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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시론

노무현은 ‘개혁 독재’에 빠지지 말라

  • 사진: 임현진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노무현은 ‘개혁 독재’에 빠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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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무현의 등장은 이미 예고돼 있었는지 모른다. 권력 핵심부의 각본이 엉성하다 보니 기적처럼 보일 뿐이다.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세대에게 노무현씨와 정몽준씨는 서로 이념과 배경이 다르긴 했으나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됐다. 대쪽 이미지의 이회창 후보는 ‘3독’과 ‘3과’를 넘어서는 신선함과 대중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무현과 정몽준 사이의 후보단일화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것도 이회창 후보에 대한 회의에 기인한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바람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바람의 정치의 중심에는 뉴미디어가 있다. TV, 라디오, 일간 신문보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여론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세계 1위의 인테넷과 이동통신 인구가 말해주듯 디지털 언론이 공론장(public sphere)을 주물렀다. 기성세대의 여론지배에 대한 일종의 반란이다.

흔히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요인으로 세대와 지역을 지적한다. 붉은 악마로 결집된 젊은 세대가 바람의 정치를 이끌었다. 이들은 변화를 갈구하는 역동적인 존재다. 잘못된 교육제도가 부추긴 지나친 경쟁에 대한 반발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주저하지 않고 추구하는 저돌성과 개성미를 지니고 있다. 춥고 배고픈 시대에 눈치를 보고 살 수밖에 없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싫고 좋은 것을 분명하게 가르는 무서운 아이들이다. 이들은 명분보다 실리,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실용주의를 추구한다. ‘오^ 대한민국’을 연호하면서도 싫으면 언제든지 이민을 떠날 수 있는 현실주의자들이기도 하다.

광주의 노무현 후보 지지율 95.18%와 대구의 이회창 후보 지지율 77.75%는 우리 사회에서 지역감정의 골이 매우 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었다. 과거 지역주의의 피해자인 호남이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영남보다 더 지역감정에 빠져 있다. 두 지역은 방어적인 의미에서 몰표를 던졌겠지만 동서갈등의 지속을 확인시켜준다. 특히 노무현 후보가 고향인 부산에서 29.86%라는 약소한 지지율을 얻은 것은 호남 정권과 영남 민심 사이의 극명한 거리감을 보여준다. 김대중 정권에서 패권적 지역주의는 약해졌다. 그러나 연고와 정실에 의한 인사 불균형은 지역감정과 대립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바람의 정치가 지니는 맹점은 변덕스러움이다. 자연의 이치처럼 강하게 불기도 하고 쉽게 죽기도 한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무정형(無定形)의 여론은 이성보다 감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예측을 불허한다. 포퓰리즘이 자라나는 온상이다. 대중추수와 인기영합으로 인해 국가정책의 일관성과 공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 예전 아르헨티나의 페론이나 브라질의 바르가스, 최근 페루의 가르시아나 베네주엘라의 차베스의 사례가 보여주듯 포퓰리스트들은 현재를 위해 미래를 저당잡히는 경향이 있다. 이 중남미 국가들이 겪고 있는 오늘의 경제위기와 사회혼란, 정치불안이 그 참담한 결과다.



새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포퓰리즘이다. 대통령 당선자의 카리스마가 약하다 보니 포퓰리즘의 유혹이 크다. 국민에게 의견을 묻고 답을 구하는 쌍방향 정치는 좋다. 문제는 그것을 제도화시키는 것이다. 굳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 내각이 국민의 동참을 유도하면 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터넷 추천제만 해도 그렇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있는데도 장차관을 인터넷으로 추천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유명무실화된 제도에 착안한 데서 여론정치 기미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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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현진 서울대 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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