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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권 ‘386실세’ 김민석 의원

민주당 대권후보 경선때 캐스팅보트 역할하겠다

  • 손석희·문화방송 아나운서

민주당 대권후보 경선때 캐스팅보트 역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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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역사 발전의 과정에 계파가 있고 없고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자못 비장하게도 들린다. 한편으로 그는 계파와 떨어져 있지만 지향하는 바나 실천하는 방법에 있어선 동교동계와 특별히 다를 것도 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어서 김대통령에 대한 그의 정서를 짚어보기로 했다. 그를 처음 만났던 93년 무렵 그는 내 기억으로 이미 정치인 김대중의 리더십에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개인 디제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같이 하기로 한 것은 94년이었을 거예요. 그때 북핵 위기 때문에 전쟁 직전까지 갔을 때 영국에 있던 디제이가 일괄타결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가장 합리적인 안이었습니다. 저는 정치는 국가경영이고 위기가 있으면 그 해결을 위한 답을 내야 한다고 믿었는데 디제이가 유일하게 그것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국민회의를 창당했을 때 제가 찾아갔지요. 김대중 총재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따르겠다고 했지요. 물론 문제를 푸는 방법론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인데, 지내면서 보니까 그분의 방법이나 저의 방법이나 크게 다르지 않더라구요. 유사함을 많이 느낀다는 겁니다.”

그는 개인이나 계파에 경사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적어도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경사돼 있는 듯 하다. 그가 영남권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왔지만, 절대적 리더십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 없이 반대 세력을 설득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가 영남권으로 다가서기 전에 먼저 극복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 말하겠다고 했으니 이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5·18 말이지요?”하면서 웃는다. 하필 여자 나오는 단란주점이어서 그렇지 5·18 전야라고 해서 술도 먹지 말란 법이야 없다, 우리야 토론을 해도 술 한 잔 들어가야 더 잘 되는 문화가 아니던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생활하는 데 큰 약이 됐지요.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게 제일 속상한 일인데 경위야 어찌됐든 그렇게 됐습니다. 정치 시작하고 가장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사실관계는 다시 확인 안 해도 됩니까?

“보도된 것과 사실은 다릅니다. 임수경씨의 글을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특정 부분을 각색해서 올린 것을 일부 언론에서 확인과정 없이 임수경씨 글로 간주하고 대대적으로 기사화한 것이예요. 임수경씨의 원래 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후배가 쓴 글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도 싫습니다. 사실은 다르니까… 아무튼 변명할 생각은 없어요. 사람들을 실망시켰으니까요. 그래서 사과도 한 겁니다. 사실과 사과는 별개의 문젭니다.”

나는 사건이 있고 며칠 뒤 임수경씨를 만난 적이 있다. 임씨의 허락이 없어 그 때 오갔던 얘기들을 여기에 쓸 수는 없지만, 내 느낌으로는 당시 상황이 ‘이것이다’ 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엔 좀 어려운 구석도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말’지 7월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현장에 있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종합 취재한 기사를 냈는데 거기서는 비교적 김의원의 주장이 검증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비판적으로만 보자면 현장 증인들의 증언이 객관적으로 꼭 옳다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찌됐든 그는 이 술자리 사건으로 타격을 받았고, 이제 기다리는 것은 이 사건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지는 것인데, 그렇게 기다리는 것도 그에게는 꽤 괴로운 과정이 될 것 같다.

“일 많이 하라고 택시비도 안 받던 기사님이 제일 많이 생각났어요. 그 외에도 주변에서 얘긴 안 해도 늘 지켜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구설수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죄송할 뿐입니다.”

―부인은 별얘기 없던가요?

