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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은 대구의 미래 여는 ‘낭중지추(囊中之錐)’

‘문화·관광 단체장’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달성은 대구의 미래 여는 ‘낭중지추(囊中之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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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인문학 총서 발간
  • ● ‘송해공원’, 새로운 랜드마크 될 것
  • ● 2015년에만 26개 분야 수상 진기록
  • ● 인구 30만 시대 열 ‘웅군(雄郡)’
달성은 대구의 미래 여는   ‘낭중지추(囊中之錐)’


달성은 대구의 미래 여는   ‘낭중지추(囊中之錐)’


대구광역시 달성군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2014년 3월 군(郡) 개청 100주년이란 경사(慶事)를 맞은 데 이어 이번엔 무려 50권에 달하는 ‘통 큰’ 인문학 총서 발간에 나선 것.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을 테마로 한 이 총서는 지난해 12월 이영진 경북과학대 문화재관리과 교수가 쓴 제1권 ‘달성 마을 이야기’(이하 민속원), 정은하 전국아리랑전승자협의회장이 집필한 제2권 ‘달성의 소리’,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음악문헌학’ 대표를 저자로 한 제3권 ‘사문진과 한국 첫 피아노’가 1차로 발행됐다.
달성문화재단(대표 김채한)이 기획한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은 제목 그대로 달성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이야기를 적극 발굴해 스토리텔링화한 것. 예컨대, 제1권에선 본래 성주 이씨가 많이 살던 달성군 하빈면 ‘묘골’이 조선시대 사육신 중 한 명인 박팽년 선생의 후손 순천 박씨의 세거지(世居地)가 된 사연 등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묻히고 잊힌 군내 마을들의 역사를 되짚었다.
오랜 세월 달성에서 불리고 전해져온 전통 민요를 채집해 수록한 제2권에선 다채로운 상엿소리와 지신밟기 소리를 통해 옛사람들이 사별할 때의 심정, 두려움과 소망 등을 엿보게 했다. 낙동강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국내 최초의 피아노가 들어온 역사적 사실을 조명한 제3권에선 미국 선교사가 가져온 피아노 덕분에 대구에 서양 근대음악이 소개되고, 국내 1세대 서양음악가 배출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밝힌다.

“千泉水 드세요”

기초자치단체가 온전히 해당 지역 이야기만 담은 대규모 인문학 총서를 발간하는 건 유례가 없는 일.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다.
“한잔 드세요, 천천수(千泉水). 비슬산 해발 1000m 지점에 자리한 고찰 대견사의 자연 샘에서 솟는 물입니다. 1000m 고지에서 천년을 이어와 그렇게 명명(命名)했어요. 집무실을 찾는 사람마다 제가 이렇게 물을 먹여요(웃음). 다들 의아해하죠, ‘웬 물?’이냐고. 근데 이건 그냥 물이 아니라 천년 정기가 서린 물이에요.”
1월 28일 오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군청. 김문오(67) 군수는 대뜸 물부터 권한다.
810년 신라 헌덕왕 때 창건돼 1917년 일제강점기에 강제 폐사된 호국성지 대견사는 일연선사가 22년간 머무르며 ‘삼국유사’ 자료를 수집, 정리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 절. 전국 최초 사찰 복원사업으로 문화재청 승인을 얻어 2014년 3월 1일 중창(重創) 개산대제를 열고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으로 복원됐다. 대견사 샘물은 음용수 목적의 지하수 수질검사 결과, 맛있는 물의 지표(O-index)가 10.77로 시판 중인 국내 유수 브랜드 생수들보다 월등히 높고, 건강한 물의 지표(K-index)도 9.97로 기준치(5.2 이상)의 2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 인문학 총서 발간 계기는.
“바야흐로 달성군은 문화·경제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군(郡) 몸집이 커진 만큼 내실 또한 찼다고나 할까. 대구 경제의 70%를 책임질 초고속 성장의 주인공이면서 지역문화의 가치에도 중점을 둔다. 이런 가운데 우리 인문정신을 보여주는 총서 발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책이야말로 유·무형의 유산을 담아낼 수 있는 검증된 그릇 아닌가. 올곧은 달성의 기본 정신을 안다는 건 곧 19만여 군민의 마음을 하나 되게 하고 새로운 미래를 힘차게 여는 힘이 될 것이다.”

