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회장님 취미사업에 기업희생, 구단 통해 기밀비 조성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khmzip@donga.com

    입력2004-08-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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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건네는 명함에 선명한 대우마크가 먼저 눈에 띄었다. 세계로 뻗어가는 대우를 상징하는 힘찬 블루. 대우P&F인베스트먼트 회장·대표이사라는 직함 아래 김우일(54) 석 자, 그리고 조그맣게 ‘전 대우그룹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이라고 씌어 있다. 이 남자에게 대우는 숙명이요 애증이구나 싶다. 3년 전 그는 ‘대우그룹 비사(秘史)’를 공개했다. 분식회계로 숨긴 40조원의 부채, 비자금으로 만든 수십 개의 위장계열사….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폭탄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대우가 아니라 축구 이야기를 하러 왔다. 열네 번째 프로축구단, 두 번째 서울 연고팀의 탄생은 축구팬이라면 가슴 설레는 소식이다. 프로축구 서울시민구단 창단 모임인 ‘서울유나이티드’는 7월1일 법인 대표이사로 전문경영인인 김우일씨를 위촉하고 7월23일 회사설립 등기를 마쳤다. (주)서울유나이티드는 연말까지 기업 컨소시엄과 시민주 공모, 외자도입으로 500억원의 창단 자금을 확보하고 2005년 K리그에 데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숨 가쁜 스케줄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김우일일까.

    김우중 회장의 축구열정에 탄복

    그가 회장으로 있는 대우P&F인베스트먼트는 중소기업 컨설팅과 기업 인수·합병 전문 기업이다. 하지만 24년 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과 구조조정본부에 몸담으며 부산 대우로얄즈 창단과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 그리고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는 확실히 배웠다. 이제는 프로답게 제대로 된 시민구단을 경영하고 싶었다. 서울시민구단 창단 모임인 서울유나이티드에 ‘흑자경영’을 내건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서울유나이티드의 역사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4월 ‘FC서울 서포터스창단준비위원회’가 만들어져 여론조사 등 물밑작업을 했고 이후 ‘서울구단 창단을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서창모)’으로 바뀌었다가 서울시민구단 창단 커뮤니티인 서울유나이티드로 이어졌다(회장 이영기). 여기에 2002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축구팀 없는 서포터스 ‘레드파워(서울지역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조직) 등 1만여명의 서포터스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서울 입성 권리금 250억원의 벽에 부딪혀 창단작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안양 LG치타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해 FC서울이 탄생했다. 비록 첫 서울팀이라는 타이틀은 뺏겼지만 시민구단이라는 명분은 바래지 않았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서울유나이티드 사무실에서 김우일 대표를 만났다. 그는 대뜸 대우를 화제로 끌어냈다.

    “얼마 전 김우중 회장을 모델로 했다는 소설 ‘잃어버린 영웅’이 나왔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권력실세에게 쫓겨난 김우중, 그렇게 미화하면 안 되죠. 김 회장이 영웅은 영웅인데, 실패한 영웅이거든. 자꾸 그런 식으로 미화하면 국민이 아, 권력에 붙으면 기업이 살고, 안 붙으면 죽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단 말입니다. 대우는 시장경제에 의해 무너진 거예요. 관치금융 시대였다면 무너지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도 10조원을 도와줬으니까 할 만큼 한 거고. 한마디 더하면 여기에 국민도 협조한 셈이죠. 대우 회사채가 연리 30%일 때 25조원 어치를 발행했어요. 대우가 휘청휘청하는 데도 다 사줬거든. 금융기관에서 김 회장은 신(神)이었어요. 신이 지급보증하면 무조건 다 해줬으니까. 저는 대우의 실패가 후대 경영인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우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죠. 이제 축구 이야기 합시다.”

    계열사에 기부금 강제 배당

    -모기업 홍보수단으로 활용되는 프로구단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모기업의 지원 없이 운영이 가능할까요?

