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호

韓·中·日 생선회 삼국지

자연산이냐 양식이냐 수입이냐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입력2005-04-11 14:5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횟집 메뉴는 중국산 활어가 점령한 지 오래다. 각 가정의 식탁도 수입산 고기가 점령했다. 다 죽어가는 한국 어업을 되살릴 방법은 무엇인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조건적으로 인공어초를 투하하지 말고 부정어업을 단속하며 적절히 치어도 방류해야 한다.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과 치어 양산(量産)을 위해서는 국내 양식업이 되살아나야 한다. 여기에 연안어업을 황폐하게 만드는 주범인 발전소 온배수(溫排水)를 재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온배수를 이용하면 유리온실 농업처럼 사시사철 물고기를 기를 수 있다. 평생을 어업에 종사해온 이신복씨는 온배수를 이용한 양식법을 개발했는데….
    휴가철이다. 밤바다에서 살랑거리는 해풍을 맞으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계절이 왔다. 안주는 싱싱한 생선 회(膾)가 제격이다. “회를 안주로 하면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해!” “회는 역시 바닷가에서 먹어야 제 맛이야.” 오랜만에 긴장이 풀린 도시인들은 한없이 늘어진다. 그들은 입 안에서 씹는 회가 토종일 것이라고 철석 같이 믿으며 소주잔을 털어넣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WTO(세계무역기구) 시대. 호주산 쇠고기, 미국산 오렌지, 중국산 마늘이 식탁을 차지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한번쯤은 생선횟감도 수입됐을 것이라고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들이 떠나온 도시로 눈을 돌려보자. 싸다횟집·장보고수산·모듬회 전문·태풍수산·남해활어…, 냉동 참치를 내놓는 참치 횟집이 생겨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틈엔가 펄펄 뛰는 활어(活魚)를 내놓는 횟집이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늘어났다. 아직도 육(肉)고기를 구우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도시인이 있다면, 그는 콜레스테롤의 공포를 모르는 ‘한 시대 늦은’ 사람일 것이다.

    도시의 활어 횟집과 바닷가의 활어 횟집을 비교해 보면 가격 차이가 거의 없거나 도시 횟집이 오히려 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회지 횟값이 생산지인 바닷가보다 더 싼 것은, 국내 활어가 대부분 수입산임을 보여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바닷가와 도회지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횟집이 수입산 활어를 사용하다 보니, 소비되는 물량이 많고 교통이 좋은 도회지로 공급되는 활어 값이 오히려 싸진 것이다.

    소비자는 활어를 싸게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국내 어업인의 처지에 서면 그 반대가 된다. 동북아 각 나라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한 후, 한국은 일본·중국과 중간선 획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 한일어업협정과 한중어업협정을 타결했다. 양대 협정 체결로 인해 중국과 일본 근해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들이 철수하게 됨으로써 국내 수산업은 크게 위축되었다.

    한국을 점령한 중국산 活魚



    어민들이 일터를 놓치게 된 데는 그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어민들이 법이 정한 것보다 촘촘한 그물로 치어(稚魚)까지 남획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획으로 국내 연안에서 어획량이 줄어들자 어민들은 일본이나 중국 쪽에 접근해 그물을 던졌다. 그러다 두 나라가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하고, 어업협정이 갱신되면서 어민들은 남획으로 황폐해진 우리 연안으로 쫓겨 들어왔다. ‘지속 생산’이 가능하도록 국내 어장을 관리했다면 지금처럼 국내 어업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不正어업으로 황폐화된 어장

    물고기들은 주로 암초나 산호초 일대에 서식한다. 따라서 연안 어장을 풍부하게 하려면 사람이 만든 암초인 ‘인공어초(人工漁礁)’를 바다에 넣어주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매년 740억원의 예산을 인공어초를 투하하는 데 쓰고 있다. 인공어초를 투하하면 일시적으로 고기떼가 몰려든다. 그러자 어민들이 어초를 투하한 수역에 집중적으로 그물을 드리웠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인공어초는 결국 그물로 칭칭 감겼다. 어초 안에 갇힌 물고기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밖에 있는 고기는 그물 때문에 어초로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인공어초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예산은 인공어초를 만들어 투하하는 업자들에게 전달된다. 어민들이 인공어초를 못 쓰게 만들수록 해양수산부는 새로운 인공어초를 자꾸 만들어 투하하게 되니 업자로서는 부정(不正) 어업을 하는 어민들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한국은 돈은 돈대로 쓰면서 어장은 황폐해지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돈 있는 어민들은 활로를 찾아냈다. 활어 양식업자에서 활어 수입업자로 변모한 것이다. 경남 통영과 전남 여수는 중국산 활어를 수입하는 대표적인 항구다. 원래 이곳은 활어를 주로 양식하던 곳인데, 돈 깨나 벌었다는 양식업자들은 전부 수입업자로 변신했다. 그러니까 밤새워 경부·호남고속도로를 달리는 활어 운반 차량은, 십중팔구 통영이나 여수에서 중국산 활어를 싣고 출발한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중국산 활어는 배에 설치된 수조에 실려 통영이나 여수항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통관절차를 거쳐 횟집에 배달될 때까지는 수입업자의 수조나 가두리에서 한국산 바닷물을 마신다. 물고기들은 수온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인간이 그어놓은 국경선이나 배타적 경제수역 선을 알 리가 없다. 그러니 수입 활어라 할지라도 한국에 들어와 ‘한국 물’을 먹는 순간 한국산 활어로 둔갑할 수가 있다. 이 활어는 어디 물을 먹었느냐에 따라 제주산 활어가 되기도 하고, 군산·목포·통영산 활어가 되기도 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활어의 양은 연 4만여t이고 중국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활어는 연 3.5만여t이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지 않은 상당량의 활어가 ‘해상 박치기’라고 하는 밀수 형태로 유입된다고 한다. 이렇게 수입 활어량이 많다보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들도 활어 수입에 혈안이 됐다. 자금력이 탄탄한 이들이 나서야 신용장 개설과 통관 절차가 원활하기 때문이다.