10년간 매년 4~5권 발행

▼ 50권이면 방대한 분량이다. 군 단위에 그만한 콘텐츠가 있나.
“물론이다. 50권 발간 완료에 10년 정도 잡는다. 해마다 4~5권씩 발행한다. 이만한 규모로 시간과 공을 들여 인문학 총서를 펴내는 기초자치단체는 달성밖에 없다. 대구의 8개 구·군 중 유일한 군이라 산간벽지쯤으로 잘못 아는 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눈뜬 장님 같은 억측이다. 달성은 대구의 시작이자 끝이다. 한때 대구시내를 품었던 달성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 대구에 살을 떼어주고, 안방 자리도 내줬다.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그 근기(根氣)가 어디 가진 않는다. 문화·경제적으로 대구를 이끄는 중심이자 견인차 구실을 하는 게 달성의 현재 위상이다.”
▼ 총서의 첫 번째 이야기로 ‘마을’에 주목한 까닭은.
“마을은 흔히 일컫는 촌락 개념이다.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가던 곳이다. 지금이야 대다수 사람이 도시화된 곳에서 살지만, 달성엔 예부터 유지돼온 전통 마을이 많다. 법정동은 자연 부락, 즉 촌락을 뜻하는데, 군내 법정동이 95개로 대구 전역 법정동의 3분의 1을 넘는다. 그만큼 도농복합지역인 달성에 마을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총서의 서막을 올리는 소재로 ‘마을’을 택한 건 마을이 단순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문화, 역사가 한데 버무려진 공동체의 시작점이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서로 와 닿는 첫 공간이 아닐까.”
▼ 두 번째는 ‘민요’ 이야기다. ‘마을’과의 연관성은.
“민요는 그냥 전통 가락이 아니다. 거기엔 삶의 갖가지 모습이 녹아 있다. 마을 단위로 끈끈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던 선조들의 일상이 민요라는 유산으로 남은 것이다. 그건 문화적 얼이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살기 나아졌다고 해서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워졌나. 과거 없는 현재 없듯, 과거 없는 미래도 있을 수 없다. 바로 그래서 문화로서 민요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시사점, 보전성, 다양성

▼ 제3권에서 사문진 나루터에 천착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선가.
“화원읍 성산리의 사문진 나루터는 1900년 3월 국내 최초의 피아노가 유입된 곳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결코 가볍지 않다. 피아노 유입으로 대구는 음악도시가 됐고, 우리나라 음률체계가 바뀌었다. 한국 양악사의 시작점이 사문진이니, 요즘 표현대로 하면 ‘대박 사건’이었던 셈이다. 이를 모티프로 2012년부터 매년 여는 ‘100대 피아노 콘서트’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입소문난 공연이 됐다. 달성만의 새 문화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역사·사회적 배경에 문화적 스토리를 덧입혀 가능했다. 한편으론 과거 영남권 최대 물류 거점으로서 신문물이 활발히 드나들던 사문진을 재조명하는 것도 달성의 근대를 재발견하는 길이다.”
▼ 기획 방향 및 필자 선정은 어떻게 하나.
“문화는 좁게 보면 예술의 영역에 속하지만, 넓게 보면 가치관과 신념, 삶의 방식까지를 포함한다. 거시적·미시적 관점을 두루 살펴야 한다. 얼마나 크고 화려한가 하는 성과주의로 접근해선 문화의 깊이가 사라진다. 그런 관점에서 달성문화재단은 시사점, 보전성, 다양성이란 3가지 기준에 의거해 총서 기획을 한다. 시사점은 주제의 동시대성을 짚어볼 수 있고, 보전성은 보존하고 전수해야 할 가치를 짚는다. 다양성은 편향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들 기준에 따라 주제가 선정되면 관련 분야 전문가를 수소문해 집필을 의뢰한다.”
▼ 총서에 대한 군 내외 반응은.
“발간 소식이 알려진 후 군청과 달성문화재단뿐 아니라 군 관할 9개 읍·면사무소, 유관기관에까지 문의가 빗발쳤다. 문의자는 군민은 물론 대구·경북권 거주자가 망라됐다. 학교나 출향인사도 많다. 그들의 평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더라’다. ‘계획만 거창하지 별것 있겠어?’ 하던 어쭙잖은 시선이 적잖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이 꽉 차있더라는 거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디뎠다. 50그루 중 3그루일 뿐이니, 숲이 아닌 나무에 대한 평가일 따름이다. 관심 갖고 지켜봐달라.”
▼ 달성군이 문화·관광과 인문학 분야를 강조하는 이유는.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급속한 사회 변화는 근·현대의 상징이다. 이젠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문화적 힘이 필요하다. 단지 몇몇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정신적 뿌리가 있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정체성이자 결속력이 된다. 그러한 작업의 하나로 2014년 군의 역사와 사회·문화를 망라해 총 7권 7600쪽 분량의 ‘달성군지(郡誌)’를 편찬했다. 70여 명이 집필에 참여하고 2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자료를 수집해 달성이 대구의 뿌리임을 공표함으로써 군 위상과 군민의 자긍심을 한껏 높였다. 이젠 그런 작업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이번 총서의 경우도 전화통에 불이 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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