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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경제중심’ 간판 내린 동북아위원회

집권 초 구상으로 유턴 과적운행이냐 쾌속질주냐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경제중심’ 간판 내린 동북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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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중심’은 선거용, ‘마담뚜論’ 내세워
  • ● 한국판 ‘슈망 플랜’ 구상 구체화할 듯
  • ● 중국 · 일본 제치고 ‘러시아 카드’ 급부상
  • ● 노 대통령 방문 맞춰 러시아에서 ‘열린음악회’
  • ● 포스트 치앙마이 구상 등 구체화 가능성도
  • ● 동북아 철도 협력 방안 ‘개봉박두’
‘경제중심’ 간판 내린 동북아위원회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월13일 동북아시대위원회(이하 동북아위) 민간위원 13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노 대통령이 내세웠던 12대 국정과제 중 최우선 과제였던 동북아경제중심 국가 건설이라는 ‘간판’이 내려지고 ‘동북아시대’라는 이름으로 ‘2기 위원회’가 출범한 것이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하고 애착을 보여온 ‘동북아경제중심’이라는 ‘브랜드’를 거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동북아위는 이에 대해 ‘단계적 접근법’에서 ‘동시병행 접근법’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한다. 애초 참여정부 출범 당시에는 경제번영을 먼저 이룩한 뒤 동북아 평화 구축으로 이행하는 단계적 접근이라는 로드맵을 그렸지만, 북핵문제의 해결이 지연되면서 ‘선번영-후평화’ 전략에 차질이 생겨 평화와 번영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이유만으로 ‘동북아경제중심’이라는 구호의 폐기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우선 동북아위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 ‘동북아경제중심’ 구상을 들고 나온 2002년 말~2003년 초는 북핵 문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을 무렵이었다. 핵동결 해체를 선언한 북한이 폐연료봉 저장 시설의 봉인을 제거하고 연료봉을 재장전하는 등 북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은 날로 고조됐고, 2003년 들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반도는 최악의 긴장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최악의 순간에 꺼내든 어젠더가 ‘동북아경제중심 국가 건설’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비하면 북핵 6자회담이 세 차례나 열리고 북한의 수용을 전제로 한 5단계 해법까지 제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핵문제 해결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 해결 지연 때문에 (더 기다릴 수 없어) 경제허브 전략과 평화공동체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동북아위측의 ‘명분’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이하 동북아경제위)는 지난 4월 이후 사실상 활동 중단 상태에 있었다. 배순훈 위원장 경질이 결정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동북아위 핵심 관계자 역시 “위원장을 교체해야겠다는 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3개월이나 반대했다”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노 대통령은 동북아경제위가 출범한 지 10개월여 만에 이미 위원회 개편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다.

‘목표’는 없애고 ‘방법론’만

우선 주목할 것은 동북아시대위원회를 나타내는 영문 명칭부터 1기때와 다르다는 점이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당시 위원회의 영문 명칭은 ‘Presidential Commitee on Northeast Asian Business Hub’ 였다. 그러나 동북아시대위원회로 바뀌면서 위원회의 영문 명칭도 ‘Presidential Commitee on Northeast Asian Cooperation Initiative’ 로 바뀌었다. 영문 명칭이 의미하듯 우리 스스로 무엇이 되겠다는 지향을 없앤 채 역내 협력(cooperation)에 대한 구상만을 언급한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국정과제 위원회처럼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정부혁신’ ‘빈부격차·차별 시정’과 같은 구체적 목표는 빠지고 방법론만 담긴 셈이다.

정작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를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좀더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초기에 내세웠던 ‘경제중심국가’ 또는 ‘경제중심’이라는 구호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불만을 사온 데다 패권주의적 냄새를 풍긴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그러나 유독 역내 협력을 강조한 것은 중국과 일본의 패권적 틈바구니 안에서 우리가 교량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중국과 일본 사이의 잠재적인 적대감과 경쟁의식을 감안할 때 두 나라 중 어느 한쪽이 주도하는 역내 협력에 대해서는 상대국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그 중간자 역할을 우리가 떠맡자는 것(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설명)이다. 팽창주의나 패권의식으로 무장하지 않은 한국이 나선다면 두 나라 모두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을 논리다. 굳이 비유하자면 것이란 ‘약소국중재론’ 또는 ‘마담뚜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동북아위는 이런 구상을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고 굳이 먼 길을 돌아왔을까. 1기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애초 노 대통령의 구상은 동북아공동체라는 정치 외교적 틀을 만드는데 우리가 대외적 이니셔티브를 쥐자는 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 직전 아무래도 경제이슈가 중요하다 보니 동북아와 경제를 접목해 ‘동북아경제중심’이라는 어젠더를 만들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TV토론 등에서 ‘7% 경제성장론’을 주장하면서 ‘7%’를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동북아 특수(特需)를 거론했다.

그러나 동북아위 관계자는 “동북아시대위원회로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금융허브, 물류중심지 건설, 외국인투자 유치라는 위원회의 과제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본질적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의 동북아 구상이 ‘경제’쪽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외교안보’쪽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사실은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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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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