“저를 잘 아니까 아무 얘기 없었어요. 되레 동네 아주머니들이 ‘남자는 다 그런 거야’라고 위로할 때 더 황당했다고 하더군요.”(웃음)

“미군철수는 한국민이 결정해야”

이제 얘기를 좀 돌려보자. 그는 개혁적 소장파라고는 하지만, 굳이 또 분류를 하자면 온건파에 속할 것이다. 하긴 제도 정치권에 몸담은 이른바 386세대들에게 학생운동을 할 당시의 급진성을 요구하는 건 우매한 일이겠지만,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그는 온건파, 흔히 말하는 중도 개혁 쪽에 속하는 것 같다. 그는 그가 벌였던 학생운동, 특히 반미 운동의 성격마저도 급진성으로부터 한 발 떼어두는 일종의 자기 수정을 보여줬다.

몇 가지 질문으로 그가 절대로 급진적 변화를 원하지 않고 기존 틀을 존중할 것이라는 나의 가설을 입증해 보자.

―이른바 개혁적 소장파로서 자민련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셨을텐데요.

“숙명적 관계라고는 하지만 갑갑한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자민련의 도움을 받아서 정권교체도 하고 개혁입법도 어느 정도 했지만 요즘은 갑갑한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애초 약속이니까 지켜야 하고 공조를 깨긴 어렵지 않나 싶어요. 과거보다 더 회의스러워도 그게 깰 수 있는 고민은 아닙니다.”

―남북관계가 변화하면서 국가 보안법 논쟁이 한창인데 그 문제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지요?

“저는 이미 95년부터 폐지 원칙을 천명한 바 있어요. 하지만 내부 합의가 안되면 우선 독소조항을 개정한 후에 몇 단계를 거쳐서 폐지로 갈 수 있을 겁니다.”

―일전에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인터뷰할 때 단 위원장이 그러더군요. 현 정부가 노동정책을 탄압 일변도로 가는 건 대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데 있어서 보수세력을 달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입니다.

“그건 절대 아니라고 봐요. 그런 건 일종의 파시즘이지요. 지금 그런 게 있을 수 있나요. 최근의 노동문제는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과정에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롯데호텔 강경진압은 요즘 같은 시점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건 아직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동계와 정부 간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이런 것들이 문제지 대북관계와는 별개의 문젭니다.”

―80년대 미문화원 점거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는데 그 사건이 한국 사회에 반미 논쟁을 불러 온 도화선이었지요. 미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반미는 일방적인 미국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불평등한 문제에 대한 반대여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부문에 걸쳐서 해당되는 얘깁니다. 당시에는 이 문제를 대중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고리로 광주민중항쟁을 의제화한 겁니다. 미군은 한국이나 미국에 서로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지만 북한 정권이 태도를 개선하고 있는데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선 안된다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SOFA나 노근리 문제도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 매향리 문제도 일면 불가피한 점은 있지만, 다른 나라 주둔지 비행기까지 와서 훈련하는 건 안된다는 겁니다. (매향리 주민들은 훈련장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미군철수 문제는 궁극적으로 한국민이 결정해야 합니다.”

―몇몇 초선의원들이 당명을 어기고 단독국회에 반대하면서 미국으로 떠났지요? 김 의원이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저라면 물론 안 나갔을 겁니다. 물론 그분들의 판단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정치적 소신이라면 존중돼야겠지요. 그런데 그 날 여당 의원 동원령은 단독 국회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야당이 국회로 들어오게 하기 위한 대기의 성격이 강한 것이었단 말이지요. 게다가 미국 국무성 초청이라는 게 무슨 큰 비중이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 조직인으로서 조직의 대표가 청한 걸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건 아니지요.”

“이회창 총재로는 어렵다”

이쯤되면 나의 가설은 입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이런 중도적 개혁노선은 학생운동 이후 투옥을 거쳐 현실 정치로 뛰어드는 과정에 그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합리화시켜준 나름대로의 방법론이었을지도 모른다.

좌파들로부터는 기득권 체제로의 무비판적 합류라든가, 학생운동을 밑천으로 삼은 기회주의적 정치참여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최대한의 아량을 가지고 들여다본다면 기존 정치판에서 그에게 허락된 선택의 폭은 그만큼 좁았을 것이다.

이제 그가 주장하는 정권 재창출의 당위성을 들으면서 비판자들은(꼭 좌파가 아니더라도) 또 하나의 비난거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의 재집권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여론조사 결과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지지도가 만만치 않더군요.

