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과 아스피린은 아직도 그 효능과 효과가 다 밝혀지지 않은 신비의 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 인체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과 해열, 진통, 소염효과가 뛰어난 아스피린. 과연 이 두 약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그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보자.어원을 따져보면 돌팔이는 ‘돌다’와 ‘팔다’의 합성어다. 장터를 떠돌아다니며 무엇인가를 파는 사람을 뜻했다.
서양에서도 돌팔이(Quack)는 장터를 떠돌아다녔다. 그들은 두꺼비 다리를 먹으면 곧 죽는다는 미신을 이용, 필자같이 어수룩한 사람들을 속였다. 돌팔이는 조수에게 두꺼비 다리를 먹게 하고는 ‘묘약’을 써서 낫게 했다.
서양의 돌팔이들은 ‘두꺼비 독을 해독하는 묘약’을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했다. 우리 장터의 돌팔이들도 “애들은 가라∼”는 ‘서론’과 함께 만병통치약을 광고하는 걸 보면 돌팔이에게 만병통치약은 필수인 듯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의 뜻 있는 양방 의사들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는다. 그런데 양방에서도 만병통치약으로 인정받는 약이 있다.
바로 비타민과 아스피린이다. 물론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지만 둘 다 손으로 꼽기 힘들 만큼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효능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도 두 약은 닮았다. 한 달에 몇 만원만 투자하면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지금도 많은 의학자와 제약회사들은 이 둘의 신비를 풀기 위해 온갖 분야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생명의 활력소, 비타민
성기 확대술의 권위자인 비뇨기과 전문의 임 모 원장은 특히 비타민 예찬론자다. 그는 조금만 피로하면 복합 비타민 제제를 먹는다. 피치 못할 술자리가 생기면 3, 4알을 먹고 ‘전투’에 임한다. 술자리에 가기 전 복합 비타민 제제 한 병을 사서 ‘전투원들’이나 ‘적들’에게 몇 알씩 나눠주기도 한다. 더러 술시중을 드는 여성에게도 나눠준다. 임원장은 “음주 전 비타민을 복용하면 다음날 아침 확실히 술이 덜 취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한다.
사실 비타민 제제는 약국에서 구입해야 하지만 약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색하다. 오히려 건강 보조 식품이라고 해야 어울릴 법하다.
비타민은 원래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는 뜻을 갖고 있는 화합물이다. 1911년 폴란드의 화학자 카시미르 풍크는 현미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이 각기병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음을 밝히고 이 성분에 ‘생명 유지에 필요한 아민(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유기 화합물)’이라는 뜻으로 ‘Vital’과 ‘Amine’을 합쳐 ‘Vitamine’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후에 많은 종류의 비타민이 아민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e’가 빠지고 ‘Vitamin’이 됐다.
비타민은 A, D, E, F, K, U 등 지방이나 지방을 녹이는 유기용매에 잘 녹는 지용성(脂溶性)과 비타민 B복합체, C, 비오틴, 폴산, 콜린, 이노시톨, L, P 등 물에 잘 녹는 수용성(水溶性)으로 크게 분류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타민 A가 결핍되면 야맹증에 걸리고 B, C, D가 결핍되면 각기병, 괴혈병, 구루병이 생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잘 안다. 하지만 요즘 같은 과(過)영양의 시대에 비타민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을 복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90년대 중반에 비타민의 ‘항산화(抗酸化) 효과’가 알려지면서 전반적인 건강을 지키기 위해 비타민 복합 제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고 이와 함께 비타민의 효능을 알리는 책과 논문들이 쏟아져나왔다.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적절히 섭취해 특정 질환을 예방 치료하는 ‘분자교정요법’도 국내에 상륙했다.
비타민은 이후에도 꾸준히 팔리다가 얼마 전 서울대 해부학교실 이왕재 교수가 TV에서 비타민 C의 각종 효능에 대해 강의하면서 가히 ‘광풍(狂風)’이라 불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비타민의 여러 효과 중 항산화 효과에 대해 알려면 우선 활성 산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람이 들이마신 산소의 2% 정도는 원자에 있어야 할 2개의 전자 중 하나가 없는 ‘활성 산소’가 된다. 활성 산소는 다른 세포로부터 전자를 빼앗는다. 이 때문에 인체가 산화돼 노화, 암, 동맥경화, 심장병, 폐질환, 관절염, 백내장 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비타민 C, E와 베타카로틴(몸 안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 물질) 등은 산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 이것이 항산화 효과다.
