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독신주의였는데…
담배 끊었는데 니코틴 껌은 아직
모험심과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
만화·골프·코미디 좋아해
인생 관통한 공자의 가르침
어쩌면 이 질문을 30대부터 숱하게 들었을 테다. 그럼에도 그는 조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새 판타지 영화로 스크린에 복귀한 강동원. [AA그룹]
뱀파이어 외모의 비밀
“젊게 사는 게 아닐까요.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보다 제가 어려 보이긴 해요. 연예계 쪽 사람들이 대체로 좀 어려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영화를 보니 이제 아저씨 역을 할 수 있겠어요.”그가 출연한 새 영화는 외유내강이 제작한 판타지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당주집 장손이지만 귀신은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9월 27일 개봉한 영화는 천박사가 퇴마 파트너(이동휘 분), 귀신을 보는 의뢰인(이솜 분)과 함께 천박사가 ‘설경’이라는 부적의 비밀을 파헤치며 퇴마에 성공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린다. 10월 11일 현재 박스오피스 순위 2위, 누적 관객 수 176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의 한 장면. 강동원은 당주집 장손이지만 귀신은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를 연기했다. [CJENM]
작품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뭔가.
“시나리오를 가장 중시한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야 한다. 이번 작품도 그래서 출연했다. 임필성 감독 소개로 외유내강의 류승완 감독을 사석에서 만났다. 내가 오컬트 장르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한번 읽어보라며 ‘천박사’ 시나리오를 보내줬다.”
마귀나 요물을 쫓는 의식에 특별한 관심이 있나.
“그건 아니다. 판타지를 좋아한다. 어릴 땐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 ‘열혈강호’를 무척 좋아한 기억이 난다. 무협만화는 많이는 안 봤다.”
퇴마술을 동원해서라도 버리고 싶은 게 있나.
“니코틴 껌을 끊고 싶다. 담배는 끊었는데 금연 껌은 잘 안 끊어진다. 술도 줄이고 싶다.”
액션 영화를 많이 찍었다. 액션 연기를 좋아하는 편인가.
“좋아하는 것 같다. 몸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운동을 즐긴다. 근데 액션영화를 찍으면 몸이 너무 힘들어서 코미디 영화를 더 좋아하긴 한다. 코미디 연기가 재미있다.”
어떤 운동을 즐기나.
“지금은 골프를 많이 친다. 잘은 못 친다. 애버리지 80에서 90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재작년까지는 무에타이를 꾸준히 했다. 계속 스파링하고 주짓수도 하고 그랬다.”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 많았다. 다치진 않았나.
“이번 작품은 그다지 위험한 건 없었는데 영화를 찍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치거나 사고가 나기도 한다. 사극을 찍다 기왓장이 떨어져 머리가 찢어진 적이 있다. 촬영 현장에서 미끄러져 어깨가 빠진 적도 있다. 화약이 가장 위험하다. 파편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일중독 넘어 ‘즐기는 중’
강동원은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실제와 가장 흡사한 인물은 누굴까.“다 비슷하다. 내 모습이 녹아 있다. 천박사처럼 능청스러울 때도 있고 장난도 잘 친다. 어릴 때부터 장난기가 많고 모험심이 강한 개구쟁이였다. 놀다가 잘 다쳐서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렇다고 장난만 친 건 아니다. 굉장히 진지할 때도 있다.”
데뷔 후 계속 승승장구하며 주연 자리를 지금껏 지키고 있다. ‘흑역사(부끄럽거나 민망한 과거)’가 없어 보인다. 인생을 관통한,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뭔가.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다. 공자가 ‘논어’에서 한 말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배우로서 항상 철칙처럼 지키는 원칙이 있나.
“늘 즐겁게 일하자, 남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일하진 말자는 것이다. 즐거운 현장이 좋다.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지만 배우와 스태프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일하도록 판을 잘 깔아주는 편이다.”
매년 영화를 두 편 정도 찍는 것 같다. 워커홀릭인가.
“평균적으로 2년에 3편을 찍는다. 그게 딱 좋다. 촬영 끝나고 잠깐 쉴 수 있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도 버겁지 않다. 예전에는 스스로 인정하는 일중독이었는데 지금은 일이 너무 재미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굳이 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번아웃이 안 되니 쉴 필요도 없다. 요즘처럼 일을 즐긴 적이 없는 것 같다.”
모험심을 살려 배우 이정재나 정우성처럼 감독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못 할 것 같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것 같아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연예기획사 겸 제작사를 차렸다. 제작은 도전할 만한가.
“그건 괜찮다. 난 시놉시스만 써서 넘기니까 큰 부담이 없다.”
결혼이란 모험을 하지 않는 건 독신주의여서인가.
“지금까지는 독신주의가 맞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그럴진 모르겠다. 미래를 어찌 장담하겠나.”
배우로 산 지 꼭 20년이 됐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진짜 좋은 배우, 어떤 캐릭터든 잘 소화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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