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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크로스(CROSS) 인문학 ⑪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행복한 ‘무지(無知)의 길’?

  • 장석주| 시인 kafkajs@hanmail.net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행복한 ‘무지(無知)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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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브 잡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방식을 바꾸었다. 테크놀로지와 콘텐츠를 융합시켜 인류의 생활방식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혁신했다. 그는 ‘정말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물들지 않았다. 죽음을 겸허히 인정하며 떠났다. 더 행복해지려면, 지식이 아닌 지혜를 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낙관주의적인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가 살았던 것처럼.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행복한 ‘무지(無知)의 길’?
스티브 잡스(1955~2011)가 죽었다. 언제나 검은색 터틀넥 셔츠, 동그란 안경, 그리고 턱을 뒤덮은 수염으로 특징을 이루는 그를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애플의 공식 웹사이트는 스티브 잡스의 흑백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스티브의 영민함과 열정, 에너지가 혁신의 원천이 됐으며 이 덕분에 우리 삶은 윤택해지고 향상됐다”는 애도 성명을 내놓았다. 그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몇 주 만에 입양기관을 통해 한 가정에 입양되었다. 오리건 주 리드대 철학과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 만에 중퇴하고 만다. 그는 컴퓨터를 전문가가 아니라 개인 누구나가 쓸 수 있게 하고,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방식,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즐기는 방식을 바꾸었다. 인류의 디지털 혁명을 이끌며 공학에 심미적 본능이라는 숨결을 집어넣고, 테크놀로지와 콘텐츠를 융합시켜 인류의 생활방식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혁신한다. 사용 가능한 거의 모든 지식을 손바닥 안에 쥘 수 있는 작은 기물(器物) 안에 집약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정말 놀랍지 않은가?

죽음은 최고의 발명품

스티브 잡스가 지켰던 일곱 가지의 원칙. 첫째, 좋아하는 일을 해라. 잘 알려진 바대로 잡스는 대학 중퇴자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학력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인도로 명상 여행을 떠나는 등 본질을 파고든다.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돈을 위해 일하지 말라. 잠자리에 들 때마다 지금 뭔가 멋진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 일을 하라”고. 둘째, 세상을 바꿔라. 잡스는 삶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동력은 비전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수많은 인재들이 그에게 몰려든 것은 그의 비전 때문이다. 그가 창업한 애플은 다른 기업과는 다른 비전을 제시한다. 다른 기업들이 이익 창출에 매달릴 때 애플은 모든 사람이 더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에 역량을 집중했다. 셋째, 창의성을 일깨워라. “창의성이란 서로 다른 사물을 조합하는 능력”이다. 잡스는 믹서와 전기밥솥에서 영감을 얻어 컴퓨터를 고안하고, 전화번호부를 보고 착안한 아이디어로 매킨토시의 크기를 정한다.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보는 방식이야말로 새로운 인식과 혁신을 낳는 지름길이다. 넷째, 제품이 아닌 꿈을 팔아라. 애플의 CEO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온 잡스가 맨 먼저 한 것은 30초짜리 광고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 광고에 “미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독특한 비전을 담았다. 그는 제품이 아니라 꿈과 혁신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섯째, ‘No’라고 1000번 외쳐라. 잡스는 냉혹할 정도로 완벽주의를 고집했다. 세상을 바꾼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기준에 들 때까지 ‘No’를 외친 끝에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여섯째,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라. 애플의 제품은 궁극적으로 고객을 향해 있다. 애플의 제품을 씀으로써 소비자들은 좀 더 행복해졌다고 느낀다. 소비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잡스의 비전이 반영된 결과다. 일곱째, 스토리텔링의 대가가 되어라. 잡스는 항상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나서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카민 갤로, ‘스티브 잡스 무한혁신의 비밀’, 비즈니스북스 참조)

문명의 위대한 혁신자로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평가를 받은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투병 중에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제게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운명의 중력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 대신에 죽음에 순응하고, 그 바탕에서 삶을 깊이 성찰한다. 죽음이라는 한계 안에서 삶은 새로운 빛을 내는데, 그는 그 빛을 본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위대성은 그가 만든 기적 같은 디지털 기기에서도 번쩍이지만, 그보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이성이 결코 해결할 수 없고 넘어설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통찰한다는 점에서 더 돋보인다. 그가 죽음의 불가해성 앞에서 죽음을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사람이 이해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결코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임을 통찰한 것이다. 그는 첨단 기술의 바탕 위에서 생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삶을 꾸린 사람이지만, 과학기술 만능주의의 오만함에 물들지는 않은 사람이다. 그는 매우 우아한 방식으로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아가서 죽음이 삶 전체를 둘러싼 무한한 신비임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한 유명한 철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인생의 짧은 기간이 내 이전이나 이후에도 계속되는 영원함에 흡수된다고 생각하면, 내가 차지하고 바라보는 작은 공간은 끝없는 공간의 광대함에 삼켜진다. 그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것도 나에 대해 전혀 모른다. 나는 거기에서보다 여기서 나 자신을 보는 것이 두렵고 놀랍다. 누가 나를 이곳에 데려다 놓았는가? 누구의 명령으로 이 시간과 공간이 나에게 주어졌는가?” (여기서는 스티브 테일러, ‘자아폭발’에서 재인용)

우리는 죽음의 신비와 불가해성 앞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죽음으로써 우리는 시간의 영원함과 공간의 광대함에 삼켜지면서 덧없이 사라진다. 우리의 삶이란 건 넓은 바닷가 모래밭에 찍힌 발자국과 같은 것이다. 파도가 와서 모래밭을 휩쓸고 지나가면 발자국은 사라진다. 그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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