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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기업은 선택과 집중, 정부는 R&D에 공공투자

  • 글: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leejy@hufs.ac.kr

‘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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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경제는 대미(對美), 대중(對中) 수출 급증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정책당국의 노력으로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인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10년 불황’ 탈출, 일본에서 배운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일본경제가 지난해부터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닫혔던 소비자들의 지갑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일본경제는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를 신호탄으로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1996~97년 일시적으로 회복 국면에 들어서는 듯했지만 곧 헤어날 길 없는 불황의 늪에 빠졌다. 일본은행이 재할인 금리를 제로상태로 유지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100조엔 이상의 재정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일본경제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무기력증세를 보여왔다.

기업의 부도율은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았고 이는 바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누적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금융시스템은 극히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자 구미(歐美)의 경제학자들 중에는 원천적으로 일본경제의 발전 구조가 지니고 있는 치명적 약점 때문에 이대로 가면 일본경제는 결국 침몰해버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일본경제가 지난해부터 대미(對美) 대중(對中) 수출이 증대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꿈쩍도 않을 것처럼 보이던 기업의 투자 활동이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소비자도 꽁꽁 싸맸던 지갑을 열었다. 각 경제주체의 이러한 움직임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지난해 일본은 경제성장률 3.2%를 기록했다.

이러한 회복 기조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연초 일본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측했다. 그러나 상반기를 지난 최근 시점에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상향 수정할 정도로 일본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활기는 자연스레 금융시스템에도 반영되어 도무지 줄어들 것 같지 않던 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경제의 암적 존재였던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도 내년이면 완전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일본과 비슷한 장기 불황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본경제가 완전히 안정적 성장기조를 구축했는가, 그렇다면 일본이 장기불황의 늪에서 벗어난 과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경제의 회복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세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나가던 일본경제가 왜 장기침체에 빠져들게 되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일본경제가 장기침체로 빠져들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1985년 9월의 ‘플라자합의’였던 것으로 보인다. 선진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미국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결정한 ‘플라자합의’에 따라 일본의 엔화(円貨)는 한순간에 미국 달러 대비(對比) 40%나 평가절상됐다. 급격한 엔고(円高)는 한편에서는 일본경제를 버블상태로 이끌어갔다.

‘플라자합의’의 충격

달러 가치의 급락으로 인해 일본경제의 경상수지 흑자분이 미국으로 향하지 않고 통화증발로 이어졌다. 통화증발은 이자율을 떨어뜨려 부동산 및 주식 수요를 급증시켰으며 이에 따라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급등하게 됐다. 일본경제가 버블상태로 빠져든 것이다.

한편 일본기업들은 급작스런 엔고를 극복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짤 정도로 경비를 줄이는 동시에 핵심 생산 설비를 첨단화하여 노동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높아진 인건비를 흡수했다.

이러한 노력은 거시적으로 볼 때 생산능력을 크게 증가시켰으나 내수가 축소됨으로써 엔고가 극복되는 1990년대 초가 되자 30% 이상의 초과공급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수급 불균형상태를 초래했다.

내수 위축의 직접적인 계기는 버블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려진 일본은행의 고금리정책이었다. 그러나 이후 저금리정책으로 회귀하자 엔고 극복 과정에서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겪은 일본기업들은 1990년대 내내 과잉설비, 과잉노동력의 일상화를 견뎌야 했다. 나아가서 버블 붕괴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부채 규모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기업은 과잉설비, 과잉노동력에 과잉채무까지 끌어안게 됐다. 이와 같은 기업의 과잉채무는 곧 은행의 부실채권 누적으로 이어졌다.

일본경제를 장기침체로 몰고 간 또 하나의 요인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이다. WTO체제의 출범은 관세, 비관세 장벽을 크게 축소시킴으로서 국제통상 질서를 완전경쟁 상태로 몰고갔다. WTO체제 출범 당시 ‘지구촌’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그것은 WTO체제의 출범으로 사실상 경제적 국경이 허물어져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 속에 내던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기술산업의 발달은 이러한 환경에 날개를 달아준 격으로, 기업은 세계를 무대로 한 다양한 정보수집과 다각적 이윤 추구가 가능해졌다. 곧 정보기술을 이용해 특정 대상에 관한 정보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업으로서는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말하자면 완전경쟁의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지 못한 채 국경이라고 하는 일종의 비관세 장벽에 의존해왔던 기업이나 경영자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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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leejy@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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