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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우리 스스로 선택해 일한다”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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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고객 요구 예측

새쓰는 창업 당시부터 직원 복지에 힘을 쏟았지만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새쓰가 상품이나 기술이 아닌 복지제도로 평가받는 것을 굿나이트 회장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굿나이트 회장은 지금도 “나는 직원들이 복지제도가 좋아서 새쓰에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월급 때문도 아니다. 일이 도전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새쓰는 비즈니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요즘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 끊임없이 축적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분석해 쓸모 있는 정보를 추려내는 일이다.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상위 1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새쓰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상당수 새쓰 고객이다.

새쓰는 좋은 기술 하나 들고 유리한 고지에서 여유를 부리는 기업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대신 1년마다 사용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임대 형식을 고집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매년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건 고객 처지에서 보면 1년만 쓰고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쓰가 적어도 1년에 한 번 고객으로부터 평가받기를 자처한 것이다.

새쓰는 매년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며 고객 만족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 결실로 새쓰 고객의 계약기간 연장 비율은 95% 이상이다.



새쓰는 1976년 창업 이래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7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새쓰는 고급 분석(Advanced Analytics)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고급 분석은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데이터에서 일정한 패턴을 읽어냄으로써 기업이 소비자나 사용자의 향후 행동을 예측해 선제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을 말한다. 새쓰는 관련 시장에 대한 조사가 처음 진행된 1997년부터 점유율 1위를 고수해왔다. 지난해 점유율은 36.2%로 2위 업체보다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이나 경영 등 사람을 다루는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심리학 이론 중에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이 있다. 사람의 욕구가 생리적 욕구-안전 욕구-소속 및 애정 욕구-자존 욕구-자아실현 욕구 순으로 위계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점차 다음 단계 욕구가 강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학생이나 직원의 동기를 유발해야 할 때 주로 활용되는데, 상대방의 행동에서 적절한 욕구를 읽어내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사람들의 욕구는 점차 고차원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새쓰의 경영방식을 들여다보면 직원들이 최상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먼저 전폭적인 신뢰를 통해 자존감을 높인다. 또한 도전적인 직무를 제공하면서도 일에 치우치지 않고 사생활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자아실현을 돕는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대이다보니 새쓰 직원들이 저차원적 욕구 불만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진 적도 있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닥치자 새쓰에도 정리해고 가능성이 불거졌다. 분위기를 감지한 굿나이트 회장은 시간을 끌지 않고 2009년 초 “감원은 없다. 다만 당분간 추가 인력 채용이 어려울 수 있으니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불필요한 비용 절감에 애써달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기업들은 통 크게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했다가도 경기가 나빠지면 어쩔 수 없다며 사람을 쳐내기 바쁘다. 굿나이트 회장은 “정리해고는 당사자는 물론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불편한 감정이 들게 하기 때문에 기업 정신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지는 것은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경영진의 잘못이 크다”고도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가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으로부터 평가받기를 자처하는 것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야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새쓰는 또한 채용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번 새쓰 일원이 되면 아낌없이 애정을 쏟아 붓는 대신 새쓰 일원으로 적합한 인물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을 신중하게 진행한다. 그렇다고 화려한 스펙을 요구하거나 복잡한 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겸손한 태도와 동지애 등을 살펴본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이니 관련 기술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태도는 가르치기 어려운 만큼 지원자의 성품이 합격의 열쇠가 된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새쓰는 비상장 기업이다. 2000년대 초 IT버블이 극에 달했을 때 굿나이트 회장은 새쓰 상장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없던 일로 했다. 마침 거품이 꺼지기도 했지만, 새쓰 고유의 문화가 파괴될지 모른다는 직원들의 우려가 결정적이었다. 2002년 직원 설문 조사에서 87%가 상장을 반대했다.

새쓰가 기업공개를 단행하면 자본이 훨씬 풍부해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직원들은 외면했다. 상장되는 순간 감원과 비용 절감 등 월가의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새쓰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것을 두고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경영대학원 알 시거스 교수는 “소프트웨어 업계 최고의 전략적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굿나이트 회장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혁신에 불을 지피는 게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혼자 머리를 쥐어짜는 것보다 동료나 고객과 소통할 때 비로소 생산적인 아이디어들이 생겨난다. 그 아이디어가 모두 제품화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제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게 될까 하고 머뭇거리거나 포기하면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새쓰 인사담당자는 “업무적으로 도전을 계속하면서도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갖추니 행복하고 건강한 직원들이 알아서 생산성을 높인다”며 “덕분에 새쓰는 지속적인 혁신과 고객 만족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굿나이트 회장은 새쓰를 창업할 당시 세계 최고의 복지를 자랑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내가 직원이라면 이런 걸 기대할 텐데’ 하는 생각만 있었다. 직원 처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제도와 시설을 갖추니 세계 최고의 직장이라는 타이틀이 저절로 따라왔다.

새쓰는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개선해야 할 점들을 묻고 그 결과를 내부 전산망에 공개한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매겨 개선 작업에 나선다. 새쓰는 기술 면에서나 직원 복지 면에서나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에 변화를 가져올 것처럼 대하라. 그러면 그들은 진짜로 변화를 일으킨다.” 굿나이트 회장이 한 말이다. 새쓰를 연구한 와튼스쿨 팀은 새쓰가 훌륭한 기업문화를 유지하면서 37년 동안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굿나이트 회장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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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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