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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전문건설

전문건설사 도산 부르는 ‘돈맥경화’ 3대 주범

지연지급, 어음결제, 대물변제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전문건설사 도산 부르는 ‘돈맥경화’ 3대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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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건설사 도산 부르는 ‘돈맥경화’ 3대 주범
원청사로부터 하도급 공사대금을 제때 받는다 해도 그 과정에 새로운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원청사가 현금 대신 어음으로 결제할 때 그렇다. 현행법은 원청사가 발주처에서 현금을 수령하면 그 비율대로 동일하게 하도급자에게 현금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일선 건설현장에서는 이런 법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도급업체 가운데 원청사가 발주처로부터 현금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그 비율을 아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결국 원청사가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원청사의 현금 수령 비율을 모르는데 하도급사가 원청사에 현금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청사 처분에 맡기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도급사들은 원청사가 발주처에서 받은 현금 수령 비율보다 더 낮은 비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전문건설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도급 전문건설사들이 원도급사의 현금수령 비율을 모르는 비율이 43.5%에 달했고, 하도급사의 12.8%는 원청사가 받은 현금 수령 비율보다 낮은 비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 따로, 현실 따로’는 하도급 대금 지급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외담대’ 시한폭탄

하도급 공사대금이 법대로 지급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하도급계약 체결 때 원청사가 ‘공사 개시 전에 선급금을 주면 월별 기성금을 주지 않는다’ ‘현금으로 공사대금을 결제하면 총 계약금액의 6%를 공제한다’는 등의 부당한 특약을 끼워 넣기 때문이다. 한 전문건설업 종사자는 “선급금은 공사 준비를 위해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라고 미리 주는 돈인데, 선급금을 줬다고 월별 기성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갑’의 일방적 횡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도급사가 원청사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받더라도 어음으로 수령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자재와 장비, 근로자 임금 등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높은 할인율을 감수하고 어음 할인을 할 수밖에 없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전문건설사들은 할인율이 낮은 시중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해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높은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서 어음을 할인받는다. 어음 할인율은 제2금융권이 연평균 12~13%, 사채시장에서는 16~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는 하도급 대금을 법정기한을 초과해 어음으로 줄 경우 어음 할인료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문건설사 10곳 가운데 7곳은 어음할인료를 못 받는 실정이다.



어음제도에 따른 폐해가 커지자 정부는 2001년 2월 중소업체의 금융 부담을 줄이고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제도를 도입했다. 외담대는 하수급자가 원수급자로부터 지급받을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원수급자와 미리 약정한 금융기관으로부터 하수급자 명의로 대출을 받고 상환일자에 원수급자가 이 대출금을 상환해주는 것. 건설업계도 외담대를 하도급 대금 지급 수단으로 애용하고 있다. 외담대를 활용하면 하도급사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공사대금을 일찌감치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고, 원청사 역시 대출만기일까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원청사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하도급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채권자가 채무자로

문제는 원청사가 대출금 상환기일에 은행에 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대출금과 연체료 상환 부담이 고스란히 하도급사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것.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청사는 외담대 대출 만기 때 은행에 대금을 결제하지 않아도 부도처리되는 것은 아니다”며 “원청사는 연체로 인한 신용상 불이익을 조금 받는 수준에 그치지만, 대출자인 하도급사는 대출금 상환 부담에다 연체료까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외담대는 하도급사가 채권자 자격으로 대출을 받는 것인데도 원청사가 대출 만기에 상환하지 않으면 오히려 하도급사가 연체료 부담을 떠안아 채무자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전문건설업계는 “외담대 제도의 본래 취지는 원수급자(원청사)가 상업어음을 발행한 뒤 결제하지 못하면 원수급자뿐 아니라 수취인인 하수급자(하도급사)까지 연쇄 도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취지는 퇴색하고 원수급자의 부도를 막고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반면, 연체료 부담 등으로 하수급자의 숨통을 죄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최근에는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법정관리를 받거나 도산한 일부 종합건설업체들이 부도 신청 직전에 만기가 6개월에 이르는 외담대를 시행하는 등 ‘목숨 연명’의 도구로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건설업계에서는 원청사들이 뿌린 외담대를 ‘시한폭탄’으로 규정한다. 원청사가 부실해지면 원청사를 믿고 외담대를 받은 하도급사들이 줄도산하는 기폭장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대한전문건설협회 조사 결과 2012년 한 해 외담대 발행 규모는 2조500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원청사가 결제하지 못한 미결제 비율은 14.2%로 2000억 원이 넘는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건설업계는 원청사들이 외담대 만기 때 결제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외담대 미결제 업체를 하도급법상 대금 미지급사로 간주해 제재하고, PQ(입찰자격사전심사) 때 감점을 하는 항목을 신설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도급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게 하려면 발주자가 하도급 대금 지급 여부를 매월 확인토록 제도화해 건설업계에 하도급 대금이 적기에 지급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체불 우려가 높은 저가 낙찰공사의 경우 하도급 대금 직불제를 의무화해 대금 체불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지난 5월 22일 원사업자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하고, 수급사업자는 계약이행보증을 상호보증토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 경우 수급사업자가 계약이행 보증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전문건설업계는 이처럼 상호보증을 의무화하는 강력한 조치가 시행되면 하도급 대금 지연 지급과 편법 지급에 따른 전문건설사들의 도산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의의 전당 국회가 하도급 대금 결제 지연으로 고통받는 전문건설업계의 호소를 어떻게 수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신동아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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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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