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사람중심! 경북세상! | 권두 interview

경북의 文人 이문열 “품격 있는 고향에서 儒家·현대문학 잇는 작업할 것”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경북의 文人 이문열 “품격 있는 고향에서 儒家·현대문학 잇는 작업할 것”

2/2

열흘간 머무는 고향

그랬나요?
“개인적 취향으로 (유가 문학을) 조금 했는데, 한문 잘하고 유학 배운 걸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따로 선생님을 구해서 배운 적은 없어요. 유학은 개인적 취향이자 정신적 고향이고 바탕, 토양 같은 느낌입니다.”

이문열은 인조 18년(1640) 병자호란의 국치를 부끄럽게 여겨 이곳으로 들어온 석계(石溪) 이시명 선생의 후손이다. 부인은 안동장씨 장계향. 최초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집필했는데, 작가 이문열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석계 부부는 왜란과 호란으로 궁핍해진 이웃을 위해 상수리나무를 심었고, 지금도 수령 400여 년이 된 상수리 고목이 50여 그루에 이른다. 이문열은 석계 선생의 넷째 아들 항재(恒齋) 이숭일의 12세손. 영양의 재령이씨는 의병대장을 지낸 나산 이현규, 일제강점기 유림 대표로 파리장서사건(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독립을 호소한 서한을 작성한 사건)에 서명한 운서 이돈호 등 독립운동가와 항일 시인 이병각 등을 배출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자치단체에선 선비정신을 강조하던데, 요즘 시각으론 옛날의 미덕이고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정도죠. 전통문화를 지향하는 거죠. 나도 일곱 살 때 고향을 떠났다가 여덟 살에 안동 중앙초교, 서울 종암초교를 다니다가 4학년 때 경남 밀양으로 갔어요. 6·25전쟁 직후 어지러운 세상에 신분이 노출돼 여기저기 이사를 다녔죠. 그런데요, 늘 밖에서 떠돌아다녀도 꼭 고향에 가고 싶어요.

1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1년에 한 번은 고향에 가서 열흘 정도 머뭅니다. 고향의 전통, 그래도 내가 구습(舊習)을 아는 것도 이 때문이죠.”

경북 사람으로 살아보니 어떤가요?
“뭐, 힘들 때도 있어요. 가끔 경북은… 역사의 과잉이 느껴져요.”





몇 백 년 이어져오는 훈도

역사의 과잉이라면….
“그 지역에 너무 큰 문화가 중복돼 있는 거죠. 경주를 중심으로 한 불교문화도 그렇고, 주자학 측면에서도 기호학파 영남학파 중 2분의 1이죠. 그러니 경북 분들은 자부심도 도도하고, 문화유산도 많은 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산업화 세력이 근·현대사를 끌어와 정신적 콤플렉스를 만들기도 해요. 산업화 덕을 본 도시는 구미 정도인데, 경북인으로서의 정신적 자부심은 고단합니다.

 다만 고향 사람들 마음속에는 천박하게 막돼먹지 않고 어떤 격이 있는 거 같아요. 그 품격이 위로가 됩니다. 문중이 망할 때 망하고, 구를 때 굴러도 몇 백 년 이어져오는 훈도(薰陶·덕으로 사람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치고 길러 선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가 있는 거 같아요.”

최근 ‘신동아’에 ‘둔주곡(遁走曲) 80년대’ 연재를 시작했는데요.
“쓰기 시작하면 웬만한 작품은 1년 내에 쓰는데, 내가 생각을 입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스타일이어서 매달 쓰려니 힘드네요. 둔주곡은 ‘푸가(fuga)’라고 하는데, 하나의 주제로 각 성부나 악기에 장기적이고 규율적인 모방반복을 하면서 특정된 법칙을 지켜 이루어진 악곡입니다.

노래 부를 때 한가락으로 가는 게 아니고, 가락 자체가 다른 가락이 가는 거죠. 그러니 불협화음 공간이 생기는데, 그 땐 이상한 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체로는 한 노래를 이루죠. 우리의 1980년대도 산업화와 민주화가 각기 다른 가락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한 노래입니다. 경북이 가진 인상도 각기 다른 가락이 다른 소리를 내지만 결국 한 방향으로 종합하고 절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신동아 2017년 8월호

2/2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경북의 文人 이문열 “품격 있는 고향에서 儒家·현대문학 잇는 작업할 것”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