    해상 박치기란 한국산 전자제품을 싣고 나간 한국 어선과 중국산 활어를 싣고 온 중국 어선이 공해상에서 만나, 물건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밀수 활어까지 보태져 국내 활어시장은 외국산에 점령당하고 힘없는 어민들만 앉은 채로 말라 가는 것이다.

    가난한 어민들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들에게 수입 활어보다 싸게 활어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과거의 부정 어업은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나도 살고 남도 사는’ 상생(相生)의 어업을 찾아내야만 한다.

    다시 활어로 화제를 돌려보자. 국내로 들어오는 활어는 대부분 중국산이고 참돔 등 일부 고급 어종은 일본에서 들어온다. 횟감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중국산 미꾸라지도 상당량 들어오고 있다. 미꾸라지는 추어탕 재료로 소비되는데, 산 채로 들어온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은 미꾸라지 가루로 만든 추어탕보다 가격이 대체로 싸다. 산 미꾸라지보다는 미꾸라지 가루를 운반·보관하는 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들기 때문이다. 복어(鰒魚)와 홍어는 중국에서도 생산되는 양이 적어, 대개 남미에서 수입한다.

    어쨌든 중국산 활어의 대량 유입은 횟집 메뉴판을 바꾸어놓았다. 과거 횟집 메뉴판에는 광어·도다리·민어 등 어류별로 kg당 가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요즘 메뉴판에는 대개 ‘모듬회 특(特)’과 ‘모듬회 대(大)’가 윗자리를 차지한다. 모듬회 특의 가격, 모듬회 대의 가격에 이어, 비로소 광어의 kg당 가격, 도다리의 kg당 가격이 나와 있다. 모듬회의 범람은 중국산 활어의 유입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중국산 활어 중에 홍민어(일명 點星魚)가 있는데, 이 고기는 활어 중에서 가장 단가가 싸다. 이 고기의 수입가는 kg당 3000∼4000원인데, 수입업자들은 이를 7000∼8000원에 횟집으로 넘기고, 횟집에서는 대개 1만원으로 계산해 손님에게 내놓는다. 홍민어는 싸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는 고기가 아니다. 횟집에서는 홍민어를 중심으로 모듬회 접시를 채운다. 다른 회 값이 오를 때는 홍민어의 비율을 늘리고, 내릴 때는 홍민어를 줄임으로써 모듬회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홍민어의 소비량이 이렇게 많은데도 국내 양식업자들은 이를 양식하지 않는다. 국내 양식업자의 기술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kg당 1만원 이내 가격으로는 도저히 홍민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홍민어는 겨울이 오면 사료를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 성장을 멈춘다. 그러나 사시사철 따뜻한 바닷물이 넘실대는 남중국에서는 홍민어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난대성 어류인 홍민어를 값싸게 양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이다. 지금은 유리온실에서 한겨울에도 수박과 포도를 생산하는 세상이 아닌가. 겨울철에도 바닷물을 따뜻하게 데울 수만 있다면 홍민어를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바닷물을 따뜻하게 데우는 데 드는 돈이 남중국에서 홍민어를 가져오는 운반비보다 싸다면, 한국의 홍민어 양식은 하루아침에 되살아 날 수 있다.

    온배수를 이용하자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보령화력본부 내에서 온배수(溫排水)를 이용한 양식장을 운영하는 이신복(李信馥·49)씨는 이러한 꿈을 꾸는 어업인이다. 보령화력은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전기량의 약10%를 생산하는 굴지의 발전단지로 50만㎾급 석탄 화력발전소 여섯 기와 복합화력 발전소 네 기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화력발전소는 석탄이나 중유를 사용해서 물을 고온고압으로 끓여 만든 수증기로 발전기와 연결된 터빈을 돌림으로써 전기를 생산한다.

