부들을 구속한 부산지검 권오성 검사는 “위계질서 측면에서 칠성에 버금가는 조직은 없다. 파워 면에서도 다른 조직들은 아직 칠성과는 게임이 안 된다”고 칠성파의 위력을 인정했다.

부산 주먹계의 뿌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 당시 피난민들이 폭력을 생계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칠성파의 전신은 세븐 스타다. 세븐 스타는 피난민 건달들이 만든 조직으로 초대 두목은 황○씨였고 이○섭씨가 2대 두목을 맡았다.

조폭 연구의 권위자로 통하는 안흥진 경위(송파경찰서)가 펴낸 ‘한국 조직폭력 실태’에 따르면 1960년대에 활동한 이○섭씨가 바로 칠성파의 초대 두목이다. 그는 1970년대 초반 이강환씨에게 두목 자리를 넘겨줬다. 1970년대 말 칠성파는 20세기파 역전파 영도파 서면파 등의 일부 조직을 흡수해 1980년대 중반에는 부산 폭력조직을 거의 장악할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1980년대 초반부터 부산의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으며 일부 조직원들은 서울에까지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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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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