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역사상 대표적 로맨틱 코미디 중 하나인 이 영화를 DVD로 다시 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열연하는 공주와 신문기자의 신분을 초월한 풋풋한 사랑은 다시 보아도 여전히 재미있다.
복원이 잘 돼 흑백영화임에도 개봉 당시 상태 그대로 잡티 하나 없는 시원함을 자랑한다. 모노 사운드지만, 잡음을 없애주는 디지털 기술 덕택에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스페셜피처(부록)에는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다큐멘터리가 3가지나 담겼다. ‘로마의 휴일 회상하기’에서는 와일러 감독의 딸이 50년 전 실제 영상을 보여주며 제작과정과 캐스팅에 얽힌 일화들을 들려준다. 이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되기 전까지 무명 배우였던 헵번이 앳된 얼굴로 제작진과 인터뷰를 하고 다양한 의상을 갈아입어가며 스크린 테스트를 받는 모습은 무척 매력적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당시 할리우드를 휩쓴 매카시 열풍에 휘말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 이름을 대신 쓸 수밖에 없었던 사연도 흥미롭다. 50년 전 영화 필름을 디지털 기술로 어떻게 복원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이 영화의 의상을 담당한 에디스 헤드는 아카데미상에 의상디자인 부문을 신설케 한 할리우드의 대표적 디자이너다. 그의 파라마운트 활동 시절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다. ‘헵번 스타일’로 더 잘 알려진 영화 속 공주의 단발도 그의 아이디어다. 파라마운트 제작. 2만53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