최근 각종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면 이런 항산화 효과와 더불어 면역력이 강화돼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폴링 박사는 비타민 C를 하루 1000mg 이상 복용하면 감기 예방 및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정설은 아니지만 이를 지지하는 연구결과는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케더 프라사드 박사는 암환자의 방사선 항암치료시 항산화제를 투여하면 치료효과가 커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고, 미국간호협회는 15년 이상 복합비타민을 복용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30% 이상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국내 최고 암 전문의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P교수는 비타민의 암 예방효과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암은 워낙 복잡 다양한 원인으로 생기기 때문에 단순히 비타민만 먹는다고 해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실 그도 비타민을 복용하고 있다. 특히 감기가 유행하면 어김없이 비타민을 복용하고 주위에도 권한다. 이밖에 비타민의 여러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는 끝없이 발표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비타민 A와 B군이 뇌 보호 작용이 있어 치매를 예방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논문이 쏟아지면서 여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특히 엽산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10년 동안 7만2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타민 K를 하루 109mg 이상 먹으면 엉덩이관절이 부러질 위험이 30% 준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솔크생물학연구소에서는 쥐 실험 결과 비타민 A가 뇌의 학습능력을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또 비타민이 망막퇴화, 백내장, 치주염, 신경질환 등의 증세를 호전시킨다는 논문도 나와 있다.
여성들이 비타민 C, E를 꾸준히 복용하면 기미를 없애고 피부를 윤기 있게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가 아는 한 피부과 의사는 “비타민 C를 피부에 직접 투여해서 기미를 곧바로 없애는 방법만 개발하면 떼돈을 벌텐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비타민 C가 피부 미용에 좋지만 먹어서 기미를 없애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피부로는 온갖 방법을 써도 제대로 투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장병 예방하는 비타민 E
미국 워싱턴대 간호대 마리 아넷 브라운 교수는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보디 블루스’라는 책에서 “정신과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딱히 병명도 없이 몸의 기력이 떨어지고 우울해진 여성에게 비타민을 복용케 했더니 우울증 수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비타민이 좋다고 과용하면 위험하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연구 결과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폐암에 걸릴 위험이 오히려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대의 수전 메인 박사는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 무리가 오고 비타민 E를 하루 50mg 이상 먹으면 심장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한다.
영국에선 여성이 월경 전 불안증을 줄이기 위해 비타민 B6를 하루 10mg 이상 먹으면 신경계가 손상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비타민 C를 과다 복용하면 설사, 요로 결석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타민 A는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비타민은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상당수 영양학자들은 음식을 골고루 먹어서 섭취할 것을 권한다.
미국심장협회의 디언스 트리블 박사는 “채소 과일 곡류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비타민 제제를 먹어야 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비타민 제제를 복용하거나 특정 비타민이 많은 음식을 듬뿍 먹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평소 심장질환을 앓거나 흡연자,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심장질환의 위험이 있는 사람은 비타민 E(토코페롤)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비타민 E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올리브기름, 콩기름, 참기름, 옥수수, 해바라기, 땅콩 등이다.
심장병을 예방하려면 비타민 E를 하루에 200∼400IU(비타민의 양을 표시하는 국제단위)만 먹으면 된다. 비타민 C는 하루 200∼2000mg을 섭취하면 된다.
피 속에 아미노산의 일종인 호모시스테인이 높으면 심장동맥 질환이나 뇌 중풍이 올 수 있다.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을 섭취하면 호모시스테인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40세 이상, 뼈가 잘 부러지거나 직업상 햇빛을 쬐는 시간이 적은 사람, 자외선 차단제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비타민 D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하루에 400IU짜리 한두 알을 복용하면 충분하다. 많이 복용하면 몸 속 조직에 칼슘이 많이 축적돼 딱딱해지므로 세 알 이상 먹지 않아야 한다.
폐경기 여성의 경우에는 비타민 외에 하루 1∼5g의 칼슘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에어로빅이나 조깅, 자전거 타기 등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같이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술꾼이나 골초들은 복합 비타민 제제를 별도로 복용하는 것이 몸을 덜 망가뜨리는 길이다.
담배·술은 비타민 흡수 방해
담배와 술은 비타민이 몸으로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 또 식욕을 떨어뜨려 결국 음식물을 통한 비타민 섭취도 줄어들게 된다. 비타민 B1을 1.3mg정도 복용하거나 하루 400∼600㎍의 양이 들어 있는 엽산을 보충제로 사용하면 과음으로 오는 몸의 기력·기억력 감소 등에 도움을 준다. 오렌지 주스를 하루에 4∼9잔 마시거나 시금치를 많이 먹는 것도 좋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인 경우 비타민 B1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의료계에선 환자에게 정맥 주사로 비타민 B1을 보충해주기도 한다. 당뇨병이나 관절염이 심하면 비타민 C를 최소 6g 이상 복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 용량에 대해선 논란중이다.
