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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의 세계 <2>|별지기들

나만의 별 찾아 헤매는 밤하늘의 사냥꾼

  • 박승철 천체사진가

나만의 별 찾아 헤매는 밤하늘의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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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체 관측 마니아들의 목표는 두 가지다. 멋진 천체 사진을 찍는 것과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는 것이다. 밤하늘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별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
별들은 시간의 궤적을 하늘에 새기며 뜨고 또 여전히 진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가 거기서 다시 떠오른다. 새시대도 그렇게 왔다.

서울대 천문학과의 초신성 탐사팀이 지난해 6월18일에 목동자리 속에 아벨 은하단이라 불리는, 지구로부터 약 10억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들의 무리 속에 있는 한 작은 은하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보현산 천문대 1.8m 망원경으로 찍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찍은 화면을 조사하던 중 그 속에서 18.8등급의 초신성을 발견했는데, 국내에서 1604년에 이어 400여 년 만에 처음 발견한 것이라 하여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초신성이란 별이 갑자기 큰 폭발을 일으켜 며칠 사이에 거의 100만 배나 밝아지는 중요한 천문현상이다. 90년대초까지만 해도 매년 수십 개가 발견되다 기기의 발달로 지난 4년간은 전세계적으로 약 600여개의 초신성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번 서울대에서 발견한 것은 1999년 새로 발견한 199개의 초신성 가운데 117번째였다. 초신성은 대개 미국과 호주의 대형 천문대에서 발견되는데 아시아에서는 중국 베이징의 천문대가 매년 10개 안팎, 일본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매년 5∼10개 발견하고 있다.

1979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는 천문학자들이 고성능 망원경과 컴퓨터를 이용해 초신성을 자동으로 찾는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 연구는 노벨상을 받은 루이스 알바레스를 책임자로 여러 명의 전문 연구원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자동화된 30인치(약 77cm) 망원경, 컴퓨터, 전문 지식 등을 동원하여 하늘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편 로버트 에반스라는 호주의 한 시골 교회 목사도 기증받은 구식 16인치 반사 망원경으로 매달 맨눈으로 1000개가 넘는 은하를 외워 관찰하며 초신성을 찾고 있었다. 긴 연구가 끝났을 때 버클리대의 천문학 그룹이 발견한 초신성은 24개였다. 그리고 아마추어 관측자 에반스는 모두 36개를 발견하였다.

아마추어 전문가(?)

1998년 11월 매스컴에서 사자자리 유성군을 크게 다루자 많은 사람이 추위 속에서도 밤을 새우며 밤하늘을 지켜보았다. 이 이벤트를 계기로 천문에 흥미를 갖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천문이라 하면 ‘천문학’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하늘의 별을 관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관점과 목적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보통의 아마추어 관측자들이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와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감격하고 있을 때 천문학자들은 별의 진화와 은하의 중심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고민하며 그 수학적 해답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별을 보는 것을 아름다운 풍경이나 그림을 보는 것과 비슷한, 낭만적이고 심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대부분의 과학 분야에는 아마추어의 영역이 없는데 왜 천문학에서만 아마추어 천문이라는 영역이 있는 것일까? 첫째로 하늘은 너무도 넓은데 천문학자는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먼저 아마추어의 눈에 발견된 뒤 나중에 전문가에게 보고가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1919년 국제천문연맹이 기록을 시작한 이래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혜성의 약 20%, 갑자기 밝게 빛나며 나타난 신성의 25%, 소행성의 40% 이상을 발견했다. 천왕성을 발견했던 윌리엄 허셜은 군악대에서 오보에와 오르간을 연주하던 아마추어 천문가였고, 1930년 24세에 명왕성을 발견한 톰보도 수제 망원경을 만들어 하늘을 관찰하다 로웰 천문대에 발탁된 아마추어 천문가였다.

로맹 롤랑이 쓴 ‘베토벤의 생애’에는 베토벤도 칸트가 쓴 천문학 저서인 ‘자연과학과 문학이론’, 태양계 행성 배열 법칙을 설명한 보데의 ‘천체 지식 입문’ 등과 같은 진지한 천문 서적을 탐독했다는 내용이 있다. 사실 누구나 하늘과 거기 있는 별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알고 싶은, 일종의 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 시절에 우주의 신비에 매료됐던 사람은 많겠지만 직장인이 되면 대부분이 일상 생활에 바빠 잊어버리게 된다. 어쩌면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 있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처럼 얼마간은 단순한 사람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한 해 전 구경거리가 없던 시골 면사무소 마당에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대한뉴스인가 잘 기억할 수 없지만 아주 놀라운 영화를 보았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당시 어린이 잡지였던 ‘어깨동무’나 ‘새소년’의 화보들은 매번 아폴로 우주선과 태양계 여행 등의 우주 과학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당시 볼거리도 없고 오락거리도 없던, 단순하던 시골아이에게 마을과 들판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하늘의 달과 별빛은 단숨에 작은 머릿속을 꽉 채우고 말았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몇 개월이나 누나를 졸라 마침내 문방구에서 거금 1만5000원을 주고 작은 탁상용 망원경을 장만했다. 당시 누나 월급 4만5000원의 3분의 1이었고, 한 달 방세에 해당하던 돈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내가 산 망원경이 너무도 조악한,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실망하여 누나 몰래 혼자 속상해하며 울곤 했었다.

