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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군 스타 양승숙 준장

  • 성동기 <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esprit@donga.com

최초의 여군 스타 양승숙 준장

12월8일 단행된 중장 이하 장성 인사에서 76명의 새로운 별들이 탄생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밝게 빛난 샛별은 양승숙(梁承淑·51·간호후보 29기) 육군본부 의무감실 간호병과장. 그는 국군 창설 53년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장군이다.

가장 남성적이고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군대에서 첫 여성 장군이 배출된 사실은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도 남을 대사건. 신문과 TV 등에 오르내린 양대령은 이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을 받고 나니 (장군이 됐다는) 실감이 납니다. 2400여명 여군 전체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첫 여성 장군의 탄생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첫 번째’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군을 대표하는 전투병과에서 배출되는 게 당연하다는 군내 여론 때문. 초반에는 그녀를 비롯한 간호병과 대령들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엄옥순(嚴玉順·45·여군사관 24기) 전 여군학교장과 민경자(閔慶子·49·여군사관 24기) 대령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건강문제와 연대장 경력 미비 등의 개별 사유와 더불어 두 후보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점차 간호병과 쪽으로 기울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첫 여성 장군은 전투병과에서 배출시키려고 했으나 불행하게도 적임자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양준장은 같은 간호병과 후배인 신숙호(辛淑鎬·49·간호생도 6기) 대령과 막판까지 가는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첫 테이프를 끊는 주인공이 됐다. 전남대 간호학과 재학 시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미군 야전병원 TV드라마 ‘매쉬(Mash)’를 보고 간호장교에 매력을 느꼈다는 양준장. 평소 최선을 다해 일한 덕분에 동기생들보다 진급에 앞서간 그는 92년 대령 진급심사에서 미역국을 마시고 이듬해 대령으로 진급했다.

“만약 그 때 진급했더라면 올해 8월에 전역해야 했기 때문에 장군 진급 후보에도 들지 못했을 겁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따로 없는 셈이죠.”

그가 최종 낙점을 받게 된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국군간호사관학교장 시절 폐교 위기에 몰린 간호사관학교를 구해낸 것. 지난해 9월 중순 이희호 여사가 간호사관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는 “간호학과를 졸업하면 밖에서도 취직이 잘되는데 누가 군대에 오려고 하겠느냐”면서 ‘간호장교를 양성하는 간호사관학교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간청했다. 결국 여성부와 여성 국회의원들의 활발한 외곽 지원 등에 힘입어 국방부는 올해 5월 간호사관학교 폐교방침을 철회했다.

양준장은 장군 진급 소식을 들은 뒤 남편 이병웅(李炳雄·56·충남교육청 장학사)씨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첫마디에서 정성스런 외조(外助)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진다. “당신 덕분에 승진했어” 광주 31사단에서 사병으로 근무하던 중 친구 소개로 당시 전남대 간호학과 학생이던 양준장을 만나 결혼했다는 이씨는 “그냥 마음 편하게 군생활 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려고 했다”며 겸손해 했다.

양준장이 군문(軍門)에 들어선 건 올해로 29년째. 하지만 절반 가량은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지냈다. 양준장은 명령에 따라 전방과 후방을 오간 반면 남편은 주로 대전 지역에서 교사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양준장은 “두 딸이 수험생일 때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내가 하는 일을 믿어준 남편과 딸들에게 자랑스럽게 계급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첫 여성장군의 탄생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 군인 가운데 여군 비율은 0.3% 가량. 이스라엘(30%) 미국(14.6%) 캐나다(10.1%) 일본(3.9%)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낮다. 북한의 경우도 여군 비율이 2%대에 이르며 여성 장군도 우리보다 10년 가량 빠른 92년에 탄생했을 정도다. 국방부는 여성 인력 활용 차원에서 여군 수를 2003년 3300명, 2020년 7000명 등으로 단계적으로 늘려 군 간부의 5%를 여군으로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여성 장군의 탄생을 모두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다. 여성 장군이 탄생할 여건이 채 무르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해 여성계의 숙원을 들어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어느 병과에서 첫 여성장군을 배출하느냐를 놓고 빚어진 여군간 갈등도 조속히 풀어야 할 과제다.

신동아 2001년 12월 호

성동기 <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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