    “기업홍보, 광고효과를 들먹이며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시대착오예요. 기업이 정말 그걸 믿고 축구단을 운영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만두고 싶은 사람 손 들라고 하면 전부 들 겁니다. 제가 대우그룹 기획조정실과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할 때 기부금 담당이었어요. 김우중 회장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죠. 그룹 사내 체육대회를 하면 직접 경기에 참가했고, 출장 가서도 로얄즈가 몇 골 넣었냐고 물었으니까요. 김 회장이 축구협회 회장도 하셨고 대우로얄즈, 아주대, 거제고, 거제중, 거제초 이렇게 5개 팀을 일관되게 육성해야 한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축구 발전에 꼭 필요한 일이었죠.

    이상은 좋지만 돈을 마련해야 하는 제가 죽을 맛이었죠. 축구협회 기부금이 매년 30억원, 로얄즈 운영비 60억, 아주대 30억, 초·중·고 20억 이런 식으로 해마다 축구와 관련해서 200억원 정도를 조달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했느냐면 계열사 매출액을 죽 깔아놓고 대우건설 10억, 대우전자 20억, 대우자동차 30억 이렇게 배당해서 공문을 보냅니다. 계열사 사장들은 안 내려고 아우성이죠. ‘무슨 광고효과요, 다 버리는 돈이지’ 이렇게 반박하면 할말이 없잖아요. 그럼 김 회장께 보고합니다. 김 회장이 ‘누가 안 냈어? 당장 전화해.’ 그렇게 해야만 돈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익 나는 회사도 아니고 부채로 허덕이는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옵니까. 계열사들은 기부금을 내려 은행에서 차입을 했어요. 팀이 우승이라도 하면 저는 한숨부터 나옵니다. 우승 축하금을 따로 마련해야 하거든요. 정말 그런 일이 싫었습니다. 로얄즈 축구팀 우승하고 기업하고 무슨 관계냐고요. 기업은 제품으로 승부해야지 엉뚱한 데 돈을 쓰는 게 불만이었죠. 회장님 취미사업에 기업이 너무 큰 희생을 한 셈이죠.”

    -한때 대우로얄즈를 독립법인으로 만들고 시민구단으로 가자는 움직임도 있었죠?

    “제 아이디어였어요. 앞서 말했듯 축구팀이 해마다 200억원 가까이 쓰는데 이 돈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먼저 축구팀에 예산 신청할 때 근거를 제출하라고 했어요. 근거 없는 예산은 모조리 깎았죠. 그랬더니 일주일 만에 원상복귀 되어서 다시 올라와요. 축구단 단장이 ‘꼭 필요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회장 결재가 나니 돈을 안 내줄 수 있나요. 축구단을 이렇게 운영해서는 안 되겠다, 해마다 60억원씩 쓰는 프로구단이라도 독립법인화해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자, 자생력 있는 법인을 만들자고 제가 회장님께 제안해서 시민구단을 구상했죠. 1989년이에요.”

    프로팀은 치외법권 지대

    -몇 년 사이 대전시티즌·부산아이콘스·FC서울 대구FC·인천유나이티드 등 독립법인, 시민구단 창단이 붐입니다. 15년 전에는 왜 실패했습니까?

    “한마디로 대우그룹이어서 안 된 거죠. 시민구단이라도 대우가 완전히 빠질 수는 없고 시민과 대우가 50 대 50 지분을 갖고 기업과 연계한 수익사업도 펼칠 계획이었어요. 명칭에서 ‘대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데까지 진전됐는데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시민들이 반대해요. 대우가 대주주고 시민은 들러리냐는 불만이었어요. 그리고 당시 이미 대우 주가가 너무 낮아서 부실 이야기가 나오는 터라 반응이 더 부정적이었어요. 대우가 끼는 한 시민구단은 도저히 안 되겠구나 싶어 포기했죠.

