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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환경을 보호하려면 우선 파괴해야 한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환경을 보호하려면 우선 파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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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보호하려면 우선 파괴해야 한다?

자연보호구역과 관련한 탁월한 논문을 발표한 제레드 다이아몬드. 그의 저작 ‘총, 균, 쇠’는 걸작으로 손꼽힌다.

본토에서 멀수록 섬으로 이주하는 종의 수가 적기 때문에 섬의 종 수는 적다. 한편 섬이 작을수록 피신처가 적기 때문에 살던 종이 전멸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멀리 떨어진 작은 섬일수록 종의 수는 적다. 그리고 새 섬이 생기면 동물들이 이주해 경쟁하고 먹고 먹히면서 자리를 잡고 멸종하는 과정이 진행되다가 이윽고 역동적인 평형 상태에 도달한다. 그것이 그들의 이론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맥아더와 윌슨은 그 이론으로 사실상 섬 생물지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창시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시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이 정식으로 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으려면 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이 필요했다. 심벌로프와 윌슨의 논문은 바로 그 부분을 채웠다. 그 논문으로 섬 생물지리학은 확고한 실험 과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심벌로프는 연구를 계속함으로써 그 이론을 검증해 나갔다. 그는 크기가 서로 다른 맹그로브 섬들을 골라서 같은 실험을 했다. 그러자 종의 수는 섬의 크기가 클수록 많아지며, 섬 내의 서식지가 다양한지 여부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평형 이론은 점점 더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섬은 생물 다양성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제주도와 울릉도엔 육지에 없는 자생종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섬은 어느 정도 외부와 격리돼 독특한 종들이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의 생물 다양성을 늘리는 기능을 한다.



섬 생물지리학은 새로운 과학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자마자 곧 의외의 방향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바로 자연보존이다. 섬 생물지리학에서 말하는 섬은 바다로 둘러싸이고 흙과 바위로 된 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외부와 어느 정도 격리되어 독자적인 생물상을 이룰 수 있는 곳은 비유적으로 모두 섬이라 할 수 있다. 사막 한가운데 고립된 오아시스도 일종의 섬이며, 외부와 격리된 식물원이나 동물원도 일종의 섬이다. 건물들로 둘러싸인 도심의 녹지도 하나의 섬이며, 저지대에 둘러싸인 높은 산도 섬이다.

따라서 섬 생물지리학은 사실상 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고 격리된 곳이라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 그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곧 그들의 논문을 인용하고 확대 적용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것을 자연보호구역의 설계 문제와 연관지은 논문도 등장했다.

그 분야의 주역은 나중에 ‘제3의 침팬지’와 ‘총, 균, 쇠’ 같은 걸작을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이다. 1975년에 다이아몬드는 섬 생물지리학을 자연보호구역 설정 문제와 연관지은 논문을 발표했다. 자연보호구역은 인간이 본래 있던 자연환경을 개발하면서 선심 쓰듯이 남겨놓은 지역이다. 계획적이거나 무계획적으로 개발이 진행될 때 한 구역을 덩그러니 떼어놓거나 우연히도 개발을 비껴간 공간을 그런 보호구역으로 설정한다. 도심에 있는 공원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는 평형 이론을 역으로 적용했다. 자연보호구역이나 자연공원은 인위적으로 고립된 일종의 섬이다. 그런 구역은 원래 더 넓었던 면적을 일부 잘라낸 것이므로, 처음 설정될 때에는 종의 수가 평형 상태보다 더 많다. 구역이 설정되고 나면 외부와 단절되다시피 하기 때문에 유입되는 종의 수는 전보다 훨씬 줄어든다.

‘넓을수록 다양하다’

반면 좁아진 공간 때문에 안에 있는 종들이 사라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구역 내 종의 수는 점점 줄어든다. 즉 종의 수는 평형 이론이 말하는 섬의 크기에 알맞은 수준까지 줄어든다.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구역의 크기가 작을수록 멸종 속도도 빠를 것이므로 평형에 도달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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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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