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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체력·정신력 그리고 수중전

16강 진출의 마지막 변수

더위·체력·정신력 그리고 수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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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대구·인천의 날씨는 한국에게 불리할 게 없다. 히딩크의 ‘파워 프로그램’이 적중한다면, 한국축구는 세계를 놀라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벼락공부로 명문대학에 들어간다고 해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축구는 지금부터 월드컵 이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확하고도 무자비한 슈팅이 적의 골대를 뒤흔들 때, 관중들은 그 발길질의 단호함과 공의 돌진 각도와 가엾이 쓰러진 골키퍼의 최후를 열광한다. 그리고 열광하는 관중들의 갈채 속에서 공을 슈팅지점까지 몰아주었던 미드필드에서의 고난은 불멸의 추억으로 살아있다. 축구는 살아서 골인한 공의 생애를 추억한다. 축구는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연대성을 확인시킨다. 공이 그 연대의 통로를 굴러간다. 이 연대 속에는 몸의 도덕성과 몸의 정직성이 살아있다. 월드컵스타디움에서 환호하는 관중들은 자신의 국적의 자부심을 환호하기보다는 인간의 몸의 정직성을 환호하는 것이다.

내가 축구를 좋아하는 까닭은 인간이 기어코 땅에 들러붙어서 땅위를 달리며 발로 차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다가와서 나는 신난다. 공을 찰 때 이 세계는 인간의 몸이 연장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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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축구가 현대화되기엔 많은 시간이 걸리리라 내심 믿고 있던 사람의 하나다. 시설이나 선수관리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 이유를 우리의 의식, 그 가운데서도 언어습관에서 찾았다. 청소년 시절 나는 ‘슛을 하라’는 말을 ‘우겨 넣어’라고 하는 축구풍토에서 자랐다. 골문 앞에서 무슨 수를 쓰든 볼을 우격다짐으로 집어넣으라는 이 말은 축구경기를 관전할 때도 제일 많이 썼던 응원의 하나였다. ‘우겨 넣어, 우겨 넣어!’ 그때 세트플레이니, 센터링이니 하는 기초적이고도 합리적인 말이 있을 리 없었다. 우겨 넣는 것이 축구였고 슛이었다.

이런 것이 어디 축구에서만 찾아지는 것이랴. 어쩌다 TV 사극을 보게 되면 죄인(혐의자)을 문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한결같이 내뱉는 호령이 있다. ‘저놈을 매우 쳐라’ 어떤 것으로, 얼마나 때리라는 것인지. 어느 정도의 강도와 얼마만큼의 횟수도 없다. 마구잡이로 후려 때리라는 것이다…. 어디 TV 사극에서만이랴. 뉴스에 등장하는 관료들도 툭하면 내뱉는 말이 있다. ‘이번 기회에 뿌리뽑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에는 월드컵을 맞아 기초질서 위반사범을 뿌리뽑겠다고 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느 정도 어떻게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구체성이나 합리적인 방법론이 없다. ‘볼을 우겨 넣고’ ‘사람을 매우 쳐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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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발에는 뿌리가 없다. 발은 움직이라고 생긴 것이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숨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을 예리하게 갈고 호기심을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걷는다는 것은 대개 자신을 한곳에 집중하기 위하여 에돌아 가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직립하여 두발로만 걷게 되면서부터 손과 얼굴이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수천가지 운동이 가능해짐으로써 의사소통 능력과 주변환경을 조종할 수 있는 여지가 무한히 확장되었고, 그와 더불어 두뇌가 발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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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차장 >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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