    -얼마 전 전남 드래곤즈 전 사무국장 P씨가 외국인 선수 영입과정에서 뒷돈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축구계가 어수선합니다. 전남구단은 P씨를 횡령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수사가 다른 구단으로도 확산될 조짐이에요. P씨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어떻게 한두 푼도 아닌 수십억 원을 개인이 10년씩 유용할 수 있는지, 구단 운영을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프로구단은 치외법권 지역이라고 하면 이해 되나요? 전남드래곤즈 같은 독립법인도 감사기능이 유명무실한데 대기업 일개 부서처럼 운영되는 구단이라면 오죽하겠어요. 감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까. 대우에서 프로축구단 단장 자리는 ‘평양감사’로 통했습니다. 서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내 경쟁이 치열했는데 회장의 왼팔, 오른팔이 아니면 엄두를 못냈죠. 제가 부장 시절인데 김 회장이 조용히 저를 불러 극비감사를 지시했습니다. 계열사거니 했는데 프로축구단을 하라는 겁니다. 현 구단장이 왼팔이라면 전 구단장은 오른팔, 내분이 벌어져 오른팔이 왼팔을 찌른 거죠. 김 회장께서 제게 투서를 보여주면서 ‘너한테 시킨 이유를 알겠지?’ 해요. 구단장은 사장급인데 그냥 사장급도 아닌 그룹 핵심이 가는 자리거든요. 정말 조용히 하라는 의미죠. 상사인 기획조정실장에게 말도 못하고 부담스러워서 이리저리 빼고 버티는데 회장이 5일 단위로 확인을 하는 겁니다. 해외출장 중에도 전화로 ‘했느냐’고 물어 할 수 없이 축구단 사무실로 갔죠. 한 달 동안 장부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선수연봉 구단장 마음

    -투서내용이 예산 전용 같은 비리였던 모양이죠? 이번 전남 구단에서처럼 선수 스카우트 비리라도 확인됐나요?

    “투서는 예산이 불투명하게 집행된다는 내용이었는데, 감사를 해보니까 현 구단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임도 더하면 더했지 다를 게 없었어요. 구단장 마음대로 예산을 쓰는 것이 관행이었죠. 예를 들어 예산의 50%가 선수 연봉 등 인건비인데 아예 연봉지급 기준이 없어요. 제가 과거 몇 년 간 선수별 득점현황 등 팀 기여도와 연봉 증가율을 하나하나 대조했거든요.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연봉이 오른 경우가 있어 ‘이 선수 연봉이 왜 이리 높냐’고 물었더니 ‘구단장 딸이 좋아하잖아요’ 해요. 이렇게 구단장 입맛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데다 인건비는 회장 결재도 필요없어요. 연봉책정 기준이 없으니까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기 일쑤고요. 또 스카우트 비용은 에이전트에게 주었다는데 제대로 된 영수증 한 장 없어요. 에이전트 수령증이라고 해서 손으로 얼마라고 쓰고 사인한 게 전부죠. 에이전트에 확인했더니 ‘예, 받았습니다’ 해서 다시 세무서에 알아봤죠. 신고도 하지 않았더군요. 세무서도 축구단은 쉽게 눈감아 줬죠.”

    -한 번도 자체감사나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나머지 50%도 집행이 엉망이긴 마찬가지였겠네요.

    “인건비는 구단장 전결사항이고 나머지 50%가 더 복마전이에요. 영수증이 남아 있는 게 20%쯤 될까. 그것도 메모수준의 가불증 같은 거였죠. 왜 돈 쓴 영수증이 없느냐고 했더니 축구선수들을 위한 접대비래요. 접대비, 진행비, 판촉비, 섭외비, 기타비 해서 영수증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 회장께 보고했더니 ‘도대체 이게 뭐냐?’고 물으셔서 ‘글자 그대로 진행비, 섭외비랍니다’ 했죠. 다 없애라고 하셨어요. 그 길로 김 회장이 축구협회 이사회를 소집하더군요. ‘축구경기 하는데 웬 진행비, 접대비, 섭외비가 이렇게 많으냐’고 화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후 다른 구단들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로얄즈는 정말 예산의 40%를 깎았습니다. 구단장도 외부에서 모셔와 아주 ‘타이트’하게 운영했어요. 그런데 그 후로 팀 성적이 막 떨어져 바닥을 헤매는 겁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로얄즈가 21게임 연속 무패 기록에 K리그 3회 우승 등 성적이 아주 좋았거든요. 90년대 중후반 로얄즈 성적이 계속 나빴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붕괴됐죠. 왜 그렇게 성적이 떨어졌는지는 지금도 의문부호예요.”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일전에 ‘서울유나이티드’ 깃발이 나부꼈다. ‘서울유나이티드’는 지난 3년 동안 서울 연고팀 창단을 준비했다.