    수증기를 발생시키는 데 사용되는 물은 민물이다. 바닷물을 사용하면, 소금기 때문에 보일러와 터빈이 금방 녹슬어버린다. 때문에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는 주변에 큰 강이나 대형 저수지가 있는 곳에 위치한다.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도 수력발전소만큼이나 물(대형 저수지)이 필요하다. 보령화력은 보령댐에서 민물을 공급받고 있다.

    50만kW급 석탄 화력발전소는 시간 당 1720t의 민물을 수증기로 바꾼다. 보령화력에서는 이러한 발전기 여섯 기가 돌아가므로 시간당 1만320t, 하루에는 무려 24만7680t의 물을 수증기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수증기를 전부 대기중으로 방출한다고 상상해보라. 보령댐은 1억3000만t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대형 댐이라 그런대로 견디겠지만, 웬만한 저수지는 며칠 만에 말라버릴 것이다.

    발전으로 인해 저수지가 말라버리면 더 이상 발전도 하지 못하고, 농민들은 가뭄이 들어 논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도, 물 한 동이 퍼올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화력발전소는 수증기를 냉각해 다시 물로 만들어 재활용한다. 수증기를 다시(復) 물(水)로 되돌리는 것을 ‘복수(復水)’라 하고, 이러한 일을 하는 장치를 ‘복수기(復水器)’라고 한다. 이 복수기는 냉장고처럼 전기를 소비해서 수증기를 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적잖은 전기를 소모하므로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량이 적어진다. 때문에 화력발전소는 ‘무한자원’인 바닷물을 끌어들여 수증기를 식힌다. 즉 바닷물을 담은 거대한 수조 속에 수증기가 지나는 관을 만들어 수증기를 내보내면, 수증기는 이 관을 지나는 사이 식어 물로 되돌아간다.

    관 속을 지나는 수증기는 고온고압이기 때문에 적당한 때에 바닷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바닷물도 언젠가는 펄펄 끓게 된다. 따라서 화력발전소의 복수기는 끊임없이 바닷물을 교체해 준다. 수증기를 식히기 위해 복수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바닷물을 ‘냉각수’라 하고, 수증기를 식힌 후 약간 데워진 채 바다로 나가는 물을 ‘온배수(溫排水)’라고 한다.

    이신복씨는 “온배수를 이용하면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바닷고기를 양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씨가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이 어민들은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눈엣가시로만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해 온 어장이 발전소가 가동된 후 황폐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 양식장이다. 김은 찬물에서 잘 자라는 해조류(海藻類)인데 온배수가 쏟아져 나오는 바닷가에서는 죽거나 성장이 느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고기는 수온 변화에 예민해서 수온이 변하면 좋아하는 수온을 따라 이동한다. 그러나 가두리에 갇혀 자라는 물고기는 이동할 수가 없다. 때에 따라 발전소는 점검이나 고장 등으로 발전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온배수 배출도 멈추게 된다. 그러다 재가동하면 다시 온배수가 나오는데 이때 발전소 수역은 2∼5℃ 정도 수온이 변하게 된다. 이렇게 수온이 변화하면 가두리 속의 물고기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죽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들로 인해 어민들은 발전소 측과 연일 다툼을 벌였다.

    이러한 사례는 온배수의 폐해를 보여준다. 그러나 온배수에는 좋은 점도 있다. 물고기들은 대체로 따뜻한 물을 좋아해, 발전소의 온배수 출구 쪽에는 항상 물고기 떼가 몰려든다. 실제 전국 원자력발전소의 온배수 배출지점은 목 좋은 낚시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이곳은 보안 시설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주로 외곽에서 낚시를 한다. 6개 화전이 모여 있는 보령화력이나 6개 원전이 모여 있는 영광원전처럼 대형 발전본부에서는 시간당 60만t이 넘는 온배수를 배출한다. 이씨는 이러한 현실에 주목해 온배수를 이용한 겨울철 양식을 계획한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는 두 가지 난제가 있었다. 첫째는 온배수에 섞여 있는 ‘차아염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차아염소는 수돗물이나 수영장 물을 소독할 때 쓰이는 약품인데, 발전소에서는 복수기로 끌어들이는 냉각수에 살포한다. 차아염소를 살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냉각수와 함께 들어오는 조개류의 종자가 복수기 내부에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복수기 내부에 조개류가 달라붙으면 냉각수 흡입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냉각수의 흐름이 불안정해진다. 때문에 발전소에서는 조개 종자가 냉각수를 따라 들어오는 것을 막고 또 안으로 들어왔더라도 복수기 안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이들이 싫어하는 차아염소를 뿌린다.

