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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홈즈·존 메켄로를 키운 스포츠의학의 대가

미국 올림픽대표팀 닥터 재미교포 ‘마스터 서’

래리 홈즈·존 메켄로를 키운 스포츠의학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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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스포츠계에서 서대식씨는 이미 유명인이다. 미국 전역의 헬스클럽에서 그를 모셔가려고 야단이다. 그가 한번이라도 특정 헬스클럽에 나타나면 다음날로 이 헬스클럽은 고객이 끓기 시작한다. 미국정부도 그를 인정했다. 2000년 1월 백악관의 공화당 중앙본부는 그를 초청해 보건행정에 관한 아이디어를 청취했다.
미국의 프로권투 선수를 훈련시키고 올림픽 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돌보고 레이건 대통령의 건강 담당 자문위원까지 지낸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있다. 미국인들이 ‘마스터 서(Master Seo)’라고 부르는 서대식씨(60)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미국 스포츠계에서는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의 프로권투 선수뿐만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하는 스키 선수와 농구, 야구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그의 트레이닝을 받았다. 무하마드 알리, 케리 렌치, 마이클 독스, 츄라비 비빅, 알렛세스 아월로, 알론 프라이어, 팀 레드스픈, 비니 페시엔저, 래리 홈즈, 에반다 홀리필드, 레딕 보, 존 메켄로 등 미국의 유명 프로선수들이 서씨의 지도를 받았다. 그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은 반드시 승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포츠 트레이너, 스포츠 닥터, 재활 트레이너 등 스포츠와 관련한 그의 직함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권투선수 트레이너다. 그는 “복싱 선수를 가르치려면 경험과 복싱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 몸과 영양, 정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트레이너는 선수의 동작을 1초도 놓치면 안 된다. 1라운드는 비록 3분밖에 안 되지만, 트레이너는 단 1초라도 놓치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는 좋은 권투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정신과 날카로운 눈, 몸에 대한 지식 등 삼박자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격보다는 효과적으로 수비하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름난 권투선수 트레이너

“나는 수비 기술이 공격 기술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힘을 아끼고 수비하는 데 진력하라고 요구한다. 만약 상대가 나를 향해 펀치를 1000번이나 날렸는데, 내가 번번이 이를 막아내면 상대는 곧 지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상대를 펀칭백 두드리듯이 공격할 수 있다.”

방어 기술을 가르치는 것 이외에도 그는 선수들이 자신의 몸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관리하라고 요구한다. 그는 선수별로 충고를 하기 전에 반드시 개별 복서의 신체 특성을 점검한다. 권투선수의 신체 조건과 컨디션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지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를 거쳐간 권투선수는 셀 수 없이 많은데, 이중 대표적인 이가 1980년대의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래리 홈즈다. 마스터 서는 우연한 기회에 래리 홈즈의 보디 가드인 크래프 램손을 치료하게 되었다.



당시 크래프 램손은 무릎을 다쳐 절고 있었다. 서씨는 램손의 다리 힘줄을 만져 그 자리에서 걷게 만들었다. 그 솜씨에 감탄한 램손은 즉각 서씨를 래리 홈즈에게 소개했다. 래리 홈즈는 당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5년째 구부리지 못하고 고생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니, 주먹을 제대로 쥘 수도 없고 그 상태에서 펀치를 날리니까, 엄지손가락을 계속 다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홈즈의 오른손을 지압과 마사지로 주물러서 바로 손가락을 구부릴 수 있게 치료했다.

래리 홈즈의 스페셜 트레이너

그 치료를 받고 난 래리 홈즈는, 그 자리에서 마스터 서에게 전속 트레이너 겸 닥터로 일해달라고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내용은 게임당 대전료의 10%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래리 홈즈의 대전료가 한 게임당 100만달러가 넘었으니, 막대한 수입을 거둘 수 있는 기회였다. 숙식비와 전화비 등 소모 경비도 별도로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전속 계약을 하면 집을 떠나 래리 홈즈의 캠프를 따라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서대식씨는 이 조건을 거부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자녀들의 교육을 돌보지 못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그를 필요로 하는 다른 선수들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마스터 서는 래리 홈즈와 ‘스페셜 트레이너’계약을 맺었다. 이는 특정 경기가 있을 때 두세 달 정도 몸을 살펴주기로 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마스터 서는 82년 9월부터 88년까지 래리 홈즈의 체력과 경기력을 7년 동안 관리했다.

권투선수 프레디 로치를 치료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 선수는 오른쪽 손등 뼈에 금이 갔다. 권투선수로서는 치명적인 부상이라, 손 전문 외과 의사들은 수술해도 소용 없다며 은퇴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마스터 서는, 이 선수를 만난 자리에서 주먹을 쥐고 샌드백을 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권투선수만 돌본 것이 아니다. 격렬하게 신체를 놀리는 운동선수라면 모두가 그의 잠재적 고객이었다. 그는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트레이너 노릇에 덧붙여 부상 선수들을 치료하고 재활 훈련까지 시킬 수 있었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어깨든 무릎이든 발목이든 탈골, 탈근된 부위가 원위치로 돌아갔다. 또 그가 처방해주는 체조법은 체력을 관리하는 비방이었다. 훈련은 그의 치료법과 별개가 아니었다.

이런 능력으로 그는 농구, 배구, 축구 등 여러 분야의 선수들을 치료했다. 그는 태권도, 권투, 유도, 기계체조, 농구, 축구, 육상 등 모든 부문에 능한 체육감독이자 코치였다. 또 발레를 한 탓에 무용에도 능했다. 말하자면 만능 스포츠맨이고 트레이너 겸 스포츠의학 전문가였다.

두 번째로 그를 유명하게 만든 선수는 코트의 악동이라 불린 프로 테니스 선수 존 메켄로였다. 1983년은 존 메켄로가 윔블던 대회 등 유명 테니스 대회를 휩쓸며 최고 명성을 떨치던 해였다. 그러나 서대식씨는 텔레비전을 통해 존 메켄로의 경기장면을 지켜보며 그의 선수 생명이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예견했다고 한다. 메켄로의 자세가 허리에 무리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텔레비전을 통해 알아차린 것이다.

그의 예견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존 메켄로는 1년 뒤인 1984년, 미네소타주에서 체코계 선수인 이반 렌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패배한 뒤 메켄로는 계속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1986년에는 허리 통증으로 아예 드러누웠다.

이런 존 메켄로를 서대식씨에게 연결해준 사람은 당시 미 하원 예산분과위원회 위원장이던 보브 오컨 의원(현재는 워싱턴 DC에서 NBC 방송국 부사장으로 재직중)이었다. 보브 오컨 의원은 존 메켄로와 절친한 사이였고, 서대식씨에게는 태권도를 배운 제자였다. 서씨는 일찍이 태권도 제자인 오컨 의원에게 존 메켄로가 허리 통증으로 드러누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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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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