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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석기 쇼크!

“RO는 중간단계 조직, 배후에 전위당 있다”

이석기와 ‘내란음모’ 조직의 실체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황일도 주간동아 기자 | shamora@donga.com

“RO는 중간단계 조직, 배후에 전위당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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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석기 RO회합 발언 김일성 회고록 판박이
  • ● 국정원, 하영옥 내사 헛발질 후 李 혐의 포착
  • ● 집단기억-동지애-단체생활로 하나 된 ‘고립된 세계’
  • ● 李, 혼인파탄도 “현실 정치체제 모순 탓” 돌려
  • ● 李·통진당 “국정원의 조작·날조”
“RO는 중간단계 조직, 배후에 전위당 있다”

이석기 의원이 9월 5일 수원구치소로 호송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서던 중 결백을 주장하며 “날조” “조작”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9월 5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형법의 내란음모와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현역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사건을 조작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내란음모죄와 관련해 검찰과 국정원이 어떤 증거를 추가로 내놓고,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차치하더라도, 북한=애국, 한국=반역이라는 이 의원의 현실인식은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면서 헌법을 어긴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확보한 5월 12일 이른바 ‘RO’ 회합 녹취록에는 종북세력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의원과 조직원들은 ‘미국+대한민국=적’ ‘북한=조국’이라는 틀로 세상을 살았다. 주목할 점은 이 의원의 현실인식, 혁명전략이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박이라는 점이다. ‘세기와 더불어’는 1925쪽, 273만8347자(字)로 이뤄졌다. 북한은 이 회고록에 담긴 혁명전략을 ‘수령의 유훈’으로 삼고 있다. 종북세력이 학습한 선군사상, 총대사상 등도 김일성이 남긴 메시지에서 비롯한 것이다. ‘세기와 더불어’는 냉전 종식 이후 고립 상황을 항일 유격대 시기와 같게 본다. 이 의원은 ‘세기와 더불어’의 메커니즘대로 전쟁이 임박했다는 위기의식과 적대세력에 둘러싸여 있다는 현실인식을 강조하면서 조직원의 충성심을 이끌어냈다.

이 의원이 거주하던 서울 사당동의 한 아파트에는 ‘이민위천(以民爲天)’이라는 글귀가 적힌 족자가 걸려 있었다. 이민위천은 주체사상을 함축하는 단어다. 김일성은 ‘세기와 더불어’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민을 하늘처럼 여겨왔고 인민을 하느님처럼 섬겨오고 있다. 나의 하느님은 다름 아닌 인민이다. 세상에 인민대중처럼 전지전능하고 위력한 힘을 가진 존재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민위천’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4월 13일 개정된 북한 헌법 서문은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어”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 의원은 RO 회합에서 이런 말도 했다.

“한 자루의 권총을 기억하십니까? 우리가 3대 이상 중에 항일의 사상 문제를 제기했고(*) 동지애를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세 번째가 한 자루 권총인데, 한 자루 권총이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죠….”

김일성 메시지대로 전략 세워

‘세기와 더불어’대로라면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은 제국주의를 타도하는 데 쓰라면서 두 자루 권총을 아들에게 남겼다. 김일성은 6·25전쟁 중이던 1952년 두 권총 중 하나를 김정일에게 주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제국주의 세력과의 혁명투쟁을 ‘총대’로 완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기와 더불어’가 극적으로 묘사하는 ‘한 자루 권총 사상’과 ‘총대혁명 원리’가 김정일 선군정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 의원은 RO 회합을 비롯해 각종 강연에서 ‘동지애’를 강조했다. ‘동지애’는 ‘세기와 더불어’에 36회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다. “고난을 각오하라.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는 발언에 등장하는 ‘고난의 행군’은 ‘세기와 더불어’에 83회 나온다. 이 의원이 가진 현실인식의 뿌리는 김일성이 남긴 메시지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기와 더불어’에 김일성의 혁명전략 메시지는 총 697회 등장하는데, ①정체성 및 위협인식(106회, 3개 항목) ②규범(4개 항목) ③정책선호(4개 항목)로 범주화할 수 있다. 이 의원은 RO 회합에서 밝힌 ‘미제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 또한 김일성의 메시지를 가져와 현실에 대입했다 ( 참조). 이 의원은 북한이 항일 무장투쟁 역사의 극적인 장면으로 선전하는 ‘보천보 전투’의 사례도 참고했다. 김일성은 적의 영역 안(함경도)에 있는 세력(조선광복회)과의 사전 모의를 통해 기습의 효과를 배가했다. 보천보 전투는 현재 북한 군사전략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국정원이 민혁당 잔류파에 대한 내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지난해 상반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민혁당 잔류파가 지하당을 재건했을 소지가 큰 것으로 봤다. 국정원이 재건의 주체로 처음 의심한 인물은 이 의원이 아니라 민혁당 중앙위원이던 하영옥 씨다. 공안당국에서 책임을 가진 지위에 있는 한 인사는 지난해 5월 초순 이렇게 말했다.

“민혁당이 재건돼 경기동부연합을 장악한 후 통합진보당 당권을 획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영옥 주도로 이뤄진 것인지, 북한과 연계성이 있는지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하영옥은 잠적한 상태다. 공식 수배는 아니지만 행적을 찾으면 내사를 거쳐 조사할 수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이라 조심스럽지만 이석기도 재건에 가담했다고 본다.”

이 인사는 며칠 후 이렇게 덧붙였다.

“하영옥의 소재를 확보했다. 하영옥의 그간 행적이 어땠는지 내사가 진행 중이다. 요새 보안관찰이 무력화해 있어 대상자의 소재가 곧바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다. 대북 연계점을 검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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