    -프로구단은 기업에 ‘계륵’ 같은 존재라고 하면서도 한두 개씩 가지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구단주 마음이니까…. 구단을 통해 자금을 만들 수도 있죠. 2000년부터 세법이 바뀌어 기밀비가 사라졌는데 과거에는 기밀비라고 하면 영수증 없이도 일정 부분까지는 인정해 줬잖아요. 대우에서도 구단에서 쓰는 돈은 경리부가 기밀비로 처리했어요. 세무감사는 축구단이 받는 게 아니고 (주)대우가 받으니까 축구단이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아무도 모르죠. 그렇게 몇십억 원씩 써도 바다에서 오줌 누는 격이니 서로 단장하겠다고 야단이었죠.”

    -구단이 모기업에 속해 있는 구조로는 투명한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시민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까?

    “흔히 모기업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예요. 대우 로얄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모기업이 잘 나갈 땐 괜찮아도 경영이 악화되면 당장 팀도 어려워집니다. 시민구단이라면 구단주 마음대로 연고지를 옮기거나 매각하거나 해체할 수 없겠죠. 또 모기업을 홍보한다면서 홈경기 승리하면 다음 경기 무료입장, 계열사 카드 소지자 무료입장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자살행위입니다. 앞으로 프로축구단은 독립법인·전문경영인·도덕성, 세 가지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사실 모기업을 끼고 있으면 다른 기업을 끌어들이거나 자치단체의 후원을 받기가 어려워서 비즈니스가 안돼요. 솔직히 서울FC에 모기업 이름이 안 붙었다고 해서 다른 기업이 선뜻 후원하려 하겠습니까. 앞으로 대기업은 구단을 직접 운영할 생각을 하지 말고 주주 중 하나로 남거나 대회스폰서로 간접 참여하는 게 진짜 스포츠를 발전시키는 길입니다.”

    대기업은 스폰서만 해라

    -하지만 모 시민구단은 경영악화로 이미 자본잠식 상태여서 내년에 또 시민주를 공모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아직까지 시민구단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은데….

    “시민구단의 정의가 뭐냐고 하면 일단 태동단계에서부터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고 시민주주 지분이 최소 30%는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이 단순 주주로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민의 소비생활을 진작시키고 시민에게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유나이티드는 9월 중 10여개 기업으로부터 50억원의 출자를 받을 계획입니다. 다음 단계로 시민주를 공모해 100억∼150억원을 모을 생각입니다. 전례를 보면 대구FC가 110억원, 인천유나이티드가 40억원으로 인구 대비 1.8%가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서울 인구에 대입해 보면 20만명이 되고 이들이 1계좌(10주, 5만원)씩만 참여한다 해도 100억원입니다. 그리고 5년 뒤 상장해서 5배로 만들어 드리는 게 목표예요. 5000원짜리 주식이 2만5000원이 되는 거죠. 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축구단이 아니라 돈을 벌어주는 기업이 될 겁니다.

    그리고 500억원의 설립자본금 중 300억∼400억원은 외자유치를 할 겁니다. 지금까지 접촉한 외자펀드들은 서울유나이티드가 신설법인인 데다 부실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이에요. 더구나 우리가 단순한 축구단이 아니라 스포츠 비즈니스 기업이어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외국자본의 차입조건은 20년 분할상황이어서 우리 컨셉트와도 맞고요. 서울시에 잠실주경기장 위탁관리 신청을 해서 그것이 결정되는 대로 10월쯤 시민주 공모에 들어갑니다.”