그 뒤 서울로 올라와 대학생이 된 뒤 학업은 내팽개친 채 천문 동아리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망원경용 거울을 만드는 일로 6년을 보냈다. 민주화 운동을 하거나 동아리활동을 하거나 모두가 죽기살기로 매달리던 시절이라, 그런 생활이 그렇게 정신없는 짓인지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지금 내게 그것이 그리도 좋았었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할 말도 없다. 그냥 어릴 적부터 좋아한 것 같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고 그땐 눈에 뭔가가 씌었던 것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아마 학교 생활을 신통치 않게 하는 바람에, 또는 게으른 생활 습관 탓에 이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낙오한 자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더욱 취미생활에 몰두해버린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3학기나 더 다니며 겨우 졸업한 성적으로는 당연히 어떤 회사에도 입사원서를 낼 수 없어 취미생활을 더욱 열심히 계속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었다. 당시 나는 직업이란 원하는 것을 마련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희한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는데, 다행히 어설프게 공부했던 전공이 영문학이었던지라 7년간 과외로 번 돈과 은행에서 학자금 대출로 빌린 돈 등으로 항상 최신의 망원경을 소유할 수 있었다. 고향에서 논 열다섯 마지기를 살 수 있는 돈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그러나 사람은 감각과 물질로는 만족이란 걸 모른다는 법칙이 망원경에도 적용되어, 더욱 큰 망원경으로 더욱 먼 그리고 더욱 희미한 별들을 보고 싶어 금단증상처럼 안달하게 된다. 특히 자연과학의 한 분야에 속하는 천문관측 취미활동에는 도구의 크기와 정교함이 곧 활동 수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장비에 대한 욕심을 삭이기 어렵다. 다행히 무소유의 참뜻을 깨닫고 맨눈만으로도 밤하늘의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나 문학소녀와 같은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들은 상관없지만, 마니아들이란 이미 예전에 그런 조절 능력이 파괴된 사람들 아닌가.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신앙 생활로 마음을 가라앉혀 냉정을 찾든지 아니면 국가 천문대로 들어가서 거대한 망원경으로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뿐이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 그대로 내게는 다행히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행운이 찾아왔고 취미와 직업이 같은 행복을 느끼며 지낼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소백산 천문대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5년 반 동안 직업적인 천체 관측 생활을 배우고 경험한 뒤 하산하였다. 요즘 나는 장비와 부품으로 쓰레기장처럼 어지럽혀진 방 안에서 카메라와 망원경 렌즈들을 만지작거리며 낄낄대는 일과를 보내고 있다.

천체 관측 활동에는 천체 망원경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돋보기나 깨진 소주병의 볼록한 밑바닥으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거나, 두 장을 나란히 놓아 멀리 있는 물체를 보는 망원경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천체망원경도 기본 원리는 이와 꼭 같은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물렌즈가 빛을 굴절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굴절망원경과 거울이 빛을 반사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반사 망원경이다. 또 망원경이 얹혀지는 몸체를 가대라고 하는데, 형태에 따라 ‘경위대’ ‘적도의’ 두 가지가 있다. ‘적도의’는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이 모터가 망원경을 움직여 별을 찍을 수 있게 만든 것이고, ‘경위대’는 보통 카메라 삼각대를 크게 만든 것과 같다. 둘 다 눈으로 천체를 관측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천체망원경의 크기는 대물렌즈나 반사경의 직경인 구경으로 나타낸다. 구경이 클수록 더 어둡고 희미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천체망원경이라면 최소한 구경 75mm 이상의 망원경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홈쇼핑에 나오는 소형 망원경은 25년 전 필자의 경험을 당신에게 안겨줄 것이다. 초보자용 자동차나 컴퓨터가 따로 있지 않은 것처럼 천체망원경에 초보자용이란 것은 없다.