    차아염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기 중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금방 나온 온배수에는 차아염소가 섞여 있어 이 물로 물고기를 키운다면, 물고기는 차아염소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서 떠오를 것이다. 온배수에 섞인 차아염소를 신속히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씨가 당면한 최대 과제였다. 이씨는 선진국에서는 온배수를 이용한 어류 양식이 보편화했다는 데 주목했다.

    캐나다의 피커링 원자력발전소는 온배수로 송어를 양식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원전 두 곳을 포함한 22개 발전소에서, 일본은 7개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20개 발전소에서 온배수를 이용한 양식을 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들은 차아염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에 양식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차아염소 제거 방법을 특허로 보호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씨는 “그렇다면 우리도 차아염소 제거법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수년간 노력한 끝에 이씨는 차아염소를 신속히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내 특허청에 특허 출원했다.

    이로써 첫째 고개를 넘은 이씨는 1997년 한국전력으로부터 보령화력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이용해 시범양식사업을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냈다. 그로부터 4년간 시험양식을 한 그는 또 하나의 문제를 발견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는 온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발전기가 고장나 갑자기 온배수 배출이 중단되면 수조 속의 물고기는 떼죽음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온수가 일정한 온도로 일정량이 공급되는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씨는 양식장 수조로 들어오는 온배수 관에 센서를 달아, 유입되는 온배수의 온도가 떨어지면 비상용으로 준비해둔 보일러를 가동시켜 물을 데우는 장치를 만들었다. 이로써 이씨는 둘째 큰 고개를 넘었는데, 정작 마지막 단계에 부딪혀 헉헉거리고 있다. 이씨의 말이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양식업을 키우자고 하면서 정작 기술을 개발해 놓으니까 지원을 중단했다.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양식이 특혜가 될 수 있다, 한전의 상급부처인 산업자원부와 해양수산부 간의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대단위 양식사업을 해보겠다는 신청을 받아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좁은 소견일 수도 있지만 나는 매년 740억원씩 들여 의미 없이 투하하는 인공어초보다는 온배수를 이용한 양식업을 키우는 것이 다 죽어가는 국내 어업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우리 사업이 성공해 전국의 발전소로 확대된다면 한국의 활어 양식은 되살아날 수 있다.”

    양식은 한국 어업이 살길

    국내 활어 양식 중에서 살아 남아 있는 것은 광어(넙치)와 우럭(조피볼락)과 멍게(우렁쉥이)뿐이다. 세 종류는 더운물을 싫어하는 특징이 있어, 남중국에서는 양식할 수가 없다. 이중에서도 성공작은 광어다. 현재 한국은 제주도 일대에서 광어를 양식해 상당량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광어가 전량 한국에서 소비된다면 광어 가격은 kg당 1만2000∼1만40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잉 생산된 광어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국내의 광어 소비자 가격은 비교적 높은 kg당 2만5000∼2만8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광어를 예로 들며 온배수를 이용해 활어감을 양식한 다음 일본이나 중국으로 역수출하자고 주장했다(멍게와 우럭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좋아하는 나라가 없어 수출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일본은 잡기만 하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한 지 오래다. 어업 선진국인 일본은 양식장에서 부화시킨 치어를 지방자치단체별로 매년 수천만 마리를 방류하고 있다. 100마리의 치어를 방류하면 그중 15마리 정도가 성어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치어의 무게는 2∼3g이고 성어는 1∼2kg이다. 치어 100마리의 무게는 불과 200∼300g에 불과하지만 성어 15마리의 무게는 7.5~30배에 이르는 15∼30kg이다. 방류한 지 1년 만에 단 한 푼의 사료도 먹이지 않았는데도, 최고 30배의 수확을 올리는 것은 어업밖에 없다.

    한국의 단백질 공급원

    일본은 관리어업이 정착된 나라다. 또 일본 어민들은 부정어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한 후 일본의 해상보안청이 눈에 불을 켜고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어오는 한국 어선을 단속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도 형식적으로는 매년 치어를 방류하지만 어민들의 부정어업 때문에 성어가 되기 전에 잡히고 만다. 이씨는 이런 말을 했다.

    “이제는 우리 어민도 그물코를 키워 큰 고기만 잡는 어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국내 어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상당 부분의 고기는 양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민이 섭취하는 동물성 단백질 중에 42%가 물고기에서 얻는 것이다. 물고기 가격이 오르면 한국민들은 훨씬 비싼 축산물을 구입해 단백질을 보충해야 할 것이다. 이미 한국의 축산업은 수입 축산물로 인해 무너진 지 오래다. 이제 어업은 한국민이 단백질을 구하는 마지막 자존심이 되었다. 우리는 어업마저도 무너뜨릴 것인가?”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