    -프로축구단의 흑자경영이 과연 가능할까 여전히 의문이 많아요.

    “이 사업자등록증에 ‘프로축구흥행업’이라고 되어 있죠? 프로축구는 기업입니다.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아무리 설립취지가 정당하다 해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당연해요. 기존 시민구단 창단이 현실적인 문제보다 개념적인 정당성에만 치중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서울유나이티드는 ‘축구를 통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통한 축구’라는 개념으로 사업성에 더 무게를 둡니다. 비중을 따지면 축구경기는 20%고, 비즈니스가 80%예요. 서울유나이티드 상임위원들이 축구를 몰라도 좋으니 전문경영인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해서 저를 추대한 겁니다. 앞으로 우리가 펼칠 사업에는 유통, 문화, 식음료, 웰빙사업 등 축구와 연관없어 보이는 것도 많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는데 우리는 축구단이 아니라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기업입니다.”

    -홈을 상암경기장 대신 잠실올림픽주경기장으로 옮긴 것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경기장 건설분담금 때문인가요?

    “FC서울은 상암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대가로 경기장 건설 분담금 50억원을 내고 축구발전기금 25억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가 잠실경기장을 택한 것은 75억원이 아까워서가 아닙니다. 잠실과 상암은 위치에서부터 비교할 수가 없어요. 주변 재개발이 이뤄지면 잠실경기장은 강남의 요지가 될 겁니다. 그리고 상암구장은 위탁운영권을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이 갖고 있기 때문에 연고팀이 어떤 비즈니스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서울FC는 단순 세입자일 뿐이에요. 저희가 올해 4∼5월에 치러진 서울FC의 홈경기 4게임으로 추정해 보니까 평균 2만5000명 관중이 들어오면 입장료 수입이 최대 2억원이고 사용료에 지방세 25%, 부가세 10%를 내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프로구단을 운영할 수가 없죠.”

    -잠실경기장 활용방안은 뭡니까. 상암경기장과 달리 대규모 리노베이션이 필요할 텐데….

    “잠실주경기장은 위탁운영자가 없는 상태입니다. 연간 50억원씩 적자가 나는데 우리가 위탁관리를 맡아 적자도 메우고 이곳을 홈으로 사용하는 시민구단도 생긴다면 서울시로서는 나쁠 게 하나도 없죠. 뭘로 돈을 버느냐. 홈구장이라 해도 연간 경기일수는 20일을 넘기 어렵습니다. 유소년축구, 여성축구 다 합쳐도 50일 정도가 될 겁니다. 300일 중 200일은 다른 이벤트를 할 수 있어요. 서울유나이티드의 기본 정신 중 하나가 ‘엘리트 축구에서 대중생활체육으로’ 아닙니까. 잠실경기장에는 육상연맹 등 각종 경기단체가 있는데 이들과 손잡고 체육행사를 개최하거나 콘서트, 결혼이벤트 등 활용가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 잠실주경기장 시설을 리노베이션해서 복합상영관, 대형할인점, 스포츠센터를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이미 서울유나이티드와 50 대 50 지분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나섰습니다. 이렇게 하면 10여개의 계열법인이 생겨요. 선진국 프로축구단은 축구팀을 중심으로 스포츠비즈니스 관련 기업과 협력사를 수십 개씩 거느리는 게 보통입니다.”

    -신생팀 창단이라고 하면 감독 후보는 누구누구고, 어떤 선수를 스카우트해서 첫해 성적은 몇 위가 목표다, 그런 것이 화제인데 오늘은 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군요.

    “염두에 둔 감독 후보는 3명쯤 있으나 대표팀 감독 영입 때와 같은 해프닝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외국인 감독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또 유명선수나 외국인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쓸 생각이 없습니다. 몇몇 에이전트가 검증 안 된 선수들의 몸값을 지나치게 높여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자체 에이전트를 두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창단 당해년부터 유소년클럽을 운영해 장기적으로 선수를 육성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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