당뇨병 환자가 비타민 C를 먹으면 이자(위 및 간 부근 복막 밖에 있는 길이 약 15cm의 암황색 기관)가 인슐린을 잘 분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당뇨병 환자가 비타민 B6을 복용하면 피 속에 있는 혈당이 인체 내 여러 조직에 붙는 것을 막아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병 환자는 하루에 종합비타민제에 들어 있는 비타민 B6의 양 2mg보다 25배 많은 50mg을 별도로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 B12는 당뇨병 합병증인 신경 손상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정량은 하루 1000㎍ 정도. 관절염의 경우 각종 염증 물질의 분비를 막아 통증을 덜어주는 비타민 C를 별도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복합 비타민 제제만으로도 충분하며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에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은 음식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면 된다.
또 다른 만병통치약 아스피린은 1897년 독일 바이엘사의 펠릭스 호프만이 제품화에 성공, 2년 뒤 시판에 들어간 약이다. 아스피린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이전에는 전혀 없던 물질을 원료로 개발한 것도 아니다.
아스피린의 주성분은 버드나무 껍질에 들어 있는 ‘살리신’인데, 기원전 1550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버드나무 껍질에 해열·진통 작용이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껍질이 해열 진통 소염 효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18세기 영국의 성직자 스톤은 백버드나무 껍질즙을 50여 명에게 먹여 해열작용을 확인했다.
19세기로 접어들어 이탈리아 화학자 피리아는 버드나무 껍질에서 해열작용의 주성분인 살리실산을 분리해냈다. 그러나 살리실산은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켜 복용이 무척 힘들었다. 호프만은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아버지가 이 약을 먹을 때 구역질을 하면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실험실에서 살리산과 아세트산을 섞어서 훨씬 먹기 편한 새로운 형태의 약으로 개발했다. 아스피린의 이름은 아세트산(Acetic acid)의 ‘a’와 버드나무의 학명 Spiraea를 합성한 용어다.
‘효자의 약’인 아스피린은 제약업계로 봐서도 ‘효자’다. 한 알에 100원 남짓한 이 약은 전세계에서 지난 10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약으로 기록돼 있다. 요즘에는 한 해 600억알 정도가 팔린다.
제약계에서는 페니실린, 스테로이드와 함께 인류가 발견한 3대 명약으로 손꼽히며 한 사회학자는 독일의 3대 발명품이 폴크스바겐 승용차, 로켓, 그리고 아스피린이라며 ‘아스피린 예찬론’을 폈다.
최근 20~30대 젊은층의 비타민 섭취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 어린이에 사용할 정도의 적은 양만 먹어도 사망률을 약 20%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위장관 출혈의 원인이 돼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뇌중풍을 한 번 이상 경험한 환자에게 아스피린을 장기투여하면 뇌졸중의 재발을 20∼2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기 뇌졸중에서도 사망률을 줄이고 조기 재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이런 효과는 이른바 아스피린의 ‘항응고 효과’ 덕분이다. 이 작용원리가 알려진 것은 불과 20여 년 전이다. 1979년 영국의 존 베인 경이 아스피린의 약리작용을 규명했고 3년 뒤 이 공로로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1980년에야 아스피린을 뇌중풍 예방약으로 공인했다.
항응고 효과는 혈관이 혈전으로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를 말하는데 쉽게 말해 ‘피떡’을 어느 정도 녹이는 것을 뜻한다. 아스피린은 기본적으로 혈액 응고 작용을 하는 혈소판에 있는 ‘사이클로옥시제나제’라는 효소의 기능을 정지시켜 혈액이 잘 응고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아스피린이 뇌중풍이나 심장병이 발병하지 않은 사람의 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일고 있다.
요즘은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당뇨병을 열심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혈당 조절이 잘못됐을 때 찾아오는 합병증이 너무 큰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당뇨병 합병증은 혈관의 합병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긴 혈관에 혈소판이 모여들어 피떡이 생기면 혈관은 더욱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혈소판 기능이 왕성하기 때문에 피떡이 생길 위험이 더욱 높다. 아스피린은 혈소판이 응집해 피떡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불임치료에도 사용
임신중독증 여성은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돼 혈압이 증가한다. 이때 아스피린을 사용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개선돼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한 경우엔 효과가 별로 없다. 습관성 유산도 자궁 속의 혈관에 피가 응고돼 생기는 경우가 많아 아스피린을 사용하면 유산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모든 환자에게 치료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불임치료에도 아스피린이 사용된다. 나이가 많거나 난소 기능이 약해 배란되는 난자의 수가 적은 여성에게 아스피린을 투여하면 난자의 수와 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궁내막이 손상돼 착상이 잘 안 되는 여성에게 아스피린을 사용한 결과 임신이 잘 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임신중 아스피린을 사용할 때는 태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임신부가 정상인의 용량을 그대로 복용하면 태아의 심장에 기형을 유발하거나 출혈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중 사용하는 아스피린의 용량은 일반 용량의 20분의 1 정도가 바람직하다.
