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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사건특검 특별수사관 문병호 변호사의 충격증언

“특검은 이형자 거짓말에 끌려 다녔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특검은 이형자 거짓말에 끌려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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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팀 내사 착수 시기에 대한 이씨의 주장도 논란을 일으켰지요?

“나중에 밝혀졌지만 명백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이씨는 1월7일경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정희씨를 음해하기 위해서였죠. 연씨의 코트 반환날짜가 1월8일이니. 그러면 조사 나오는 것 알고 반납한 게 되니까. 자기 말로는 1차 조사를 횃불선교원에서 받고 2차 조사는 63빌딩 회장실에서 받았다고 그래요. 그런데 이씨의 안사돈 조복희씨가 이씨와 두번 다 같은 날 조사를 받았거든요. 조씨한테 물어보니 63빌딩에서 1차 조사를 받았어요. 날짜가 1월15일이고. 첫 번째는 진술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1월19일 횃불선교원에서 받았어요. 사직동팀 내사기록에 있는 진술서에도 진술 날짜가 그렇게 돼 있어요. 그럼 상식을 가졌다면 이형자씨가 거짓말하는 것으로 보고 이씨를 쪼아야지. 그런데 거꾸로 조씨를 쫘대는 겁니다.”

―이씨쪽 목사가 그에 관해 증언하지 않았습니까.

“사람들이 잘 몰라 그렇지 이형자씨가 얼마나 거짓말한 줄 압니까. 조사가 1월7일경 시작됐다는 걸 주장하는 근거로 송목사라는 증인을 댔어요. 송목사가 1월11일 미국으로 출국했는데 출국 3∼4일 전 횃불선교원에 갔다가 이씨가 조사 받는 걸 봤다는 겁니다. 외무부 여권과에 확인해보니 송목사는 1월말에 출국했어요. 송목사도 특검에 와 이씨의 말을 부인했고. 그 여자가 큰일날 여자입니다. 아주 웃기는 여자예요.”

특검팀은 또 ‘이권사’라는 사람을 불렀다. 역시 이형자씨가 증인으로 내세운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도 특검 조사에서 이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뻔한 거짓말을 그렇게 해요. 모두 수사 막바지에 밝혀진 일이었지요. 양특검보도 나중에 발을 뺐잖아요, 이형자씨 말이 틀린 것 같다고.”

특검은 수사 발표 때 이 문제와 관련한 이형자씨의 위증을 언급했다. 특검이 지적한 이씨의 유일한 ‘잘못’이었다. 그러나 그나마 ‘현재의 조사결과만으로 위증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추가조사가 필요함’이었다.

―다른 수사관들은 이형자씨의 거짓말을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이씨가 거짓말은 했지만 정일순씨의 거짓말이 더 크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처음에 이형자씨의 주장부터 제대로 검증했더라면…. 이 사건엔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어요. 연정희씨만 해도 옷을 샀다가 도덕적 비난이 두려워 돌려줬을 가능성, 아니면 로비와 관련된 뇌물로 받았을 가능성. 정일순씨는 옷장사로서의 거짓말 또는 정권 차원의 거짓말. 각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한 개의 시나리오만 보고 간 겁니다.”

―배정숙씨의 혐의에 대해선 특검이나 대검이나 큰 차이가 없지요?

“같은 판단입니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배씨의 대납 요구는 정씨보다 가능성이 높아요. 우선 옷값이 훨씬 작기는 하지만, 정씨의 경우와는 달리 옷의 실체가 있거든요. 연씨와 함께 앙드레 김에서 산. 그런데 그것도 ‘배씨의 요구로 2200만원을 준비했다’는 이형자씨 주장이 거짓말로 밝혀져 법정에서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지난번에 법원이 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도 그런 판단에서였지요. 횃불선교원 경리 관계자와 비서에게 확인하니 이씨 말이 안 맞아요.”

―정일순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때 내부에서 반대는 없었습니까.

“내가 반대했어요. 그러나 단칼에 묵살됐지요. 재청구해도 안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 됐어요. 그때까지도 정일순씨에 대한 영장에 집착하는 건 명백한 무리수였습니다. 특검팀의 오만이었어요. 겸허하게,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외압 아니면 판사가 무지해서 기각된 걸로 판단하는 겁니다. 11월27일 세 번째로 영장을 청구할 때 사표를 결심했습니다. 이 팀으론 안 되겠다, 이것은 아니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압설은 넌센스예요.”

