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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 名부대 탐방 ⑥

37년 철벽방어 ‘중부전선 이상없다’

육군 백골부대

  • 정호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demian@donga.com

37년 철벽방어 ‘중부전선 이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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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골부대는 강원도 철원지역 전방경계를 맡은 지난 37년 동안 북한군의 도발행위를 단 한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철벽방어’의 원동력은 부대원들간의 뜨거운 정과 합리적인 부대관리. ‘필사즉생(必死卽生) 골육지정(骨肉之情)’을 소리 높여 외치는 백골용사들을 찾았다.
강원도 철원군. 한국전쟁 당시 김화, 평강과 함께 철의 삼각지대를 이룬 한 축이다. 중부전선의 심장부라 할 전략적 요충지대로, 이곳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부전선을 통째로 내줄 판이었기에 피비린내 나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철의 삼각지대’란 오성산을 비롯한 주변지역이 아군이 공격하기에는 불리하고, 적이 방어하기에는 최적의 지형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치열한 전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고요한 여느 시골마을의 풍경이 펼쳐질 따름이다. 훈련중인 장병들과 가끔씩 마주치는 일만 없다면 이곳이 북한과 코를 맞댄 최전방 지역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다. 철원군에서 운영하는 ‘철의 삼각지대 기념관’이 차창 밖으로 스쳐가고 나서야 위치감각이 깨어났다.

민통선 이북지역으로 들어가려면 철저한 신분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위에는 주민들이 넉넉한 표정으로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다. 대민지원을 나왔는지, 논두렁에는 전투복 바지를 걷어붙인 장병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민통선을 넘어왔어도 평화롭기는 마찬가지다. ‘철통방어’는 그렇듯 조용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위병이 절도 있게 경례를 붙이면서 비로소 정적이 깨졌다.

“백골!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곳에 백골부대가 있었다.



밤낮 없는 ‘경계전쟁’


북한의 요새 격인 오성산과 마주보고 있는 중부전선 최고의 전략지 계웅산 OP. 오성산은 전쟁 당시 북한이 “국군장교의 군번줄 한 트럭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한 그곳이다. 낭랑한 여군 방송요원의 목소리가 온 계곡에 가득하다.

“인민군 여러분! 여러분의 부모님도 여러분이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하고 계십니다….”

전방의 대북방송은 비방이 아닌 홍보성 멘트로 바뀐 지 오래다. OP에 서면 북녘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아래로는 경원선과 남대천이 눈에 들어오고, 그 앞으로는 휴전 직전 한국군 2개 사단과 중공군 4개 사단이 43일 동안 33번이나 주인을 바꿔가며 사투를 벌인 ‘피의 능선’이 뻗어 있다. 포병장교가 망원경을 건넸다. 비무장지대 건너편에 농사일을 서두르는 북한 병사가 보인다. 그 옆 초소에는 어린 병사가 피곤한 듯 벽에 몸을 기대고 있다.

노을이 곱게 물들 무렵, 백골부대 18연대 3대대 9중대원들이 철책 경계를 위한 전반야(前半夜) 투입을 위해 대오를 이뤘다.

“전방을 향해 힘찬 함성!”

“야~”

“일병 박, 건, 우! 쫛탄창 쫛발 좌탄확인 이상무!”

어린 병사들의 함성이 다부지다.

중대장이 “지금부터 투입!”이라고 선창하자 병사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막강 3소대 투입!”이라고 외치며 철책으로 향했다. 또 하루의 ‘경계전쟁’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늦은 밤. 남쪽 아랫마을의 환한 밤풍경과는 달리 북쪽에서는 불빛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OP 꼭대기에 자리잡은 진지에 오르자 한 병사가 뛰어나와 주변 지형의 특징을 조목조목 설명하더니 “오늘은 무월광(無月光) 취약시기”라고 강조한다. 어떻게 그리도 지리에 밝으냐고 물었더니 “지형을 속속들이 암기하고 있어 눈 감고도 뛰어다닐 수 있다”고 덤덤하게 되받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멀리 북쪽에서 불빛 하나가 잠깐 깜박이다 사라졌다. 병사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특이사항 보고! 북측 신교대(신병교육대) 불빛 꺼졌다.”

아래쪽에 자리잡은 관측실에서는 첨단장비를 이용해 비무장지대 상황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었다. TOD(열감시장치)는 작은 야생동물 한 마리의 움직임조차 꿰뚫고 있다.

백골부대의 상징인 하얀 백골 마크는 좀 섬뜩해 보이긴 해도 국민적 인지도가 매우 높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 잔혹한 단어이지만 ‘백골’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육군의 기상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품고 있다. ‘강인한 군인’의 대표명사인 것이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백골부대가 올린 혁혁한 전과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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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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