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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체제’의 KBS

개혁만능시대! 만발한 코드 논란·편향성 시비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정연주 체제’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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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잇따른 정 사장 비판글
  • ●국장급 특별승격, 전임 사장 때의 4배
  • ●‘자율성’ 강화가 프로그램 편향성 부추기는 한 원인
  • ●“‘PD 5인방’이 KBS 움직인다”
  • ●‘송두율 프로그램’ 사전심의 생략됐다
  • ●모 국장, 인기가수 서모씨측에 고가 와인 접대받아
  • ●견책받은 간부, 한달 만에 부주간에서 주간으로 승격
  • ●팀제 시행에 대한 반발, “팀장 인사는 ‘코드 맞추기’ 인사”
  • ●직장협의회 준비모임, “3∼4개월 후 팀제 중간평가 하겠다”
‘정연주 체제’의 KBS

정연주 KBS 사장과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오른 KBS 직원들의 비판글들.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뒤 1년여가 지난 지금 KBS는 현재의 집권세력과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사내 곳곳에 점령군처럼 진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최근의 이런 양상은 서로의 위치에 따라 한쪽에는 ‘통쾌(痛快)한 것’일 수 있고 다른 한쪽에는 ‘통한(痛恨)의 것’일 수 있다…(하략)….”

지난 6월24일 한국방송공사(KBS) 사내 온라인 게시판(KOBIS)에 오른 ‘KBS 개혁의 진정한 방향성을 묻는다’는 제목의 비판글 서두다. 대체 무엇이 ‘통쾌’이고 무엇이 ‘통한’이라는 것일까.

정연주(鄭淵珠·58)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KBS 개혁의 방향성과 목적에 대해 질타한 이 글의 작성자는 KBS 정책기획센터의 평직원 유모(40)씨. 그는 “KBS를 사랑하는 한 구성원으로서 지인(知人)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며 KBS 개혁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했다. 팀제 시행이나 지역방송국 통폐합 등 일련의 내부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진지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시간에 쫓기듯 허둥대며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합리적 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주장을 피력한 것”이라고 글을 게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유씨의 담당업무는 대외정책. KBS의 각종 정책을 국회나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과 부처에 적극 홍보해야 할 위치에 있는 그가 되레 조직에 쓴소리를 던진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유씨는 이 글에 앞서 같은날 KOBIS에 올린 또 다른 글 ‘KBS는 기업이 아니라, 다만 공영방송일 뿐입니다!’에서 “비(非)방송인 출신인 정연주 사장이 추진중인 7개 지역국 통폐합은 임기 3년의 KBS 사장에게 허용된 철학과 이념 차이의 한계를 넘은 것”이며, “원칙도 없고 기준도 제각각”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KOBIS는 KBS 임직원만 접속가능하다. 유씨가 올린 2개의 글에 대한 조회 수는 1600여건. 조회한 이들로부터 각기 200여회씩 ‘추천’을 받았지만 댓글은 단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반문했다. “‘추천’은 하면서도 정작 공감 혹은 반대의 뜻을 담은 댓글은 전혀 달지 않았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나. 이는 곧 KBS가 의사소통조차 자유롭지 않은 경직된 조직이라는 현실에 대한 방증이다.”

삐걱대는 ‘대한민국 대표방송’

KBS가 삐걱대고 있다. 정연주 신임 사장이 취임(2003년 4월28일)한 지 1년3개월 남짓. 그동안 KBS 조직 내부에서조차 ‘정연주 체제’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 공공연히 제기돼왔다. KBS가 이처럼 심각한 내부 균열에 봉착한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 유씨가 올린 글들은 KOBIS에 오른 여러 비판글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주지하듯, KBS는 정부가 전액출자한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이다. 또한 국민이 부담하는 준조세 성격의 TV수신료를 주요재원으로 삼는다. 연간 수익·비용이 1조2000억∼1조3000억원대에 이르고 직원 수만 5000명을 넘는 매머드 조직이다.

이런 KBS에 메스를 들이대 KBS 개혁문제를 사회적 화두로 부각시킨 건 감사원이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11일 국회의 감사청구를 받아들여 KBS의 지배구조(소유구조, 의사결정시스템, 견제·감시시스템)와 재원구조(수신료, 광고수입 등), 조직·인력 운영, 예산편성 및 집행 등 운영실태 전반을 126일(2003년 12월8일∼2004년 4월12일) 동안 분석·진단한 특별감사 결과를 지난 5월21일 전면공개했다.

감사보고서는 ▲KBS 경영에 대한 외부감독 미흡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의 구성과 역할 미흡, 사장 견제기능 약화 ▲자체감사를 담당하는 감사의 독립성 미흡 ▲경영평가의 객관성 및 실효성에 한계 ▲KBS 2TV의 광고수입 과다 ▲기능이 미약한 16개 지역방송국 통폐합 필요 ▲국장급·부장급 전문직의 정원초과 ▲퇴직금 누진제 존치 ▲사내근로복지기금 과다 출연 ▲자녀 대학학자금 무상지급 ▲개인연금 예산지원제도 존치 등 숱한 사안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 KBS의 ‘방만 경영’을 여실히 입증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을 권고한 감사원의 특감은 KBS의 경영상 비효율성, 즉 ‘하드웨어’적 측면만 다룰 수밖에 없었던 만큼 일정한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감사원도 애써 감사결과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김재선(56)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장은 “방송법상 보장된 방송의 독립성을 고려해 감사원은 순수하게 경영적 측면만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감사원 지적사항에서 제외된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KBS의 ‘방만’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KBS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소프트웨어적 측면이란 KBS 내부의 의사소통과 조직운영시스템, 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편성 등과 관련한 문제를 말한다.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KBS 내부 상황은 어떨까. KBS는 진정한 공영방송인가, ‘무늬만 공영방송’인가. ‘정연주 체제’의 KBS. 그 가려진 1년3개월여의 속사정을 들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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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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