문변호사는 정일순씨의 혐의는 법리적으로 ‘무조건 무죄’라고 판단한다. 옷값 대납요구를 안 했다면 당연히 무죄지만 설사 요구했더라도 알선수재나 공갈 사기 등 어떤 혐의도 인정되기 힘들다고 본다.

“알선수재가 되려면 청탁의 표시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형자씨의 말을 들어봐도 정씨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 이것이 3차 영장 기각 사유입니다.”

특검팀의 수사방향에 실망한 문변호사는 12월7일 최병모 특검에게 “내 결론은 다르다”며 수사보고서 작성 작업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다. 다만 밖에서 보는 눈이 있으니 사표를 내지는 않겠다고 했다. 12월20일 특검의 수사결과를 보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이형자씨의 숱한 거짓말이 드러났지만 수사결과는 여전히 이씨의 진술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었다. 정일순씨에게 알선수재 혐의가 인정된 점말고도 곳곳에 ‘부실’이 눈에 띄었다.

―연씨의 호피무늬반코트 값이 1380만원으로 발표됐는데요.

“웃기는 얘기입니다. (수사 시작) 45일째 정일순씨에 대한 3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그때까지 영장엔 400만원으로 기록돼 있었어요. 이것이 보름 만에 3배로 부풀려진 겁니다. 그 전에도 1380만원 얘기가 있었지만 인정되지 않았어요. 배정숙씨의 증언인데 착오일 개연성이 컸습니다. 그날 배씨가 라스포사에서 봤다는, 1380원짜리 가격표가 붙은 롱코트는 정씨 남편이 운영하는 클라라 윤 제품으로 연씨의 호피무늬코트와는 다른 것이에요.”

문변호사는 “이 수사의 최대 어려움은 옷이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형자씨의 주장대로 2200만원 또는 1억원어치의 옷값 대납 요구가 있었다면 그 대상인 옷이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만한 가격의 옷이 나오지 않더라는 것. 그래서 옷값에 대한 증언이 사람마다 다르면 그중 가장 큰 수치로 옷값을 계산했다고 한다. 연씨의 옷값이 부풀려진 건 사실이다. 사지도 않은 옷, 반납한 옷도 포함시켰고, 실제 산 값이 아닌 원 가격표로 계산했다. 2000만원이니 3000만원이니 하는 옷값은 그렇게 해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수치다.

―연씨가 ‘거저’ 가져갔다는 표현도 화제가 됐는데요.

“(정일순씨에 대한) 구속영장엔 판매 목적이라는 표현이 분명히 있었어요. 특검 발표에 따르면 연씨가 이은혜 전옥경씨에게 ‘대가 없이 보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돼 있는데 당사자들은 모두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요. 수사결과에 그런 추상적 표현을 쓰면 안 되지요, 증거가 없는데.”

이은혜씨의 진술에 따르면 연씨의 옷 구입은 ‘공짜’가 아니었을 개연성이 크다. 이씨는 99년 1월초 연씨와 함께 기도원에 가기 위해 연씨 집에 찾아갔다. 그때 연씨가 98년 12월19일 라스포사에서 입어봤던 호피무늬코트를 걸치고 나왔다. 이씨가 깜짝 놀라 물었다. “어머 그 옷 샀어요?” 연씨는 “아니야. 나보고 사래”라고 말했다. “얼마 달래요?” “400이래.” 특검이 이씨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다면 ‘거저’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옷로비 특검수사에 참여한 변호사는 모두 6명. 최병모 특검에 이어 서열 2위인 양인석 특검보가 실질적인 수사책임자였다. 나머지 4명의 변호사와 2명의 현직 검사가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다. 문변호사는 수사팀 4명 중 선임으로 1호 수사관이었다. 그는 옷사건 특검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최특검의 ‘어정쩡한 역할’을 꼽았다.

“최특검이 홍보를 담당한 게 실책이었어요. 그 바람에 최특검은 수사팀에서 완전히 배제됐어요. 최특검은 수사 내용과 관련해 한번도 보고 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습니다. 기자들이나 만나고. 양특검에게 수사 전권을 넘긴 건 최특검의 실수였습니다. 수사 내용을 모르니 수사 방향을 균형 있게 이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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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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