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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추적|對韓투자 본격 시동 건

‘인터넷 황제’ 손정의 한국 인맥

  • 최수묵 동아일보 경제부 차장대우

‘인터넷 황제’ 손정의 한국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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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의 신드롬’이 벤처업계를 강타했다. 그가 본격적인 한국 투자를 선언함에 따라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가 격변의 계기를 맞고 있다. ‘손정의 리스트’에는 누가 올라 있을까. 그의 한국 투자는 어떤 구도로 전개될 것인가. 》
‘인터넷 황제’ 손정의(孫正義·43) 사장의 골프 핸디캡은 5 안팎이다. 18홀 72타를 정규타수로 본다면 샷의 실패확률이 6.5% 정도에 불과한, 프로 못지않은 실력이다. 키도 작고 운동신경도 그다지 뛰어날 것 같지 않은 그가 이처럼 프로급의 골프실력을 쌓게 된 것은 오직 치열한 노력 덕분이었다.

그의 도쿄 아자부 저택 지하에는 최첨단 시뮬레이션 골프연습장이 설치돼 있다. 라이(공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 연출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그는 짬만 나면 맹렬한 연습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라운딩을 했던 나래이동통신 이홍선 사장은 “드라이브뿐 아니라 아이언 샷과 퍼팅, 그리고 트러블에 빠졌을 때의 전략 등이 골고루 탁월했다”고 손사장의 골프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골프의 ‘칼’을 치밀하게 갈고 닦듯이 손사장은 사업을 할 때도 치밀하게 준비하기로 소문나 있다. 95년 4월 컴덱스사를 인수할 때의 일. 당시 손사장은 컴덱스의 셀던 아델슨 회장과 마주 앉아 지분매각 협상을 벌였다. 그는 수인사가 끝나자마자 “받고 싶은 가격을 딱 한 번만 말하시오. 타당한 가격이면 흥정없이 지불하겠소”라며 전격적인 ‘단발승부’를 제안했다. 당황한 아델슨 회장은 잠시 생각하다 8억달러를 제시했다. 손사장은 아델슨 회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OK!”를 외쳤다.

협상은 시작된 지 5분도 못 돼 타결됐다. 하지만 손사장의 이날 행동은 결코 돌발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컴덱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끝내고 8억5000만달러까지는 줘도 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一流功守群, 偵情略七鬪’

세계 인터넷 비즈니스계에 ‘살아 있는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손정의 사장이 이번에는 한국 투자를 본격 선언하고 나섰다. 초기 투자액은 예상보다 적은 1억달러(1160억원) 규모로 발표됐다. 제조업의 잣대로 볼 때는 다소 ‘실망스러운’ 액수다. 연초 삼성 현대 LG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1000억∼3500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충격적인 액수는 아니다. 코오롱그룹만 해도 단독으로 인터넷과 벤처기업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손정의 사장이 가진 영향력은 금액으로 견줄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그의 투자는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에 표피적인 지각변동을 넘어 본질적인 변화를 ‘강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손사장은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동안(童顔)이다. 만성 간염을 앓았던 병력이 있긴 해도, 혈색 좋은 얼굴이 산사의 동자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목소리도 나직하고 부드럽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기를 즐기고 자신의 말은 극히 아낀다. 상대방을 푸근하게 만들어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그는 ‘손자병법’을 30차례 이상 독파했다고 하는데, 그의 측근들은 “손사장이 손자병법을 투자와 경영에 자유자재로 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힘이 없을 때는 동맹을 구축한다거나 허허실실 자신의 실력을 숨기는 갖가지 전략과 전술을 변화무쌍하게 구사한다는 것.

손사장은 ‘일류공수군(一流功守群)과 정정약칠투(偵情略七鬪)’를 경영전략으로 밝힌 바 있다. 일류가 안 되는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고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갖추며 집단과 연대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 ‘일류공수군’, 전체를 조감하면서 정보를 얻고 전략을 세우며 70%의 승률이 있을 때 승부에 나선다는 것이 ‘정정약칠투’다.

손사장은 나래이동통신과 공동 설립한 소프트뱅크홀딩스코리아(SBHK)와 곧 설립할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SBVK)를 통해 한국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두 회사의 사장은 한국측 파트너인 나래이통 이홍선 사장이 맡는다.

