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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쓴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일이 즐거워 미치겠을 때 사표 내라

재테크 귀재 세이노의 진짜 ‘부자아빠’되기

  • 세이노(Sayno)

일이 즐거워 미치겠을 때 사표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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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우리 서점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 그러나 '한국의 아빠'들이 무턱대고 이 책대로 따라 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무엇을 귀담아 듣고 무엇을 흘려들어야 할까
돈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대단히 이중적이다. 어느 종교에서는 돈이라는 말 대신에 ‘물질’이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신성한 장소에서 돈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을 상스럽고 천하게 여기는 태도는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 식의 초월형 가르침도 있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만 베면 행복한 것이라는 식의 안빈낙도형 가르침도 흔하다. 이런 가르침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더없이 깨끗하고 청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작가 출신 김홍신 의원의 말처럼 이 나라는 한 푼이라도 더 빼앗기 위해 서로 뜯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고, 그런 탐욕으로 인해 한국의 부정부패지수는 세계 48위(2000년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고, 한국의 뇌물공여지수는 19개 수출주도국 중 18위에 올라 있다.

돈에 대한 이중성

돈에 대한 태도가 이렇듯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서 최근 돈에 대한 솔직하고 노골적인 논의로 가득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베스트셀러가 된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드디어 위선의 탈을 벗고 자본주의적 경제관념을 올바로 갖기 시작했으며 부자들이 모두 도둑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기 시작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착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이 사회에서 대접을 못 받는 불쌍한 사람들’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다 착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까. 나는 적어도 가난한 사람들 중 일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일을 시켜보면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도 많고, 임금이 적다고 일을 하지 않는 이도 많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해준 여러 일터에서 어슬렁거리며 시간만 때우는 이들도 자주 보도된다. 한 섬유회사 사장은 일할 사람을 구하려고 노숙자 수용소까지 가 봤으나 한 달 봉급 100만 원이 눈에 차지 않을 만큼 배부른 사람들이 많더라고 한탄했다. 3D 업종 현장에 수많은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이 들어와 일하는 현실은 실업자가 100만 명이라는 통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게 한다. 가난한 자의 게으름이나 나태함은 누구도 비난하려 들지 않는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돈이 어쩌다가 가져올 불행을 과장되게 묘사하는 데 익숙하다. 손대는 것 모두가 황금으로 변한 미다스의 불행이 그 대표적인 이야기다. 누군가에 대해서 말할 때 ‘그 사람은 부자이긴 한데…’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그 말 뒤에는 대개 나쁜 얘기가 따라온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대’ ‘자식이 공부를 못한대’ ‘젊은 애인이 따로 있대’ ‘성격이 괴퍅하대’ ‘고혈압에 당뇨래’ ‘탈세를 했대지?’ 같은.

그러나 부자가 아니어도 부부 사이가 안 좋을 수 있고 자식이 공부를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부자는 어떻게든 불행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떤 부자도 존경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됐다고 매도한다.

하지만 부자의 재산을 그렇듯 더러운 것으로 몰아세우면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결탁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그래서 남들보다 몇십 배 노력해서 떳떳하게 돈을 벌고 세금도 양심적으로 내는 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참부자가 사실은 꽤 많다. 돈이 많으면서도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 또한 많다.

부자더러 돈을 파묻으라고?

참부자들까지 다 도둑으로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왜 부자가 되려 하는 것일까. 머릿속에 ‘부자=도둑놈’이라는 공식이 박혀 있다면 부자가 되는 것은 도둑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원이 과장의 생각을 알면 과장이 될 자질이 있는 것이고, 사장의 생각을 알면 사장이 될 자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진정 부자가 되고 싶다면 참부자들의 생각을 배워야 한다.

