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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화를 통해 본 얘기가 있는 해양사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강사 koyou33@empal.com│

영화를 통해 본 얘기가 있는 해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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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본 얘기가 있는 해양사
바다, 역사, 영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아우르는 역저(力著)가 나왔다. 해양사 전문가인 김성준(42) 박사의 ‘영화에 빠진 바다’가 그것이다.

저자의 경력을 살펴보자. 한국해양대 항해학과와 고려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해양사를 연구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주경철 서울대 교수, 윤명철 동국대 교수, 주강현 박사 등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배와 관련한 현장 경험에서는 이들을 능가하는 듯하다. 저자는 해양사연구소(www.seahistory.or.kr)를 운영하며 해양사, 해양문학, 해양정보 등을 알리는 데 앞장서는 행동파 지식인이다.

저자는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이 해양사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역사 소재 영화를 교재로 애용한다고 한다. “영화 속에 그려진 선박, 항해, 선원 생활 등을 추출해 해양사를 그리면 세계사와 바다 역사를 이해하는 데 좋은 방편이 된다”고 설명한다.

해양인들이 가장 즐기는 소일거리는 무엇일까. 저자는 “단연 영화 보기”라면서 해양사의 주요한 소비자인 해양인들에게 쉽게 접근하는 길을 마련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 여러 군데에 뱃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득 담겼다.

각 장(章) 앞부분에서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고 관련 영화 몇 편을 소개했다. 이어 영화 줄거리를 요약하고 영화와 역사적 사실의 차이를 분석했다. 영화는 아무래도 픽션 요소가 많으므로 역사학자 시각에서는 사실(史實)과 부합하지 않은 부분을 당연히 지적하고 싶으리라. 곳곳에 넣은 고대 선박 그림과 지도들도 돋보인다.

고대 해양사부터 출발해보자.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율리시즈’와 ‘오딧세이’가 소개된다. 마리오 카메리니 감독이 1954년에 만든 ‘율리시즈’는 한국에서도 히트했다. 율리시즈 역을 맡은 커크 더글러스, 율리시즈의 부인 역인 실바나 망가노의 연기가 돋보인 명작이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트로이전쟁에서 이기고 먼 항해 끝에 고국 이타카로 돌아온 율리시즈 왕은 오랫동안 정절을 지킨 페넬로페 왕비가 “율리시즈 국왕이 쓰던 활로 도끼자루 구멍 12개를 통과시킨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도전한다. 다른 청혼자들이 활시위도 당기지 못하는 데 비해 거지 차림으로 나타난 율리시즈는 거뜬히 활시위를 당겨 과녁을 명중시키고 왕비와 포옹한다.

‘클레오파트라’ 아카데미상 휩쓸어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과 로마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 ‘클레오파트라’는 역사 영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만키비츠 감독이 1963년에 발표한 이 영화는 로마의 지도자 카이사르가 그리스에서 폼페이우스 군을 격파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악티움 해전에서 패배한 클레오파트라가 독사에 물려 자살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클레오파트라 여왕은 과연 절세미인이었을까. 저자는 여러 사료를 훑어보고 여왕이 미인이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을지라도 여러 면(몸매, 말씨, 성격, 목소리 등)에서 매력적인 인물이었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녀는 12개 언어에 능통해 어느 나라 사신이 오더라도 통역자 없이 대화해 호감을 샀다고 한다. 여왕이 독사에 물려 죽은 것이 사실인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명배우 찰턴 헤스턴이 감독, 주연을 맡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로마 장군 안토니우스가 이집트에 머물며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을 맺는 장면부터 악티움 해전까지 다루었다.

이들 2편의 영화에서는 악티움 해전에서 로마 함선과 이집트 전함이 접근해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자는 “실제 악티움 해전에서는 그런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했다.

중세 해양사에서는 바다의 약탈자 바이킹을 그린 ‘롱 십’과 ‘바이킹의 최후’가 소개됐다. 잭 카디프 감독의 ‘롱 십’에서는 전설에 나오는 황금종을 찾아나선 바이킹과 이에 맞서는 이슬람 술탄이 격돌한다.

이탈리아 출신인 젠틸로모 감독의 ‘바이킹의 최후’는 노르웨이 바이킹과 덴마크 바이킹 사이의 다툼을 다루었다. 바이킹 내부의 갈등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바이킹은 어떻게 항해하고 어떤 선상 생활을 했을까. 이 책에 따르면 이들은 바람 강도와 방향, 파도, 새의 움직임, 바닷물 빛깔 등을 살펴 배의 위도 위치를 추정했다. 위도만 알아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바이킹은 가능한 한 육지를 보면서 항해했다. 철새가 이동하는 길을 보면서 봄철에 출항했다가 가을 무렵에 돌아왔다. 바다에서 밤을 지샐 때는 가죽 침낭에서 잠을 잤고 청동제 취사도구로 식사를 준비했다. 고기와 소금을 뿌려 말린 생선, 버섯, 감자, 굳힌 우유, 맥주 등을 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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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강사 koyou3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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