손사장과 이사장은 회사 설립과 병행해 본격적인 ‘벤처기업 헌팅 리스트’를 작성해가며 투자를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사장이 왜 한국에 투자를 하며 궁극적으로는 얼마만한 규모로 투자를 확대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투자한다’는 사실만 선언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그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손사장은 소프트뱅크를 통해 이미 일본에 2000억엔대의 벤처펀드를 설립,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에 대한 투자액도 3000억∼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BHK는 앞으로 3년간 100개 인터넷기업에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1~2년 내에 목표했던 투자수익을 거둔다면 투자대상을 30~50여개로 대폭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초기 자본금은 손사장과 나래이통이 8 대 2의 비율로 출자했다.

인수·합병에는 무관심

미국식 투자조합인 SBVK를 이용한 아웃소싱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조달될 투자금액은 2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SBVK의 자본금이 200억원인데, 펀드모집은 그 10배까지 허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투자가들도 펀드형태로 ‘손정의 칩(chip)’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사장의 투자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그의 독특한 사업철학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할 뿐 인수·합병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투자에 대해 이익을 내면 그뿐, 기업의 소유에는 집착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그는 미국 야후나 E트레이드사를 인수할 때도 “100% 소유를 원치 않는다. 단지 기업이 계속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할 뿐이었다.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은 이와 같은 투자개념을 ‘20세기 최고의 발명’이라고 극찬한다. 손사장의 투자철학은 기존 인수·합병 개념이나 오너 중심의 기업경영 관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00여개의 투자회사를 관리하는 일본 소프트뱅크 직원은 5명에 불과하다. 그는 왜 다른 사람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인정하면서 10~30% 수준에서만 지분 참여를 하겠다는 것일까.

우선 인터넷사업은 다른 산업 분야와 달리 매우 다양한 장르로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어떤 산업이라도 ‘온라인’이라는 옷만 입으면 금세 인터넷사업으로 돌변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 노하우나 아이디어의 지속적인 발전이 필수적인 100% 인수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보다는 30%만 투자해 수익을 회수하는 실리전략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손사장은 모든 장르의 인터넷사업을 장악하는 조직과 전문성을 갖춘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모든 성(城)을 점령하는 소모전을 피하고 성주(城主)들과 연대해 주적(主敵)과의 결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5년 내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인터넷제국을 건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강력한 네트워크의 연대임에 틀림없다. 모든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자본과 노력의 부담을 피하면서 세계적인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단순히 수익만 추구하는 투자가에 그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그가 세계 인터넷 시장에 패자로 군림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 주목할 것은 그가 투자하는 ‘나무들’보다는 그 나무들이 형성하고 있는 ‘숲’의 구도라는 것이다.

손정의의 사람들

손사장의 세계전략을 뒷받침하는 사람들은 활력 넘치는 30대들이다. 한국측 파트너 역시 30대의 이홍선 사장이다. 미래산업인 인터넷 비즈니스에 걸맞은 ‘세대구성’을 마친 셈이다. 그의 주변인물들을 살펴보자.

▲조나단 엡스타인 손정의 사장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중 핵심. 국내 업계는 지난해 12월 손사장이 한국 방문 때 그를 대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엡스타인은 손사장의 대학동창이지만 연배로는 후배. 현직은 전략기획실장이다. 그러나 그가 맡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직책은 ‘나스닥 일본’의 기획실장. 손사장은 나스닥을 일본은 물론 유럽에도 상장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고 이를 추진하는 일을 그의 친구이자 핵심참모인 엡스타인에게 맡겼다.

