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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생산라인 볼모로 제왕 노릇 7개 파벌 내분에 자제력 잃어

‘연례 파업’ 현대차 노조의 속살

  • 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생산라인 볼모로 제왕 노릇 7개 파벌 내분에 자제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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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만 손 놔도 공장 올스톱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에서 가장 노조가 강한 산업 중 하나가 자동차였다. 미국 자동차 3사가 한때 위기에 내몰린 요인으로 강성 노조가 가장 많이 거론될 정도였다. 사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노조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생산 시스템에 그 이유가 있다. 자동차 공장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20여 명만 손을 놔도 4000명이 일하는 공장 전체가 올스톱할 수밖에 없다. 강성 노조원들의 입김이 강해지는 배경이다.

또한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속도가 늘 일정하기 때문에 생산 중단은 곧 그 기간만큼의 매출 손실을 뜻한다. 여기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선 워낙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 출고 날짜가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딜러들이 더 이상 주문을 넣지 않는다는 것도 회사로서는 큰 부담이다.

현대차 사측이 노조에 비해 협상력이 떨어졌던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그전까지는 오직 ‘성장’ 외에 다른 것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노조와 갈등을 빚다가 자칫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해외 고객들의 주문 취소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러니 노사 협상 테이블의 추는 언제나 노조 쪽으로 기울었고 현대차 노조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가속페달을 밟아왔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현대차는 품질 개선, 환율 효과, 경영환경 개선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회사로서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너무 크다고 여겼기 때문에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도 모두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현대차 노조가 강성이 된 데는 회사가 인사권 등을 너무 일찍 포기한 탓이 크다”고 했다.

이런 현대차가 반전의 기회를 잡긴 했다. 해외 생산량 확대라는 ‘확실한 카드’를 손에 쥔 덕분이다. 현대차는 2000년부터 권역별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해왔다. 지난해 브라질 공장이 완공되면서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올해도 터키 공장 증설, 중국 3공장 증설 등으로 해외 생산 능력이 확대됐다. 9월 기준으로 현대차의 해외 생산 능력은 연간 379만 대로 국내 생산 능력인 연간 351만 대를 앞질렀다. 현대차는 중국 서북부 지역에 4공장을 짓기로 하고 부지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경영진은 “파업을 하면 해외로 물량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실제 올 상반기 현대차가 판매한 차량 중 61%가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노조도 국내 공장 생산물량이 줄어들면 당장 특근수당 등이 줄고 결국 일자리 안전성도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勞使 방정식’ 나올까

현대차 노사관계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쪽에 쏠려 있던 저울추가 그나마 이제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단 올해 파업이 지난해보다 기간이 길지 않았고 강도도 약했다는 점에서 향후 노사관계 개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이들도 있다. 사측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고수해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떤 이는 “노조 조합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점차 길어지는 만큼 보수화 성향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외형 성장을 위해 노사관계 재정립을 미뤄왔던 사측. 출범 후 26년간 수많은 비판 속에서도 그들만의 정공법을 고집했던 노조. 이들이 풀어갈 새로운 ‘현대차 노사 방정식’에 많은 이가 주목하고 있다.

신동아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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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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