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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저항세력, “후세인 운명과 反美 투쟁은 별개”

사담 후세인 체포 그후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이라크 저항세력, “후세인 운명과 反美 투쟁은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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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는 이라크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라크 민주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쪽인가. “이라크 수렁에 빠졌다”는 부시 행정부엔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특별법정에 선다면 후세인은 무슨 항변을 할 것인가. 후세인 체포 뒤 이라크와 미국을 둘러싼 난기류를 분석해본다.
이라크 저항세력, “후세인 운명과  反美 투쟁은 별개”

미군에 체포돼 도피행각 268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사담 후세인.

12월13일 붙잡힌 후세인은 1979년부터 24년 동안 이라크를 철권 통치한 인물이다. 그러나 미군에 생포된 그는 ‘파워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000년 12월31일 바그다드 ‘승리의 광장’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면서 한 손으로 라이플을 쏘던 위풍당당했던 후세인이 아니었다. 2003년 4월 바그다드 함락 뒤부터 밀실에 숨어 지난날의 영광을 되새기며 “절대권력을 잃는다는 것이 이리도 비참한 것인가”를 곱씹었을, 지치고 쇠약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후세인 체포로 이라크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 동안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수렁에 빠졌다”는 비난을 들었다. 잊을 만하면 대미 지하드(聖戰)를 촉구하는 오사마 빈 라덴의 방송 메시지 전략을 빌려 후세인이 알 자지라, 알 아라비야 등 아랍 언론매체들을 통해 반미투쟁에 불을 지르는 육성 메시지를 전할 때마다 부시는 가슴을 졸였다. 이라크 무장 게릴라들의 저항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부시로선 위기다. 늘어나는 부상자와 전쟁비용으로 2004년 대선에서 이기리란 보장이 없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자들은 이라크전쟁을 다가올 대선의 호재로 삼았다. 부시는 이라크 침공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조차 찾아내지 못해 전세계적인 반전 비판에도 몸을 사려야 했다.

“전쟁 끝난 건 아니다”

후세인 체포 다음날 TV에 비친 부시의 얼굴엔 모처럼 생기가 돌았다. 부시는 “이라크 국민은 이제 사담 후세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시는 후세인이 체포됐다고 해서 이라크 상황이 짧은 시일 안에 안정을 되찾을 걸로 낙관하지는 못한다. 이런저런 정보 채널을 통해 부시는 이라크 사람들의 반미 무장저항이 아랍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반외세 감정임을 잘 알고 있다. 반미 게릴라 활동이 후세인에 대한 충성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이라크를 점령한 외국세력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굳이 드러내서 강조해봤자 이로울 게 없기에 말하지 않을 뿐이다.

후세인 체포 다음날 부시 대통령이 미 국민에게 “후세인이 체포됐다고 해서 폭력(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테러와의 전쟁’은 이어질 것이라 말한 것도 정보보고를 통해 이라크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2003년 여름 아랍 지역 취재길에 만났던 이집트·요르단·팔레스타인 지식인들은 1953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란 쿠데타에 개입했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민족주의 성향의 모사데크 정권이 친서방 팔레비 왕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영국의 석유이권을 몰수하자 당시 미국은 영국 대신 적극 쿠데타에 개입했다.

모사데크 정권이 무너지고 팔레비 왕이 권좌에 다시 앉자, 이란 내 석유 이권은 미국 4, 영국 4, 이란 2로 쪼개졌다. 이 같은 역사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아랍권 지식인들은 친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을 펴온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이 ‘후세인 독재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이라크 석유 침탈을 겨냥한 영미 두 나라의 음모라고 여긴다.

9·11테러 뒤 애국적 성향이 강해진 미 언론에,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곳에 상당 부분 기대는 일부 국내언론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라크 국민의 대미 감정은 흉흉하기 짝이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반외세 아랍민족주의 감정이다. 최근에 작성된 미 CIA의 현지 정세보고서도 이라크 민심이 갈수록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보고서는 “점점 더 많은 이라크인들이 이라크에 무력개입한 미국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다시 말해 석유가 아닌가)를 의심스런 눈길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침공 전 미 CIA는 후세인 정권 아래서 탄압을 받아온 시아파를 ‘후세인 정권 붕괴 뒤 미국의 협조세력’으로 분류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아파 가운데 일부 강경파들은 대규모 군중집회에서 “미국의 새로운 식민주의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쳐대고 있다. 후세인이 체포되면 반미 무장게릴라 활동은 잠잠해지리란 일부 언론매체의 분석은 이라크 사람들의 자존심과 반미정서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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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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