▲데이비드 김 지난해 12월 영입된 아시아지역 책임자. 한국교포 2세로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미국 라이코스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배웠고 최근까지 차이나닷컴의 재무담당 책임을 맡았다. 그는 기자에게 “손사장이 좋아서 자리를 옮겼다”고 말할 정도로 손사장에게 푹 빠져 있다. “스톡옵션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인터넷 비즈니스는 돈보다 성취감이 매력”이라고 답할 정도로 패기에 차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비드 김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한국시장에, 차이나닷컴 출신이라는 점에서 중국시장에 동시에 내놓을 수 있는 손사장의 새로운 ‘마이티(Mighty)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문규학 ‘PC위크’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이네이블’ 등을 출판하는 (주)정보시대 사장. 미국에서 MBA를 받은 뒤 야후에서 일했고 소프트뱅크벤처스테크놀로지의 펀드매니저 다섯 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이들 펀드매니저들은 각각의 영역을 갖고 활동했으며 문사장은 전자상거래 부문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사장은 지난해 나우콤 인수를 추진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문사장은 당시 손사장의 ‘뜻’을 받들어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문사장은 “ISP(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를 인수해야만 인터넷의 흐름을 알 수 있다”며 ISP 인수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 손사장의 ‘한국 내 대리인’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홍선 손사장의 한국측 파트너.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의 차남으로 미국 플로리다 공대를 나왔다. 이사장은 야후의 창립자인 제리 양과 함께 야후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손정의 사장이 미국 야후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자연스럽게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장은 손사장의 파트너로만 머물지는 않겠다는 생각. 나래이동통신을 인터넷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자본금 150억원 규모의 인터넷증권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독보적인 인터넷사업가로 변신중이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 단독 면담

손정의 사장은 지난해 12월20일 밤늦게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방한 일성(一聲)으로 “한국의 인터넷 열기가 무척 달라졌다. 그것은 공항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공항에는 30여명의 기자가 손사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취재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손사장을 둘러싼 참모들은 일체의 대화를 차단한 채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손사장은 출국장으로 나온 뒤 VIP룸으로 향하지 않고 곧장 숙소인 신라호텔로 향했다. 그가 공항에서 한 말은 한 번의 ‘Yes’뿐이었다. 한 기자가 “한국 인터넷 사업전망이 밝다고 보느냐”고 묻자 대꾸한 말이다. 나머지 모든 질문에 대해서는 “Not decided”라고 답했다. 그의 도착 당일 아침 동아일보가 “손사장이 향후 3년간 100개의 인터넷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그의 투자전략을 상세히 보도했기 때문에 스스로 말조심을 한 것이었다.

이날 밤에는 공식 일정이 없었다. 조나단 엡스타인, 데이비드 김 등 핵심참모와 함께 투자전략을 최종 점검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 한국에서는 이홍선 사장이 그를 영접했다. 손사장은 다음날 오전 7시30분 호텔 내 다이너스티 룸에서 조찬강연을 했다. 일부에서는 그 이전에 손사장이 업계의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이날 아침 손사장과 단독 요담했다고 전한다. 이 자리에서 이회장은 코오롱이 2000년에 지주회사를 설립, 인터넷 벤처에 10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고 이에 대해 손사장과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코오롱과 손사장이 함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코오롱측은 “합의된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급급했던 코오롱이 신세기통신 지분 매각으로 1조691억원의 여유가 생기자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산업인 인터넷 비즈니스 쪽으로 진출하려고 일종의 ‘타진’을 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연이 끝난 오전 9시30분, 손사장은 삼보 이용태 회장과 한국 내 투자를 위한 제휴협약을 체결했다. 120여명의 기자가 몰려든 이 자리에서 손사장은 전세계 투자전략의 일단을 설명했다. 그의 발언 요지는 이러했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에 140개, 일본에 50개, 유럽에 20개로 모두 200개가 넘는다. 앞으로 이를 더 확대할 것이며, 그 수는 5년간 780개에 이를 것이다. 한국에는 3년간 100개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100개라는 것은 하나의 개념에 불과한 것으로 꼭 100개가 아닐 수도 있다(이와 관련, 손사장의 핵심측근은 ‘투자한 기업에서 의외로 높은 성과를 거둘 경우 투자대상 기업은 50개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래의 이홍선 사장이 투자기업을 선별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투자 리스트가 확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나는 잠재력이 있는 미래의 기업에 투자할 것이다. 현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머지않아 설립할 기업들도 투자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인터넷은 모든 산업과 연결돼 과거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 증권거래의 경우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활발하다고 판단한다. 금융과 관련된 인터넷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다.”

점심식사는 당초 동아일보 오명 사장, 중앙일보 금창태 사장,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언론사 사장과 전경련 김각중 회장을 초청한 가운데 삼보 이용태 회장이 함께할 계획이었으나, 중앙일보 금사장과 조선일보 방사장은 불참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업계의 주요 인물을 잠깐 만났다”는 게 주최측의 귀띔. 그 이상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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