“저는요, 이 총재가 정권을 잡는다는 건 현재 상태로 봐서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섯 가지로 나누지요. 우선 그는 시대에 맞는 인물이 아닙니다. 상생의 시대에 맞지 않아요. 또 다가오는 시대는 남북화해와 통일의 시대여야 하는데 그는 여기에 맞지 않습니다. 경제문제만 해도 그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외교분야에 대해서도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안보문제에 대해선 그 자신이 할 말이 없지 않습니까? 지금은 반사이익을 얻어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지 모르지만 그에겐 긍정적인 부분이 없어요.”

―단점이 있다면 장점도 있을 법한데 그런 건 안 보입니까?

“거의 없어요. 지금까지 무기로 내세워 왔던 원칙과 참신성이 이미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다만 남은 것은 한국 사회의 엘리트 주류 인맥 뿐입니다. 거기에 지역정서에 기대는 것뿐이지요. 이것 가지고는 안된다고 봅니다. 생각해 보세요. 과거에 디제이가 대통령 자질이 있다고 모두 인정했지만 계속 실패했습니다. 그러다가 IMF 상황이 오면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아무리 자질이 있어도 상황을 제대로 만나야 된다고 봅니다. 앞으로 2년 후에는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에 굉장히 진전된 상황이 올텐데 거기에 맞지 않는 한나라당이 될까요? 저는 사실 정권 교체가 무리없이 이뤄지는 사회가 선진국이라고 봅니다. 다시 야당 되는 게 부담 없는 사회, 야당이 집권을 해도 역사 진전에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는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 야당이 남북관계를 비롯해서 개혁을 제대로 할 것인가? 여기엔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그건 막아야 한다, 향후 십 년은 이 기조를 끌고 가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아, 그건 마치 박정희씨의 유신 논리 같군요. 역사의 흐름이 그렇다면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남북관계는 계속 진전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야당도 지금은 당략적 차원에서 시비를 걸지만 여당이 되면 상당 부분 달라지겠지요.

“유신 논리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독재적 사고지만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건 정책의 일관성 문제입니다. 역사적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니 누가 잡아도 된다는 건 ‘정치는 왜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하는 얘깁니다. 그렇게 보면 정책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저는 그것이 디제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햇볕 정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물론 역사적 맥락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북한의 경제난이 가중돼왔기에 햇볕정책도 태어날 수 있었던 거겠죠. 그러니까 사회주의권의 구조적인 문제와 우리의 정책이 결합돼서 나타난 거지요. 따라서 저는 정권이 바뀌면 적어도 남북관계에서는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아직은 미성숙”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것이 집단주의라고들 하지요. 집단주의의 폐해 중 하나가 눌려 지내던 집단이 상층부로 올라섰을 때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새롭게 얻은 권력을 향유하려고만 한다는 데에 있다는데, 재집권의 당위성은 남북관계의 지속성에서 뿐만 아니라 이런 내부의 시스템을 건강하게 바꾸는 데에서 더 찾아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인정합니다. 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저는 이것이 아직 어쩔 수 없는 미성숙의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 내부 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인사도 능력주의로 해나가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리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지요.”

―대통령이 되면 뭘 제일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냥 툭 던져 본 질문이다.)

“글쎄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깊이 고민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는 내게 학생 때 꿈이 뉴스 앵커라 했었다. 뉴스 앵커들이 대거 국회의원이 되는 마당에 거꾸로 이쪽으로 오는 게 꿈이었다니 신선하기도 하고, 또 가만 보면 그는 뉴스 진행자의 자질도 꽤 있어 보여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오늘 인터뷰에서도 그는 답변을 할 때마다 “네 가지로 말하면… 다섯 가지로 말하면…” 하는 식으로 잘도 정리해내는 것이었다.

훗날 그가 자신이 말한 ‘애정, 의지, 욕심’으로 최고권력자가 된다면 “역시 이 길을 택하길 잘 했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때도 여전히 그의 뉴스 진행자적 기질을 아까워할란다.

신동아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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