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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골프

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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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액 증가와 이익 극대화만을 목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던 시대는 끝났다. 일시적으로 성과가 좋아도 순식간에 수명을 다하는 기업은 지속가능 경영에 실패한 것이다. 골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과 수십 년 함께 할 수 있는, 혹은 대를 이어 지속되는 골프 모임을 만들겠다는 꿈은 어떤가. 근사하지 않은가.
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골프

기업마다 환경 중시와 사회공헌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지속가능 경영이 화두다. 사진은 LG그룹이 환경경영의 일환으로 초등학교에 제공한 꽃밭.

요즘 미국과 유럽의 경영학계에서는 ‘지속가능 경영’이 최대 화두다. 그동안 기업은 매년 영업 보고서에 과거, 특히 지난 1년간 기업 내부에서 일어난 모든 행동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사실 정부와 소비자, 지역사회 등 기업을 감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이 내부적으로 과거에 무엇을 했느냐보다는 그 기업이 사회를 위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혹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더 관심이 많다. 이 때문에 유럽의 앞서가는 기업들은 영업 보고서 외에도 ‘사회책임 보고서’와 ‘환경 보고서’를 추가로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주, 채권자, 기업구성원들이 이에 그치지 않고 더 새로운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과거에 매출액과 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보다 미래에 매출액과 이익을 얼마나 올리려 하는지, 이를 위해 내외부적으로 어떤 일을 선행적으로 준비하는지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보고서가 바로 기업의 ‘지속가능 보고서’다. 그러니 이제는 매출액 증가와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영업 보고서만으로 경영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매출액과 이익이 높다고 해도 순식간에 수명을 다하는 기업은 바로 이 ‘지속가능 경영’에 실패한 것이다.

골프에도 지속가능 경영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골프를 하다 보면 수많은 골프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초대받게 된다. 이른바 ‘단체팀’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운동도 하고 친목도 다지는 묘미가 있다. 이 골프 친목회도 지속가능 경영을 해야 장수가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경영, 지속가능한 골프

2004년 9월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배 한국오픈골프대회. 이 골프장은 회원들에게 국제대회 자원봉사 기회를 주고 있다.

내가 최근에 나가기 시작한 곳 중에 ‘당진골프회’가 있다. 충남 당진군 출신 출향민들을 회원으로 하는 모임인데, 역사가 30년이 훨씬 넘었고 총 300여 회의 골프행사를 치렀다. 훗날 부총리를 역임한 김원기씨가 산업은행총재에 연임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이 첫 시작이라고 한다. 초기 회원은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 이종근 전 종근당 회장, 안병대 전 안건사 회장, 김두현 변호사, 장성곤 전 한국타이어 사장, 박상철 전 동아가구 사장 등이었으며 초대 원용석 회장부터 2대 이종근 회장으로 이어져서 현재는 5대 구자일 회장이 맡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한양CC, 도고CC, 제일CC, 플라자CC 등에서 모임을 가져왔고, 도고CC에서 운동을 할 때는 서울에서 버스로 함께 가거나 도고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며 우의를 다졌다고 한다.



이 모임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온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순수한 애향심으로 모였다는 점, 둘째 상부상조의 전통적 미덕을 살려온 점, 셋째 통합형 리더를 선출하고 장기간 재임한 점, 넷째 비용을 회원들이 골고루 분담하고 소박하게 운영해온 점, 다섯째 고향 발전을 위한 활동으로 자긍심을 지닌 점, 여섯째 선후배 간 예절과 절도를 중시해온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기가 좋아야 오래간다

지금 회원 중에는 이종근 전 회장의 아들 이장한 회장, 김원기 전 부총리의 아들 김종진 교수, 강관석 전 한국석유공업 회장의 아들 강봉구 회장이 있다. 대를 이어 회원이 된 것이다. 현재 회원 중에는 사제지간도 있고 선후배지간도 있다. 결코 화려하거나 요란한 이벤트는 없지만, 순수한 애향심을 바탕으로 세대를 이어가는 친목 골프회야말로 지속가능형 골프모임이 아닐 수 없다.

요란하게 모임을 갖다가 단명하는 동호회보다는 대를 이어 역사를 쌓아가는 동호회에서 골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필립스전자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속가능 경영의 벤치마킹 대상 기업이다. 우리가 어릴 때 필립스TV는 누구나 원하 가전제품의 대명사였다. 이런 필립스전자가 최근 친환경 비즈니스와 헬스 케어 등 웰빙 사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조명 산업인 LED 쪽으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흔히 녹색기술은 눈 덮인 길을 가는 것과 비교된다. 눈길 아래가 낭떠러지인지 빙판길인지 평탄한 길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선진국 기업들이 먼저 간 길을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선진국들이 이미 녹색기술에서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원천기술을 추격하면서 동시에 응용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필립스코리아의 김태영 사장과 레이크사이드CC에서 함께 골프를 했다. 이 회사 제품인 심장자동제세동기 ‘하트스타트’를 공공시설이나 복지시설에 보급하는 데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교와 상호 협력하기로 ‘사회공헌협력 MOU’를 체결한 것을 기념한 자리였다. 심장자동제세동기는 갑작스럽게 심장이 정지돼 쓰러진 사람의 양쪽 가슴에 패치형 센서를 붙이면 자동으로 몸의 상태를 읽어내므로, 스위치만 누르면 적정한 전기충격을 주어 깨어나게 하는 휴대용 심장소생기다.

우리나라에서는 급작스러운 심장 정지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4만5000명에 달한다. 갑자기 쓰러졌을 때 4분 이내에 긴급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늦어도 8분 이내에 조치를 해야 소생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공연장, 운동장, 지하철역 등에 이 장비를 비치하거나, 자동차에 갖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 6월 사망한 세계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도 갑작스러운 심장 정지가 사인이었다. 병원으로 이송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심장자동제세동기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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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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