또 아스피린을 지나치게 많이 투여하면 이명, 어지럼증, 청력감소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소화불량이나 위장출혈도 흔한 편이다. 항응고 작용이 있는 만큼 출혈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임신부는 복용을 피해야 한다.
드물지만 과민반응으로 두드러기나 기관지 경련이 나타날 수도 있어 천식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장기 복용하면 신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간질환이나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또 수두나 유행성감기를 앓고 있는 유아들이 먹을 경우 드물게 뇌나 간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영국 의약관리청은 16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을 먹이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어린이 100만명 중 한 명 꼴로 생기는 뇌장애 질환인 레이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 독일 바이엘사의 현지법인인 바이엘코리아가 기존 아스피린보다 두배 이상 빠른 진통효과를 가진 ‘아스피린 다이렉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기존 아스피린의 위장장애를 효과적으로 개선한 제품으로 비타민 C가 들어 있어 물 없이 씹어먹는 차세대 진통제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의학계에서는 기존 아스피린의 효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소염진통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2의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리는 이 제제는 바로 1998년말 미국 FDA의 판매 승인을 받아 이듬해 초 시장에 선보인 진통소염제 ‘콕스-2 억제제’. 이 약은 시판 2∼3년 만에 만병통치약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아스피린보다 더 획기적인 약이다.
슈퍼 아스피린의 등장
콕스-2 억제제로는 화이자가 시판하고 있는 쎄레브렉스와 MSD사의 바이옥스 등이 있다. 화이자사의 쎄레브렉스는 시판 첫해 자사의 인기 상품 비아그라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려 제약업계에 화제가 됐다.
두 약의 성분은 다르지만 같은 작용을 한다. 우선 염증을 누그러뜨리고 관절염 생리통 등 각종 통증을 완화하는 소염진통제로서의 효능이 기존의 아스피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또 가족성 대장암 예방 효과가 인정되고 있으며 두경부암, 폐암 등 각종 암과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더구나 콕스-2 억제제는 위장장애, 출혈 등 아스피린의 고질적인 부작용도 없다.
이 약은 인체에 염증이 생겼을 때 생기는 ‘콕스-1’과 ‘콕스-2’라는 두 가지 효소 중 위장을 보호하는 콕스-1 효소는 망가뜨리지 않고 콕스-2만 억제해서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이다. 아스피린은 콕스-1도 억제했기 때문에 복용하면 위장장애를 겪게 마련이었다.
이 약은 ‘차세대 진통제’로서 아스피린과 달리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콕스-2 억제제가 대장암, 두경부암, 폐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암 예방약’으로도 개발중이다.
서울대 의대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콕스-2라는 효소는 세포의 자연적인 사멸을 막고 암세포의 전이를 도우며 암세포가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새로 만든 혈관이 자라는 것을 돕는 등 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콕스-2 억제제는 암 직전 단계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암 치료 뒤 재발을 막는 ‘화학적 암 예방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
폐암 등 각종 암에 대한 임상시험도 준비중이다. 조만간 미국 UCLA대 연구진이 120명의 폐암 환자와 흡연자 2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도 2500명을 대상으로 콕스-2 억제제의 치매 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콕스-2 억제제가 비스테로이드제제보다 뛰어난 소염 작용이 있어 치매 예방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新학문 ‘염증의학’
의학계에서는 콕스-2 억제제가 이처럼 맹위를 떨치자 새로운 학문이 생겨났다. 소염제들의 각종 효과와 사용법 등에 대해 연구하는 ‘염증 의학’이 바로 그것이다. 암, 당뇨병, 뇌중풍, 심장병, 치매 등은 인체의 염증 반응과 관계가 있으며 염증을 누그러뜨리는 아스피린이나 슈퍼 아스피린인 콕스-2 억제제가 이들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
물론 아직까지 콕스-2 억제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구입해야 한다. 또 한 알에 1400원 정도여서 가격도 비싸다. 반면 아스피린과 비타민은 아주 싼값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들 약이나 건강보조제에 건강의 모든 것을 걸어서는 곤란하겠지만 개인의 쓰임새에 따라서는 건강을 담보할 훌륭한 ‘도우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