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해외이슈

‘쓰러진 자유’이란 대선 분석기

美 의회조사국 보고서

  • 번역· 김재영│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쓰러진 자유’이란 대선 분석기

1/3
  •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6월19일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위가 계속되면서 20일에만 적어도 10명이 사망했다. 이란 정부가 외국기자의 입국을 막고 인터넷 접근을 제한했지만 불편한 진실은 이미 밖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둘러싼 논란이 앞으로 이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한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를소개한다.‘편집자’
‘쓰러진 자유’이란 대선 분석기

민병대가 쏜 총에 맞아 숨진 이란여성 네다를 추모하는 장면.

6월12일 치러진 이란 대통령선거는 이란의 최고 권력자를 뽑는 절차가 아니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도입된 이슬람공화국 헌법상 최고통치권자는 성직자들이 뽑는 ‘최고지도자’다. ‘정교일치(政敎一致)’를 구현하는 최고지도자와 공화정을 실현하는 직선 대통령의 이중 권력구조가 이란 신정(神政)체제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보통 이란 체제를 권위주의라고 하지만 사실 정치권력은 유능하고 안정적이며 상당한 수준의 권력 균형과 대중 참여도 보장된다. 이슬람 혁명 이후 빠짐없이 총선이 치러졌으며 심지어 이라크와의 전쟁 중에도 선거가 중단되지 않았다.

신정체제, 이중 권력구조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1989년 아야톨라 호메이니 사망 이후 ‘전문가위원회(국가지도자 운영회의)’에 의해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전문가위원회는 최고지도자의 업무를 감독하며 필요하면 최고지도자를 교체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의장이다. 최고지도자는 막강한 공적 권한을 갖고 있다. 군통수권자로서 군사령관과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을 임명한다.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12인 중 절반과 이란 최고사법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임명권도 갖는다.

헌법수호위(위원장 아마드 자나티)는 내각의 입법이 이슬람 율법에 적합한지 검토하고 선거 때 적법 후보자를 선정하며 선거 결과를 최종 확정한다. 최고지도자는 최고사법위나 의회가 대통령 해임을 건의할 경우 이를 결정하는 권한도 갖는다. 또 의회와 혁명수호위원회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국정조정위원회(위원장 라프산자니)의 위원도 임명한다.

대통령은 의회의 인준을 받아 내각을 구성하며 주로 행정과 경제문제를 담당한다. 최고지도자에 종속되는 지위이긴 하지만 상당한 권한을 발휘한다. 실제로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1997~2005년 집권하면서 주류 보수파는 시련을 겪었다. 보수파는 차근차근 정권 재탈환 작전의 시동을 걸었다. 2004년 2월 총선에서 혁명수호위가 개혁파 인사 3600여 명의 후보 등록을 불허하는 측면지원 속에 보수파가 51%의 지지율로 290석 중 155석을 차지해 승리했다.

2005년 6월 대선에서 강경보수파 인물인 아마디네자드의 등장은 보수파에게도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개혁파가 후퇴하면서 보수파의 당선이 점쳐졌고 그중에서도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중앙 정치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아마디네자드 당시 테헤란시장이 1차 투표에서 라프산자니 후보(21%)에 이어 19.5%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선투표에서도 61.8%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아마디네자드의 깜짝 등장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이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거침없는 언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2005년 10월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고, 2006년 12월에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핵개발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과 함께 확고한 반미전선을 형성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이란 중산층과 도시의 고학력 지식인들이 정부에 비판적이었다. 대학생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반(反)아마디네자드 시위를 벌였다.

경제정책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임금 인상, 서민 대출금리 인하, 농민 부채탕감, 사회보장 및 보조금 확대 등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농민과 도시 서민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이번 재선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석유안정화펀드’가 고갈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상 최초 TV토론

6월12일 대선을 앞두고 개혁파의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2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개혁파 하타미 전 대통령은 역시 개혁파인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출마의사를 밝히자 대권 도전을 철회하고 무사비 전 총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5월 500여 명이 대선 예비후보로 신청했고 혁명수호위는 이 가운데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보수파), 모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보수파), 무사비 전 총리(개혁파), 메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개혁파) 등 4명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선거운동 기간 중 테헤란에서는 정치사회적 제한이 일시 완화되면서 활기가 넘쳤다. 이전 대선 때보다 훨씬 뜨거운 선거전이 펼쳐졌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보 간 TV토론이 열려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6월3일 아마디네자드 후보와 무사비 후보의 ‘빅2’ 맞대결이 백미였다. 무사비 후보 부인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나오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고 4000만~5000만명이 시청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6월9일 “아마디네자드 후보의 상대 후보 모욕과 의혹 제기, 거짓말에 대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란에서 고위지도자가 최고지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서한은 이번 선거운동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3
번역· 김재영│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redfoot@donga.com│
목록 닫기

‘쓰러진 자유’이란 대선 분석기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