맑은 밤 산에 올라

가끔 군사위성의 성능이 놀랄 만큼 발전해서 지상에 있는 물체를 얼마나 작은 것까지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게 된다. 사실 위성에 실리는 망원렌즈는 천체 망원경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고 빈약한 장난감에 불과하다. 단지 대기의 대부분이 지상에서 2km 정도 이내에 있어 하늘 위 수백km에서 관찰하는 것이 남산에서 여의도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잘 보이는 것일 뿐이다. 이럴진대 아마추어가 사용하는 천체망원경일지라도 먼 우주 속의 희미한 별빛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흔히 사용하는 200∼250mm 구경의 망원경으로도 달에 있는 잠실 경기장 크기의 구덩이는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앞에서 눈치챘겠지만 천문 마니아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망원경과 카메라 등 장비를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엄청난 돈이다. 자동차나 하이엔드 오디오와 함께 천체망원경은 취미생활 도구 가운데 가장 고가의 장비들이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조금 과장한다면 정말 천문학적 단위의 가격이 매겨져 있다. 이렇게 비싼 이유는 그것들이 대부분 일본과 미국에서 만든 수입품인데다, 카메라의 망원렌즈처럼 기본적으로 비싼 광학기계이기 때문이다.

카메라 렌즈의 종류가 용도에 따라 표준, 광각, 망원렌즈로 제각기 다르듯 망원경도 사용목적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도시에 살며 달과 행성들의 표면을 세밀하게 보고 싶다면 구경 100∼150mm 정도의 굴절 망원경이 좋다. 당신이 힘이 꽤 세고 자주 야외로 나갈 수 있고 게다가 은하수 너머 멀리 떨어진 흐릿한 은하나 별무리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 200∼250mm 구경의 반사 망원경이나 슈미트 카세그레인 망원경으로 불리는 것을 구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보는 화려한 천체 사진을 찍고 싶다면 100∼130mm 구경에 초점거리가 400∼700mm인 단초점 굴절 망원경이 제일 무난하다. 나의 경우는 사진 촬영용으로 구경 125mm F4 굴절 망원경과 400mm F2.8 캐논 망원렌즈를 이용한다. 오디오의 경우 앰프나 스피커가 전문 회사에 따라 차가 큰 것처럼 천체 망원경의 경우에도 망원경과 가대 명기가 회사별로 다르다. 굴절 망원경으로는 일본에서 생산되는 펜탁스와 다카하시, 그리고 보그사 제품이 우수하고, 미국산으로는 아스트로피직스와 미드사 제품이 인기가 높다. 화려한 천체 사진을 찍는 데 필수적인 적도의식 가대는 다카하시사 EM200 제품이 가장 인기 있다. 최근엔 CCD로 불리는 일종의 전자 카메라도 보급돼 마니아들은 과거의 천문학자보다 훌륭한 기재를 가지게 되었고 천문대처럼 지붕에 돔을 갖춘 개인 관측소를 세우기도 한다.

10년 전 ‘Sky· Telescope’라는 권위 있는 미국 천문잡지는 단체에 가입해 자신의 망원경을 가지고 규칙적으로 밤하늘을 관찰하는 아마추어 천문 마니아가 전세계에 5만 명 정도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에 3만5000여 명, 일본에도 1만2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100여 명은 될 듯하다. 장비는 없지만 가끔씩 활동하는 동호인은 우리나라에도 수만 명이 될 것 같다. 이들은 주로 어떤 식으로 취미를 즐기고 있을까?

말 그대로 여가를 즐기는 동호인들은 주로 하늘을 감상하듯이 눈으로 보는 것에 중점을 두는 안시 관망을 즐긴다. 도시 속에서는 불빛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달과 행성들을 관찰하고 야외에서는 오리온 성운이나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심우주 속의 천체를 보며 즐긴다. 영화를 보거나 오디오를 즐기거나 운동을 하거나 간에 모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 하지만 밤하늘 관측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하늘에 달려 있다. 달빛이 없고 구름도 끼지 않은 맑은 밤에만 가능한 것이다. 관측 시기는 달이 없는 그믐을 전후한 두 주간이 해당된다. 왜냐하면 달빛이 세면 어두운 천체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하늘이 맑아야 한다. 또 그날이 시간과 용돈에 여유가 있는 날이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날이 일 년에 며칠이나 될까? 직장인에겐 이 모든 조건이 주말에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두 번도 어렵다. 보통의 경우 날씨가 변덕스러운 봄철과 초여름의 장마철을 빼고 나면 관측회를 떠날 수 있는 날이 1년에 6회를 넘기기 어렵다. 열성적인 마니아라면 연간 10∼15회의 관측회를 떠난다. 소백산에 근무하며 조사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천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맑고 달빛이 없는 밤은 연간 23∼25일이었다. 이처럼 귀한 조건이 모두 맞으면 도시에서 100km 이상 떨어져 있고 고도 1000m가 넘는 산으로 출발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주로 강원도 태기산으로, 대전에서는 덕유산 자락의 적상산으로 나간다. 관측회를 떠나는 날은 군대의 출정식처럼 부산하고 흥분된다. 이 소중한 기회를 위해 안 마시고 아낀 돈과 대부를 받아가며 장비를 마련했으니 본전 생각이 얼마나 간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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