얼마 전에 100만 원짜리 도시락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은제 케이스와 은수저에 10만 원짜리 전복죽, 캐비어 등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이었다. 뉴스에 나온 시민들의 반응은 대개 “지금 밥을 굶는 사람도 많은데, IMF를 벌써 잊었단 말이냐”는 것이었다. 기자들도 그런 반응을 거들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언제나 호화사치품에 대한 질타가 빠지지 않는다. 그 내용은 몇천만 원짜리 모피코트와 핸드백, 골프채가 없어서 못 판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부유층이 정신을 못 차렸다” “졸부들의 사치와 소비로 서민들의 꿈이 짓밟힌다” “그런 것 사는 사람들이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내린다. 지난 3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이사했을 때 2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옷과 가재도구, 12년 된 국산 17인치 TV가 나왔다며 언론의 칭송을 받았다. 부자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논조였다.

나는 해외로 출장갈 때 1등석을 타는데, 사람들은 그런 내게 종종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빌 게이츠도 이코노미 클래스를 탄다”고 한마디씩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빌 게이츠는 자가용 제트 비행기가 있지만 저는 없습니다.”

잘 알려진 동화 한 토막. 어느 부자가 나무 밑에 금을 숨겨 놓고는 밤마다 찾아가 금을 보고 기뻐했는데, 어느 날 금을 도둑맞았다. 사연을 들은 누군가가 슬피 우는 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쓰지 않고 보기만 할 거라면 금이면 어떻고 돌이면 어떤가. 돌을 파묻어 놓고 그것을 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아닌가.”

우리 사회는 부자들이 그렇게 돈을 파묻어 두기를 바라는 것 같다. 또한 부자의 돈은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자금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애국적인 의견도 있을 것이고, 이 사회에서 벌어들인 돈이므로 사회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생산과 고용의 창출은 그것이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이득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건전한 생산과 고용을 창출하라는 것은 결국 제조업을 하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생산성은 낮은데도 인건비는 터무니없이 비싸고, 노조는 생존권과 기득권에 목을 매단다. 나는 “우리가 생산성을 몇% 올렸으니 임금도 그만큼 올려달라”며 파업하는 노조를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 누가 섣불리 제조업에 자본을 투자하겠는가. 나도 20년 넘게 사업을 해봤지만 그런 사정을 알기에 한국에서 제조업을 할 생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부자들이여 소비하라!

부자들의 재산이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죽고 나서 공동묘지에서 부자 유령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내 딴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지키려 한다. 그렇다고 공익법인이나 장학재단을 만들어 겉만 그럴 듯하게 해놓고 실제로는 상속수단으로 사용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사회환원이든 그것은 부자의 자유의사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 그 누구도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흔히 미국의 부자들은 기부를 많이 하는데 한국의 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내 돈을 30원만 내면 세금에서 70원을 돌려받아 100원을 기부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박봉의 선생님들이 가난한 제자들을 돕기 위해 월급 몇푼씩을 갹출해 기금을 만들어도 그 기금은 세액 공제를 못 받는다. 한국에서는 국가에서 진두지휘하는 것 외에는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나는 부자들이 사회 환원을 하든 뭘 하든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지 않을 돈을 모으는 사람은 돈의 노예다. 돈은 써야 한다. 한 달에 1000만 원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에게 그 10분의 1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과 똑같이 소비하며 살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요구가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개인 예금액 중 3분의 1은 전체 예금자의 0.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부자들이 철저하게 근검 절약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이 가진 돈 대부분은 결국 2세에게 전달될 뿐 사회로는 흘러나오지 않게 된다.

부자의 돈이 사회로 환원되게 하려면 자선을 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허세성 소비라 할지라도 돈을 쓰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돈이 돈다. 돈이 돌아야 고용이 창출되고 투자도 이뤄진다.

졸부들의 소비행태 때문에 사치풍조가 만연하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세계의 명품들을 보라. 벤츠 구치 샤넬 롤렉스 몽블랑 던힐 카르티에…이런 명품들이 사실은 다 사치품 아닌가. 어떤 나라에선 그런 물건의 생산을 장려하는데, 그런 물건을 사치품이라고 몰아세우는 나라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명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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